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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족성폭력, 저도 제 상처를 고백합니다.

내가가장사... |2019.12.02 01:48
조회 14,693 |추천 156
6살 무렵 아파트 윗층 남고생에게 엘레베이터에서 성추행을 당했다. 이혼한 엄마의 남자친구에게 9살부터 11살에 걸쳐 내 집에서 성추행을 당했다. 6살 때 직장에 계신 엄마께 울며 전화했을 때도, 11살 때 어렵게 용기내어 엄마 남자친구의 부정한 행위를 얘기했을 때도 엄마는 날 위해 싸워주지 않았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며 덮고 넘어갔다. 첫번째 때는 회사생활 하겠다고 아이를 혼자 뒀다는 시댁 식구와 아빠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 그랬던 것 같고, 두번째 때는 남자친구를 감싸기 위해 거짓말 하지 말라 일축한게 아니었을까 추측해본다. '이상한 아저씨가 몸 만지고 그러면 엄마한테 꼭 말해야해' 라고 엄마가 자주 말했었는데, 그 '이상한 아저씨'의 범주에 자기 남자친구는 없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거짓말 하는게 아니냐 반문하며 음식을 썰던 엄마의 무심한 뒷모습이 20년 넘게 흐른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엄마는 두번째 사건의 그 남자친구와 이후로도 1년여 간 더 만났는데, 남자친구 부인이 쫓아와 머리 끄덩이를 잡히고서야 관계를 끝냈다. 그 날 동네 사람들과 나는 우리 엄마가 불륜녀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고, 나는 엄마가 우는게 슬펐지만 이제 그 아저씨를 그만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묘한 안도감을 느꼈다.



근데 내 아빠란 인간도 만만치 않은 인간이다. 6살 어린애가 이상한 그림을 그리더라며, 너 그때 무슨일이 있었던게 아니냐며 세상 딸바보같이 굴면서도, 방학 때 놀러왔던 딸이 엄마 집에 돌아 간다는데 작별인사로 입 속에 혀넣고 딥키스를 하는 또라이같은 놈이었다(초5-6무렵으로 기억). 어렸기에 좀 이상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엄마 가세가 기울어 아빠집에 맡겨진 이후부터는 또라이짓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어떤 날은 술먹고 들어와선 방문 다 열고 나체로 대자로 뻗어 자고, 어떤 날은 술취해 들어와 내 신발과 방구석에 오줌을 눴다. 대개는 두 가지를 같이했다. 다음날 깨어난 아빠에게 옷은 좀 입고 자라고 말하면, 성경구절을 읊으면서 '아버지가 벗고있는 모습을 본 자식에게 원죄가 있다'는 개소리도 떠들었다.
그러던 어느날, 술에 취해서는 먼저 잠든 내 뒤에 딱 붙어 눕고는 거길 대고 문지르다가 내 가슴까지 만지기 시작했다. 이러다 정말 큰일이 생길 것 같아서 뒤척이는 척 몸을 빼내고는 다시 나를 못건드리게 힘껏 웅크렸고, 두근거리는 심장소리를 들으며 뜬눈으로 밤을 샜다. 다행히 아빠란 놈이 술기운에 취한 건지 그 이상 용기가 안 났는지, 여튼 잠이 들어버려 큰 사달이 나진 않았다. 그날 이후부터는 녹슨 기억자 쇠고리로 문을 걸어 잠그고는 아빠가 집에 들어올 때부터 잠들 때까지 촉각을 곤두세웠다. 아빠가 불끄고 잠이 들어야 나도 잤다. 문을 잠그고 부터는 술기운 핑계로 내 몸을 건드리려야 건드릴 수 없게 되었지만, 학교 갈 차비도 주지 않았고 욕실이 없어 씻지 못하는 딸을 돌보지도 않았다. 당시 기준으로도 명백한 아동학대, 방임이었지만 도움 청할 곳을 몰랐다.


그 이후 몇번의 굴곡을 넘어 회사생활을 하면서도 숱하게 제2, 제3의 성추행범들을 만났다. 이른나이에 사회생활 시작했고 딱 봐도 뭣 몰라 보이니 막내 삼촌뻘 남자들은 슬쩍 다리도 만지고, 허리도 감싸고, 어려서 그런가 뽀얗고 이쁘다고 군침 흘렸다. 나는 매일 '세상이 더러운가, 내가 깨끗한 척 하는 건가' 헷갈렸다. 다 이렇게 사는데 나만 유난을 떠는 것인지.... 놀랍게도 이게 20년 전 얘기가 아니라 고작 10여년 전 얘기다. 내가 살아온 인생기를 터놓은 유일한 언니 한분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삼촌에게 당한 적이 있어. 어릴 때 자다가 뒤로.. 아프다고 소리를 못 질렀어' 라고. 덤덤한 그 분의 말이 너무나 시리게 꽂혔다..

'여자 패는 놈이 사람새끼냐', '지 딸 건드리는 놈들은 다 거시기 짤라서 무인도로 보내버려야 해'.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아빠 대사다. 심지어는 '시집 가기 전에 나한테 데려와. 괜찮은 남자인지 봐주겠다'며 절절한 딸사랑을 드러내기도 했다. 내가 기억을 못할 줄 아는 건지, 저렇게 뻔뻔한 소리를 낯짝 안 바꾸고 지껄이니까 내가 미친 것 같았다. 나는 이제 태양빛 아래 반짝이는 한강물만 봐도 너무나 예뻐보이고, 거기 들어가면 고요함 속에서 모든 고민이 녹아 없어질 것 같은 지경에 이르렀는데 가해한 사람은 아무것도 기억을 못하다니 억울했다. 고여있는 억울한 감정의 본체가 무엇인지도 몰랐던 그때, '방문 그만 걸어 잠그자', '이제 내 인생을 살자', 하는 마음이 기적처럼 피어올랐다. 그리곤 몇 벌의 옷가지만 챙겨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집을 나왔다.

