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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연애 이별했다

첫연애 |2019.07.30 04:42
조회 4,068 |추천 3
남자. 20대 후반에 첫 연애를 시작했어.

그 전까지는 좋아하는 애가 있어도 숨기진 못하는데 그렇다고 다가갈줄도 모르고 그랬었거든. 근데 이번에 헤어진 여친은 진짜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다가가서 사귀게 됐었어. 진짜 너무 좋았다.

그런데 우리는 장거리 연애였어. 세시간 걸리는 거리. 많아 봐야 한달에 세번정도 만났었지. 그래도 진짜 좋아하는 마음이 컸기에 서로서로 찾아가고 그랬고, 내가 돈을 벌기 시작한 뒤로는 휴일만 되면 내가 보러가고 그랬지. 걔처럼 나를 좋아해주는 애도 없었던거 같아. 나도 그랬고. 초기에 사정상 두달씩 못보고 그런 일도 있었는데 그래도 마음이 식기는 커녕 애틋한 마음만 더 생기고 그랬으니까.

문제는 내가 첫 연애에다가 워낙 무뚝뚝한 성격이라고 주변에서 들어왔던 사람인데 서툰 연애와 그런 성격이 얘한테도 느껴지게 된거야. 사랑한다고 표현도 잘 안하고 그냥 얘기해도 웃기만하고 카톡도 적극적으로 안하고... 그래서 알고 사귄 얘도 초반에 많이 힘들어하면서 나에게 이것저것 많이 가르쳐줬었지. 나보다 한참 어린데도. 그리고 나도 거기에 따라가면서 많이 나아지려고 노력했고 그 덕에 여친도 더 좋아하는 모습이 보이고 하니까 좋더라.

그런데 내가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여친한테 할애할 시간이 정해지니까 얘가 힘들어하기 시작했지. 나도 직장 스트레스를 결코 티는 안냈지만 온전히 내 에너지를 얘한테 다 쏟지는 못했고. 그래서 연애 1년쯤 됐을때 걔가 이별통보를 했었어. 장거리니까 어쩔 수 없이 전화로. 근데 내가 병신같았던게 '헤어지기 싫다.' 그냥 이런식으로만 말하면서 계속 붙잡은거야. 그러다보니 당연히 결과는 안 좋았지.

이틀 뒤에 카톡이 왔어. 잘 지내냐고.
난 끝이면 끝인줄 알았던 병신이라 또 무뚝뚝하게 한줄로 답장했어. 무슨일이냐고. 그러곤 걔한테 전화가 와서 얘기를 했다. 무슨 애길 했는지 잘 기억은 안나지만 여튼 잘 해결되어서 다시 만남을 이어가게 되었어. 걔는 어땠는지 모르겠는데 그런 사건 이후로 나는 얘가 진짜 더 좋아지기 시작했어.아니 더 좋아지는게 아니라 내 마음속까지 완전히 자리잡기 시작했어.

반년이 더 지났을까. 매번 즐거운 만남과 가끔씩 사소한 섭섭함만을 드러내던 커플이었는데 다시 한번 또 서로 바빠진 시기가 찾아오더라. 한달 정도 못 볼 정도로. 그래서 그 전에 2박3일 여행도 가고 최대한 더 붙어있으려 했지. 그러고는 바쁜 한달이 시작됐어. 3주 정도 못봤을까. 나는 어떻게든 보고 싶은 마음에 시간을 쥐어짜서 4시간정도라도 그 애를 보러 찾아갔어. 지난주였나 그게. 정말 가는길에도 애정 넘치는 카톡을 하면서 딱 도착했는데 만나는 순간 얘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눈빛이나 사소한 행동, 나에게 집중하지 않는 듯한 태도. 그리고 내가 얘의 밝은 에너지를 정말 좋아했는데 그것마저. 속으로 끝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얘기할 수는 없었어. 겁이 나서. 내 속에는 얘가 이미 너무 크게 자리잡고 있었거든.

3일 뒤에 카톡으로 이별 통보가 왔다. 어떠한 이유도 없이 그냥 그만 만나자는 말로. 내가 야간근무를 하고 낮까지 자고 있던 와중에 폰 소리에 깨서 그걸 봤지. 예상은 했지만 참... 모르겠더라. 근데 또 여기서 내가 병신같이 그냥 미안하다고 알겠다고 그랬다. 내가 감정을 붙들고 있는걸 너무 힘들어해서 그냥 끊어버리는게 버릇이 되어버렸거든.

그런데 얘는 못 끊겠더라. 첫날은 온 몸에 힘도 없고 뭘 해야할지 모르겠더라. 그래서 다음날 생각을 정리해서 장문의 메세지를 보냈다. 붙잡는것도 아니고 그냥 내 썩어가는 심정을 얘기했어. 그랬더니 얘도 자기 얘길 했지. 나의 무덤덤함과 표현없는 성격때문에 이제는 자기도 마음이 식어버렸다고. 대신 너무 힘들면 가끔씩 연락하라고 하더라. 나는 그러면 더 힘들거같아서 안그러려고 했는데, 셋째날 진짜 가슴이 너무 답답해서 바로 연락했다. 상냥하게 받아주는 걔 목소리에 숨이 트이는 기분이 들었지. 한 시간 가량 얘기를 하고 나는 좀 나아진 마음에 애써 밝은 모습으로 카톡을 했다. 그런데 걔는 그렇게까지 나를 받아줄 생각이 없어서 읽씹을 했고 난 또 가슴이 무너지면서 미안했고 연락을 안하겠단 장문의 메세지를 보냈다.

그러고 오늘. 나는 일을 하다가 호흡곤란이 올 정도로 가슴이 압박되는 느낌에 밖을 뛰쳐나가기까지 했어. 진짜 지랄이지.안되겠더라. 퇴근 후에 통화를 했다. 받아주더라. 이젠 내 자존심이고 뭐고 그냥 힘든 마음도 보여주고 밝은 척도 해보고 기회를 달라 매달려도 보고 별별짓을 다 했다. 걔는 그냥 낮은 목소리로 위로를 할 뿐 긍정의 대답은 주지 않았어. 그러고는 약속이 있다기에 끊었지.

그러곤 난 이미 모든 걸 내려놓은 상태라 30년 가까이 살면서 안해본 행동들을 그냥 여과없이 쏟아내기 시작했다. 답장없는 카톡도 하고 늦게 까지 연락 없어서 부재중 전화도 대여섯번 하고. 그게 오히려 걔 마음을 멀어지게 할거라는걸 알면서도 안할수가 없더라. 난 내가 그런 사람인줄 상상도 못했어. 웃기더라.

그리고 방금 새벽 선잠에 든 사이 카톡이 왔다. 나를 위해 연락은 받아주겠다는거였는데 안되겠다고. 잘 견뎌내길 바라고 잘 살아라고. 그러고는 모든 연락 방법을 차단당했다.

고맙고 미안한 마음뿐이다. 니가 자기에게 화도 날거라 그랬는데 화는 전혀 안났어. 못해준것만 미친듯이 생각났지. 너 때문에 이렇게 살면서 한번도 안들어와본 판에다가 글도 쓴다. 이제는 진짜 완전히 끝난걸 알아. 일말의 여지도 없이 말이야. 몇 개월 뒤에나 마음이 가라앉고 무덤덤해지면 다시 전화 한번 해도 될까. 못해주기만해서 한번은 직접 보고 미안했다고 하고 싶다. 새 남친은 너무 바로 사귀지는 말았으면해. 내가 그걸 알 방법도 없지만 이제.
추천수3
반대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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