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한지 3주 됐습니다. 저는 30대 초반, 남자는 30대 중반이요.
첫인상이 나쁘진 않았고 저는 세 번은 보자는 주의라 세 번 봤는데...
세 번 내내 뭘 쏟더라고요...
처음 만난 날, 스파게티집에 갔는데 물잔을 쏟았어요. 그것도 제쪽으로요. 그 남자가 무슨 말을 하다 손을 휘저었는데 물잔이 손에 맞아 살짝 공중부양해서 제쪽으로 자빠졌어요. 회색 원피스 입었는데 오줌 싼 것마냥 젖었습니다. 처음보는 남자 차 별로 타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집 근처까지 타고 왔고 가방으로 가리면서 왔어요.
두번째날... 부페를 갔는데 진짜 부페는 안갔으면 했어요. 뭔가 불안했거든요... 근데 이 남자가 저보고는 앉아있으라고 자기가 가져오겠다고 하더니... (사실 대접은 공주 대접입니다.)
불안한 예감이 가시질 않아서 쳐다보고 있었는데 한 손에 음식 잔뜩 담은 접시 두 개, 다른 한 손에는 음료수 잔 두 개에 디저트 그릇 이런 식으로 엄청 들고 오더라고요.
그러다가 지나가던 사람이랑 부딪힌 것도 아니고 스쳤는데 지가 워낙 많이 들고 있으니까 그 작은 충격에도 휘청대더니 바닥에 음식이랑 음료수 다 쏟고 주변 사람들 옷에 튀고... 정말 난리도 아니더라고요...
모르는 사람인척 하고 싶었어요.
웃긴 건 지가 쏟아놓고 그걸 치우는 직원이 한 숨 쉬었다고 기분 나빠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그 날 더치페이하고 그 남자하고는 끝내려고 했습니다. 근데 부득불 자기가 낸다고 계산을 끝까지 하더니 저보고 다음에 영화를 보여달라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영화까지만 보고 끝이다 라는 생각을 하고 영화예약을 했어요. 주말이라 사람이 엄청 많았습니다. 영화랑 팝콘이랑 다 제가 살 생각이었어요. 표는 이미 예약한 거고 팝콘만 사면 되는데 저는 팝콘1, 음료 2 세트를 사려고 했어요. 그런데 이 사람이 저 세트에 무슨 닭튀김 같은 거? 그거 추가하고 생수도 추가 하더라고요.
일단 다 샀어요. 남자가 저한테 뭔가를 뽑아먹으려고 그런 건 아닐거예요. 원래 좀 많이 먹는 편이고 팝콘 본인이 산다는 걸 굳이 제가 계산한 거 거든요.
제가 생수는 제 가방에 넣고 들어가서 주겠다 하면서 제 음료 하나랑 생수랑 챙기는데 이 남자가 아니라고 자기가 다 들 수 있다고 큰소리 치길래...
그러면 안되는 거였는데 제가 제 음료랑 표만 챙기고 나머지 다 그 남자한테 줬어요. 뭐 잠깐 이동하는 사인데 무슨 일 있겠나 싶어서...
근데 제가 영화 직원한테 표를 보여주고 들어가려고 하는데 저는 영화관 직원쪽을 쳐다보고 있어서 옆에서 무슨 원맨쇼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어요. 정확히는 약 한두걸음 뒤쪽 옆이죠.
갑자기 차가운 무언가가 제 오른쪽 귓방맹이를 날리더니 바로 제 눈 앞으로 콜라컵이 날아가 바닥에 처박히더라고요.
당황한 표정의 그 남자가 팝콘이랑 닭튀김?을 한 손에 들고 다른 한쪽 겨드랑이에는 생수를 낀 채 저를 쳐다보더라고요. 이미 바닥엔 팝콘이 흩날려 있었구요.
아마도 지가 들고 있던 게 좀 무거웠거나 또 쏟을 것 같았나부죠? 근데 다 먹는 거다보니 바닥에 놓고 재정비를 하긴 뭐하고 혼자 원맨쇼를 해보려다가 주변 사람 생각 못하고 저 ㅈㄹ 을 한 게 아닌가 싶어요.
하.....
돌겠더라고요...
미리 말씀드렸지만 주말이라 사람도 많았고 다들 우릴 쳐다봤어요. 남자가 그 와중에 챙피했는지 뭔지
"손대지마요! 내가 다 치울게요! 손대지마요!"하는데
제가 못되먹어서 그런지 더 싫더라고요.
뭘 니가 치워? 이런 생각만 들고...
일단 그날은 화장실 가서 대충 닦고 찝찝한 기분으로 영화보고 저녁 안 먹고 바로 집으로 왔는데
이 남자가 기분 망쳐서 지가 미안하다고 하면서
미안한 마음에 이번엔 자기가 영화를 쏘겠다고...
고민스럽습니다...
일단 직업은 둘 다 괜찮습니다. 둘 다 인서울 대학교 나왔고 양쪽집도 먹고사는 문제는 없습니다.
나이대도 맞고...
그리고 남자가 일부러 저러지 않았다는 거 잘 알고 있어요. 근데 조심성 없는 사람 같기도 하고 뭔가 쎄합니다.
저는 당신이 절 만날 때마다 뭔가를 쏟아서 그게 결정적으로 싫어요. 가 솔직한 마음인데... 저도 이런 건 처음이라... 계속 만나야 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