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0년 전이구만
여기에 쓰는 게 맞나 싶지만 20대들이 공감할 것 같아서 써봄
나한테는 영화같은 기억인데
중3때 짝이 진짜 잘생겼는데 과묵하고 좀 괴짜? 였어
다른반에서 얘 좋아하는애들 진짜많아서 편지랑 선물도 받을 정도고 발렌타인이나 빼빼로는 뭐...ㅎㅎ
내자리가 빈곤해보였다ㅠㅠㅠㅠㅠ
중1 중2 때도 잘생겼다고 소문나서 얘 이름만 들어보고 어떤 애인지 궁금했는데
중3때 2학기 내내 짝이라 뭔가 신기하기도 했어
얘는 연애를 안 해서 매번 누가 뭘 주면
예의상 고마워- 하면서 고개 갸웃하고 받더라
허구한날 선물이랑 편지 안고 터덜터덜 들어오는 거 보면서 좀 신기하기도 했어
근데 누구한테 고백을 받았으면 얼굴에 좋아하는 티가 날 법도 하잖아??
표정 하나 안 변한채로 가방에 소중하게 넣는 것도 괴짜같았음;;
인기남의 삶이 저런 건가 싶더라...ㅎㅎ
그렇다고 학교에서 난리날정도로 인기가 있진 않았어
오히려 같은 반에 (지금 잘나가는 연예인) 잘생긴 남자애가 있었는데 걔는 그때도 인기 터졌지...
논외지만 지금 연예계에서 잘나가는 얘는 수학시간 반이동 할때만 나랑 짝이었는데
실컷 축구하고 땀냄새 풍기는 옷 내 코에 들이댈 때마다 죽이고 싶었음 :)
내 짝은 그냥 성격 진중하고 잘생긴 범생이 이미지로 소소하게 인기 있었던듯 ㅇㅇ...
내가 얘한테 왜 거절할거 선물은 맨날 받아오냐고 물어보니까
그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자기한테 왜 주는지 모르겠는데 사람이 성심성의껏 준비한 걸 거절하는 게 맞는 건가 싶어서 일단 받는 거라고 하더라고
편지도 차곡차곡 쌓아놓았을 인간임;
그리고 괴짜인건
여름인데도 두꺼운잠바 입고 다니고 평소에 말시켜도 최소한의 말만하고 잘 웃지도 않아
진짜 가끔 웃을 때 심장 살살녹는 기분,,,
어느날 3학년 반대항 체육대회 날이었는데
시작부터 배가진짜 너무아픈거야 불붙은것처럼
바로 담임쌤한테 얘기하고 우리반으로 호다닥 올라왔어
생리통때문에 끙끙거리면서 책상엎드려서 고통받았지ㅠ
교실은 불 다 꺼서 어둡고 햇빛때문에 희미하게 밝고
가을에서 겨울 넘어가는 때라 날씨는 좀 선선했던 것 같아
창문 밖 바로 밑에서는 체육대회 하고 있는데
줄다리기 하는 소리, 피구하는 소리 들리고
그러다가 1시간쯤 뒤인가 그 짝이 들어왔어
나도 얘가 갑자기 왜 온지는 모르겠어
내가 엎드려서 엉망진창 되어있으니까 뭐하고 있어? 라면서 다가오더라고
차마 그 나이때 좋아하는 남자애한테 생리통이라고 말하기 그래서
아 몸이 좀 안 좋아서,,,ㅎㅎ 하고 말았다ㅠㅠ
그리고 걔가 계속 내 옆에 있어주더라
뭔가 심장 쿵쿵 뛰는데 배는 너무 아프고 되게 잔잔한 대화를 한듯
그러다가
90년대생 중에 그 칠판 옆에서 다른 판 꺼내면 모눈 그려진 판 나오는거 알아?
그거 꺼내서 조용한 교실에서 둘이 분필로 오목두면서
또 얘기하고
얘가 이렇게 말이 많은 애가 아닌데 그날은 좀 신기한 날이었어
그리고 그때 분위기를 지금도 잊을 수가 없더라...ㅠㅠ
얘랑 체육대회 내내 그렇게 놀았어
점심도 그날은 걔랑만 따로 먹고
이날 후로 꽤 친해졌는데 중3 그렇듯 시간은 엄청 빠르게 지나가고 얘는 남고 가고 나는 먼 여고로 가고...
졸업식날까지 고백 못하고 그대로 빠이빠이했다 ㅠㅠ
걔가 또 괴짜인건 그 당시에 남들 다 있는 (초창기) 스마트폰도 하나 없어서 번호도 모르고 sns도 당연히 안 했어
지금은 대학을 다니는지 군대를 갔는지 조차 몰라...ㅋㅋ ㅠㅠ
내 기억에서 가장 봄 같은 날일듯..☆
종종 다른 사람들 학창시절 연애썰 읽을때마다 기억조작 당하는 기분인데 그게 또 좋더라
++ 이 글 올리고 얼마 안 지나서 이 친구 이름이
친구의 친구로 페북에 떴길래
설마하고 페메를 보냈는데 정말 이 친구가 맞더라구요
저도 너무 놀라고 하다가
이제는 자기도 핸드폰 있다고 하면서 번호도 교환했어요
마침 집도 여전히 근처에 살아서 조만간 밥먹자 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들 많이 했네요
사진을 봤는데 예전 그 어린티는 안 나고 많이 컸더라구요
괜히 신기하네요
글 잘 올린 것 같아요 ㅎㅎ
그리고 그때 왜 그렇게 괴짜였냐고 물어보니 그냥 중2병 이었던 것 같다고 합니다...ㅋㅋ 자기도 이해할 수가 없대요
아무튼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이게뭐라고 14000명이 봐주신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