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시집살이 안 하고 산다고 생각했고
시어른 두 분 좋으신 분들이라 여기며 살았습니다
그래도 순간 순간 이런게 '시'자구나 느껴지는데
오늘 제대로 현타가 오네요
너희 뭐 해 먹고 사냐 이 말에요.
이 말을 왜 여러 번 들어야 할까요
남편은 제가 잘 챙겨 준다는 걸 알려드리지만
그래도 내 아들 잘 먹고 다니는지
또 확인하고 싶으신 걸까요
제가 취집한 것도 아니고 공무원입니다
아침 8시에 집을 나서는 상황에서도
저는 6시 반 이전에 일어나 아침상을 차렸습니다
지금은 반년 정도 휴직할 일이 있어 집에 있지만
그래도 7시 반부턴 아침상을 준비합니다
신랑 퇴근이 늦어서 아침이라도 얼굴 보며
밥 먹자고 일부러 노력한 일이고
신랑도 고마워하며 제 음식 잘 먹습니다
주말엔 신랑이 한 두끼 요리해주기도 하구요
국 하나 메인 반찬 하나 여유 되면 자잘한 밑반찬까지
이 정도면 뭐 하나 부족하지 않은 거 아닌가요
미역국 된장찌개 청국장 김치찌개 콩나물국 소고기무국
등등 돌려가면서 매일 새로 끓이고
장조림 부추무침 시금치나물 콩나물 감자조림 감자볶음
계란말이 제육볶음 두부구이나 조림 오징어볶음 등등
매일 다른 요리 해줘요
물론 레파토리가 넓진 않죠 이제 2년차 주부니까요
하지만 너무 시댁이 거리가 가까운 게 문제일까요
어머님이 주시는 반찬과 김치 여러 식자재들이
제게는 어느 순간 수행할 퀘스트로 느껴지네요
무 오이 상추 등등 과제는 다양하죠..
여름 내내 주신 야채들 매일 무쳐 먹느라 질리더군요
주말에 연락하실 일 있으면
늦잠 자는 아들 깨울까
아침형 인간인 저에게만 하시지요
주말엔 늦잠 자게 두라고 말씀을 두어번 하시더라구요
네.. 신랑 참 사람 좋고 신랑과 만나고 결혼해 사는 동안
단 한 번도 언쟁할 일 없이 잘 지냅니다
다만 시부모님은 신랑의 케어를 인수인계 받는
기분이 종종 들게 만드시네요
물론 평범하고 선량한 분들이라는 거 압니다
쌀 김치 야채 기름 반찬 매번 퍼주시고
며느리가 좋아하는 반찬도 일부러 하시기도 하죠
김장도 제사 준비도 잘 안 시키시고
시댁에서 식사하면 요리나 설거지를 시키지도 않으시죠
전 잔심부름이나 정리 좀 하는 정도일까
하지만 그럼에도 이런 순간들이 생겨요
예단 생략하자 하다가 말 바꾸신 거
저는 알아듣지 못할 시댁식구들 이야기 오래 하시는 거
은연중에 며느리 음식대접과 전화 연락 바라신 거 등
이해하려 하면서도 문득 불편해요
물론 전화는 각자 집에 전담마크하며
별 문제 없는 중이고 시부모님도 포기하신 거 같아요
하지만 며느리라는 이름이 이럴 때는 좀 싫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