20살 언저리, 성인이 되자마자 부모님의 이혼소송-가정불화로 인해 인생이 한번 망가졌었다.가족이 망가지는걸 내 손으로 집도했었다.내 손으로 찢어버렸다.
흔한 막장 드라마에 나오는 두집살림 스토리였지만 지켜보는것과는 달랐다. 어떻게든 아버지의 마음을 돌려보고 싶었고, 노력했지만 결과는 외면으로 돌아왔으니까.어머니 손을 붙잡고 여기저기 발품 팔아가면서 가정폭력, 그외 온갖 빚들에 대한 법적인 소송 등
돈이 없었기에 발품 팔아가고 국선 변호사 조언 듣고 학교 다니고 부족한건 아르바이트로 때웠다. 그냥 쉬는날이 없었다. 3일 몰아서 학교다니고, 4일은 아르바이트를 했으니까.아르바이트 지원가능 버튼에 불 켜진 그시절에 하기에는 너무 힘든 일이였던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막연하게 살기 위해 영혼없이 텅 빈 상태로 움직였다.
그렇게 어머니와 동생들이라도 지켜보고 싶었는데, 이제는 내가 그들을 외면한다.나만을 위해 살고 싶었다. 그냥 숨이 막혔다. 그렇게 내가 내 피와살을 깎아내려가면서 친가의 모욕적인 언사들, 서술하기 슬플 정도로 저주가 섞였던 전화들을 왜 다 받아냈을까.
학생때부터 삐뚤어진 동생들, 그냥 약했던 어머니를 내 뒤에 감추고 그 저주들을 다 받아냈다. 그들은 아직도 내가 무슨 이야기를 들었고, 어떤 모욕을 당했는지 알지 못한다.한귀로 듣고 흘려버리려 노력했지만 아직도 꿈속에서 들릴 정도로 치유가 되지 않았다.아마 평생 고치지 못하겠지.
외가쪽 어른들과 어머니는 나에게 항상 입바른 말을 했다. 너에겐 정말 못할짓을 시켰고 항상 미안하다고.그런데 내가 장기 하나를 떼네 마네 할 정도로 병들었을때 하나같이 외면하는건 당신들의 말과 너무 따로 노는게 아닌가?
가족들을 죄다 외면하고, 집을 뛰쳐나와버린 이유가 그거였다. 난 위에 서술한 과정을 거치며 몸과 마음이 동시에 너무 처참하게 망가졌고, 내 스스로도 내 속에서 무언가가 고장났음을 알게 되었고 의사도 제발 쉬라는 말을 반복했는데- 그럴수가 없었다. 나는 언제나 바르고, 의젓하고, 듬직하고, 혼자 뭐든 다 해내는 슈퍼맨이여야 했으니까.
금전적으로? 바라지도 않는다. 정신적으로라도 피곤하게 하지 말라 비명을 질러도- 아무에게도 도움을 받질 못했다. 그 흔한 '힘내'라는 말보다는 '너는 어른스러우니까 괜찮지?'가 우선되었으니.
나도 여자인지라 알콩달콩 연애도 하고 여기저기 맛있는것도 먹으러 다니고 평범하게 살고 싶었다.그런데 그게 허락되지 않았다. 결혼? 연애? 저 구름 윗동네 이야기만큼 멀었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싶은 사람을 만났다.인생에서 무언가 꼭 '하고싶다'라는 생각이 처음 들었다. 그 사람은 나에게 결혼이라는 말을 꺼냈고, 나는 저 멀리있던 뜬구름을 잡을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집을 뛰쳐 나왔더니 구름이 잡히고, 여유가 생기고, 집을 찾아가는 빈도가 줄어들수록 내가 살아있다는게 느껴질 정도였으니까.아직도 잔재가 남아 망가진 몸은 여기저기 고통을 호소하지만 그것마저 행복했다. 먼 옛날, 많은 사람들이 자유를 외치며 고통을 받았지만, 그것마저 행복해다 했던 말이 어느정도 이해가 되었었다.
나는 행복하다. 집에 들어가지 않을수록, '가족'들과 얽히지 않을수록. 지금도 명절 당일, 할머니 댁에 딱 1시간 앉아있다가 나온다. 거리를 두니까 마음도 멀어지고, 그때쯤이 아니면 연락도 하지 않는다.
그렇게 4년이 지났고 안정되어 가는데, 두렵다. 결혼은 내 마음대로 할수있는게 아니기에.이 사람이 나와 결혼을 함으로 인해 나의 가족이라는 사람들에게 스크래치를 입게될까봐.
안 그럴지도 모른다고? 그럴리가 없다. 변할리가 없다는것을 확인했고, 도망쳤으니.사람은 바꾸거나, 고쳐 쓰는게 아니랬다. 본인이 그럴 의지가 없다면 더더욱 그렇다.나 혼자 진행하는거라면 어찌되든 리스크도 내가 다 안고 갔을텐데,결혼은 집안과 집안의 연결선이라 했다. 나 혼자 마음대로 손댈수 있는게 아닌것이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랬던가?나는 내 손으로 나의 가족을 찢었다. 너같이 아버지 가슴에 대못을 박은 년은 평생 행복치 못할 것이라고, 언젠가 너의 자식에게 똑같이 찢어질거라 하시던 할머니의 말처참했던 어머니의 결혼생활내가 도움을 주기 위해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줘야하는게 당연한 가족들 사이에서의 나의 위치가 발목을 붙잡는다.
내가 할 수 있을까.더 늦어지기 전에 그 사람을 놓아줘야 하는게 아닐까.
나는 지금도 자신이 없다.아픈 내색을 겉으로 내보이지 않는다 해서 아프지 않은것이 아니고나도 사람인 이상 아프고 힘들때 누군가에게 기대보고 싶었는데전생에 나라라도 한 두어번 팔아먹었는지 그게 허락되질 않는다.
그래서 두렵다. 어떻게 해야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