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댓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또 읽었습니다. 덕분에 내가 100명이 모두 반대하는 결혼을 하려는 사람이구나...우습구나... 싶었습니다. 남자에 미친녀란 따끔한 조언도, 통장을 반드시 확인해보라는 조언도, 조언글 자체가 마지막 동아줄처럼 보인다는 댓글등 모두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는 지역이 달라 주말에만 만나는 우리는 지난주에 결혼반지를 찾아왔습니다. 남친은 “뭐 기분 나쁜일 있냐,하루 종일 말도 잘 안하고 왜그러느냐.”
“오빠 우리 결혼 좀 미룰까.”
“왜”
“결혼 준비하는데 내가 너무 힘들어서 안되겠어”
“왜 힘든데? 나 때문이야?”
“오빠 때문이 아니라 나 때문이야, 내가 이 결혼에 확신이 없어.”
“나 때문이네, 내가 확신을 못줘서 그런거겠지. 그래서 오늘 계속 말없이 그랬냐, 너는 혼자서 다 생각해놓고 통보하더라.”
“언제 내가 궁금한거 시원하게 말해준적 있었냐, 재정보고서도 내가 석달넉달 애걸복걸해야 주고, 재정상태 물으면 두리뭉실 대답하거나, 얼렁뚱땅 넘러가거나, 적반하장 화내는데, 내가 할 수 있는게 나혼자 생각하고 결론내는거지. 내가 결혼 준비하면서 제일 힘든게... 내가 잘못된 사람을 고른게 아닐까 의심하는거야. 그동안 오빠의 사소한 거짓말, 큰 거짓말 다 모여서 나는 오빠가 허언증 환자같고 믿을 수가 없어.이런 상태로 결혼하는거 무리야.전에 오빠한테 혼인신고랑 결혼식중 고르라니까 오빤 결혼식을 택한다 했잖아. 혼인신고도 안 할 결혼식을 왜 집착하는거야?! 주위에 알려서? 그 사람들이 그렇게 중요해? 난 내인생이 중요해! 차라리 망신 한번 겪고말래. 오빠 스스로도 결혼에 확신없잖아! 그러니까 두 번이나 결혼 엎고싶으면 엎으라 그랬잖아!”
“그래! 내가 허언했어! 없던 일로 해!”
그리고 집을 나가길래, 남친집에 있던 내물건 챙겨 나오려고 했는데, 또 금방 돌아와서 얘기를 더 하다가 “오빠가 허언증환자가 아닌것만이라도 보여달라, 연금깨고 아버지께 이체하려면 오빠통장으로 들어왔다 나갔을거 아니냐,그 흔적만이라도 보여줘” 했더니 다음주에 보여주겠다면 가지말라고 안더라구요. 나도 맘이 약해져서 안아주고 토닥여줬습니다... 이틀사이 대화하는데 오빠는 ”내가 더 잘할게, 이러지마” 이러다가 “아니 통장 안보여줄거다, 보여줘도 너는 안믿을거다” 이러기도하고 “그래 내가 허언했다! 너 믿고 싶은대로 믿어라” 이러기도하고 “아버지한테 빌려준 돈 못받는다 생각하고 0원에서 다시 시작하겠다” 이러기도하고 “지금 아버지한테 돈돌려받는건 어버지 밥줄끊는거야. 먹고 살게는 해야지.” 이랬다 저랬다하는 중에도 “그래도 부모인데 다음에도 부모님이 돈이 필요하다고 하면 난 모른척 못한다”는 주장은 여러번 일관되더군요.
다음주 통장에 실제 연금의 흔적이 있다면 완전 사기꾼은 아니었구나 좀 안도는 하겠지만, 결혼은 못할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