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참 오래 사귀었다. 2년이 넘는 시간..
난 결코 짧은 연애라고 생각 안해.
처음 만난 추운 겨울날, 2월이라 코 끝을 찌르는
추운 겨울밤 바람이 불었는데도 서로 얼굴이 붉어져서
추운지도 몰랐어.
나는 술기운에 지워진 화장을 머리카락으로 가리기 바빴고
오빠는 일이 끝난 후 바로 왔던 터라,
땀에 찌든 냄새를 신경쓰느라 바빴었더랬지.
그렇게 처음 만났지만 "잘해줄게 사귀자" 라는 오빠의 말에
난 무슨 생각인지, 바로 끄덕였고 우린 그렇게 시작했어.
사회생활을 이제 막 시작한 남자와
졸업해서 취준을 하고 있는 여자의 연애.
좋았어.
그래도 사회생활 선배라고 조언도 많이 해주고,
첫 면접 보러 간 날, 같이 가주기도 하고,
내가 원하던 회사에 면접을 보러 가기 전날엔,
몰래 집앞까지 찾아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알로에주스를 주면서,
면접 잘보라고도 해주고..
이렇게 좋기도 했지만
우리 정말 궁상 맞기도 했었잖아 ㅋㅋ
서로 인사동 갔다가 밤에 돈 없어서
편의점에서 삼김이랑 바나나 사서 광화문까지 장난치며
걸어가던 봄날을 난 아직도 기억해
비록 돈은 없었지만, 행복했거든.
집이 마을버스로 가는 거리였던터라,
시간만 맞으면 만났었고, 서로 얼굴 보면 깔깔대고
놀리기 바빴었어.
떡볶이를 싫어하던 오빠가,
나때문에 떡볶이를 좋아하게 됐고,
식당에서 직원을 쉽사리 부르지 못하던 내가,
오빠때문에 대범하게 부를 수 있게 됐어.
난 이제 당분간은 서울 시내를 못 돌아다닐 거 같아.
홍대를 가면, 오빠가 처음 고백한 그날이 생각날거고,
청계천을 가면, 오빠랑 갔던 밤도깨비 야시장,
크리스마스 등불 축제가 생각 날거고,
광화문을 가면, 오빠 회사가 자연스레 보일거고,
남산을 가면, 서로 장난치며 올라갔던 그 때가 생각날거야.
비록, 나보단 일이 더 중요한 시기인 오빠라
서로 합의하에 헤어졌다지만, 난 아직도 실감이 안나.
그냥 평소처럼 오빠가 바빠서 연락이 안되는 거 같고,
못 만나는 거 같아.
그래서 솔직히 많이 힘든지도 모르겠어.
어떤 때에는 우울했다가, 어떤 때에는 화도 났다가,
또 어떤때에는 아무렇지도 않았다가 ..
이러다 물 밀려오듯이 쏟아내겠지.
하지만 참아보도록 할게.
오빠 잊어볼려고 노력도 해볼게
그러는데도 안 잊혀지면, 그때 연락 한 번쯤은 해도
이해해줄꺼지?
오빠가 차안에서 울면서 하던 마지막 말 중에,
미안하다고,
남들처럼 주말에 데이트하면서 사진도 찍고,
불꽃놀이도 보고, 한강도 가고 싶을텐데
자기 스케줄 맞춰주느라, 괜찮다 괜찮다 하는 거
더 이상 못 보겠다고..
나한테 온전히 신경을 써줄 수 있는 사람 만나서
누가봐도 이쁘게 연애했으면 좋겠다고..
그게 오빠 바람이라 한거, 그거 아직은 못 들어주겠다.
아직까진 오빠로 물들어서 조금은 힘들 거 같아.
그러니까, 물든게 지워지기 전에,
한 번만 연락 해줬으면 좋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