내가 집을 나가자 며칠 뒤 전화를 걸어온 아빠는 '이제와서 엄마 밑에서 살려는 거냐. 다 키워 놨더니 이렇게 배신을 하느냐' 했다. 그때는 듣는 귀가 여럿 있어 다 말하지 못했지만 이 자리를 빌어 하고 싶었던 말을 꺼내어 본다.

나는..... 너네 둘 다 싫어. 아빠고 엄마고 정말 진절머리 나. 내 유년시절, 청소년시절 둘이 다 꼬아 놓고 나한테 그런말 꺼낼 자격이나 있니? 티비에 나오는 심각한 성폭력보다는 내 사정이 나으니까, 나는 성폭력을 당했다고 말조차 하면 안될 거라고 스스로 재갈 물리고 20년을 살았어. 술 안먹으면 친구같은 아빠, 딸바보 아빠 열연하는 너 때문에, 나 스스로를 의심 했다구. 근데 앞으로 60년을 그렇게 생각하면서 살 걸 상상하니 정말로 내 인생이 너무나 딱해. 마음 같아선 지금이라도 니 주변 모든 사람들한테 다 폭로하고 싶어. 내가 잘못한 게 뭔데 가족 하나 없는 외로운 인생을 마치 '선택'이라도 한 것 처럼 살아야하니? 대체 왜? 
엄마 대신 살뜰히 챙겨주신 고모들께도 니들이 했던 짓거리 한마디도 말씀 못드렸어. 그래도 핏줄이니까. 심지어 가장 내 곁에서 힘이 되준 고모가 호주로 이민 가신다고, 그러니 제발 통화 한번만 하자고 마지막 연락이 왔을 때도, 고모와 연락하면 니들이 또 망령처럼 따라붙을까봐 하루종일 울면서 나혼자 작별인사를 했다. 제발... 인간 답게 살자. 반성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어디서 추위에 떨다 죽든 굶주리다 죽든 병으로 죽든 니들 힘으로 알아서 가. 그게 마지막으로 내가 당신들에게 바라는 유일한 선행이야.




그리고 지금 이순간 친족 성폭력을 겪으시는 모든 분들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성추행도, 성폭력의 하나입니다. 이게 너무나 원론적인 말 같기만 하고 잘 와 닿지 않는게 사실입니다. 티비에 나오는 굵직한 성폭력 사건들을 들으면, 내가 당한 것은 참을 만한 일이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성추행을 당했건 성폭행을 당했건.... 홀로 참고 견디는 건은 불가능합니다. 혼자 참고 버티려 할수록 완전히 궁지에 몰리게 됩니다. 피해의 고리를 끊을 수 없음은 물론이고 참는 과정에서 스스로 다그치다 더욱 상처 입게 됩니다.
그러니, 어디선가 성폭력에 노출된 분이 이 글을 읽으신다면, 내 피해가 작건 크건 꼭 당신을 도와줄 곳을 찾으세요. 상담소든 신고기관이든 가야합니다. '나만 참으면 되지'라는 생각은 나의 상처를 그냥 두는 것으로도 모자라 더 커지게, 더 깊어지게 합니다. '누구나 다 겪는 일이니 너만 참으면 된다', '이런 걸 어디가서 말하고 다니면 너만 망신산다. 조용히 해야 가족이 행복할 수 있다' 는 사람들, 성폭력 저지른 사람과 똑같은 사람입니다. 그 사람에게 의지하고 기대지 마세요. 이미 당신을 보호할 수 없는 사람입니다.


저는요, 저를 아껴주는 사람이 저 하나 밖에 없다는 걸 너무 늦게 알았어요. 20대 중반에 집을 나와서 지금껏 7년 여를 버텼는데, 당시엔 몰랐지만 걷던 길은 가시밭길이었고, 그 가운데 상처입은 저를 두번, 세번 죽인건 제 자신이었어요. 이런거 말해봤자 누가 믿어줘, 누가 알아줘. 난 별거 아니네... 나만 입다물면 아무 문제 없는데.... 그랬던 제 자신요.. 저처럼 바보같이 사는 분 더는 없었으면 해요... 범죄를 당한 피해자가 스스로 부끄럽다, 수치스럽다고 숨지 않는 세상이길 바라요. 가해자의 보복이 무서워서 입도 못떼는 세상이 아니길 바라요. 성범죄에 관대하지 않고, 성범죄 피해자가 당당하게 맞서 싸울 수 있는 좋은 세상이 올 때까지 저 또한 사회의 일원으로써 작은 노력들을 보태겠습니다.
끝으로, 앞으로 긴 세월을 살아갈 저에게 익명으로나마 고백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시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청사진을 그리게 해주신 이강님께 감사인사 드립니다. 건강하세요.
추천수156
반대수1
베플커피는그란데|2019.12.02 02:09
용기내 주셔서 감사해요. 이번 기회에 친족 성폭력에 대해 대한민국 전체가 경각심을 갇고 법체계를 손볼수 있도록 많은 분들이 더 용기를 내 주셨으면 좋겠네요.
베플ㅇㅇㅇ|2019.12.02 07:27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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