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여자친구가 대학을 갑니다

Azpilicueta |2019.12.04 20:59
조회 249 |추천 0
안녕하세요. 달리 고민 상담할 데가 없어 혼자 끙끙 앓다가 여자분들 많은 데에 글 올려서 조언받고 싶어 글을 씁니다.




저는 부산에 살고 있는 18살 남고생입니다. 제가 중3 때, 집안 형편이 좀 안좋아져서 고액 과외를 관두고 저보다 한 살 많은 저희 누나랑 같이 동네 수학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가 2017년 가을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렇게 그 학원에서 지금 여자친구를 만났습니다.

처음에는 아무 감정 없었습니다. 남들이 딱 봤을 때 헉하는 미모도 아니고 전혀 예쁜 얼굴이 아닌 그 누나를 처음부터 좋아하진 않았습니다. 처음엔 그냥 저희 누나한테 오늘 학원차 타고 집에 가자고 말하러 갔다가 우연히 누나와 같은 반이어서, 그 누나를 알게 됐습니다. 한 두 번 인사하다, 학원차에서 마주치고, 집가는 길에 몇 번 얘기를 하다보니 저도 모르게 그 누나를 좋아하게 됐습니다. 그 누나는 공부를 아주 잘하는 편은 아니어도, 엄청 독하게 열심히 했습니다. 그 누구보다도 인생을 열심히 사는 모습에 반했고, 무슨 말만 하면 웃어주는 모습과 똑부러진 모습이 좋았습니다. 그 해 겨울에 저는 고백했고 저희는 사귀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사귀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는 곧 헤어집니다. 저는 고2고, 여자친구는 졸업을 앞둔 고3입니다. 여자친구는 부산대 아니면 서울권으로 대학을 가게 될 걸로 보입니다. 이번 달 10일이 수시 발표일이라 아직 여자친구와 대학 발표 이후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여자친구도 저도 미래를 대충 짐작하고 있습니다. 대학생과 고등학생이 만나는게...쉽지 않으니까요. 게다가 여자친구는 서울로 갈 수도 있고 저는 고3이고요. 저희는 정확히 '우리는 언제가 마지막' 이라는걸 정해놓진 않았지만 끝을 향해 가고 있다는 건 압니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픕니다.


수능 직후에 여자친구가 인서울대학 면접을 보고 내려왔습니다. 면접을 잘 봤다길래 축하해주고, 며칠 후에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딱 집어서 몇 월 며칠날 헤어지자는 말은 안했지만 그 날 저희는 끝을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함께하는 한 두 달만이라도, 순간순간을 소중히 보내자고 약속했습니다. 여자친구는 저도 이제 고3이니 제 공부에 방해되고 싶지 않다며 미안하다 말하지만...저는 오히려 지금이 아니면 같이 보낼 시간도 없고, 지금 후회를 안 남겨야 진짜 고3 생활을 잘 보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저희는 사귀는 동안에 흔히 말하는 '데이트'를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2017년 12월부터니까, 지금껏 2년 가량을 만나면서도 어디 시내에 나가서 만난 데이트는 두 손에 꼽을 만큼 적습니다. 항상 학원 자습실에서 함께 공부하는 게 저희의 데이트였습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여자친구는 자기 인생을 정말 소중히 다루고 책임질 줄 아는 멋진 사람입니다. 그래서 제가 고백할 때도 절대 누나 공부에 방해되지 않게 하겠다는 약속을 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놀기 좋아하는 저도 여자친구가 좋아서, 여자친구를 따라다니며 의자에 앉게 되었고,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여자친구에게 한없이 고맙습니다. 저를 인간으로 만들어줬으니까요.


어쨌든 그렇게 약속하고 2주 정도가 지났는데 사실 정말 행복합니다. 안하던 시내데이트를 하려니까 새롭기도 하고 좋더라고요. 여자친구가 꾸민 모습도 오랜만이고, 여자친구 만난답시고 꾸미는 제 모습도 참 오랜만이었습니다. 원래도 항상 좋았지만, 처음 느끼는 새로움과 자유? 같은 것들이 정말 좋습니다. 저희는 돈쓰는 데이트를 거의 안했으니 이 때를 위해 모아놓은 돈으로 원없이 놀고 있습니다. 이따금씩 편안한 데이트가 그리워지면 집데이트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데, 여자친구를 집에 바래다주고 돌아오는 길에 종종 기분이 우울해집니다. 같이 보내는 시간 동안은 행복한데 혼자 있을 때면 우리가 헤어져야 한다는 현실이 크게 다가옵니다. 겨우 18살이 뭘 알겠느냐, 하시겠지만 저 정말 진심으로 제 여자친구를 사랑합니다. 사랑한다는 게 뭔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나중을 생각하면 더 슬프고 마음이 아픕니다. 이런 생각을 떨치고 싶어도 잘 안됩니다. 여자친구가 대학을 합격하면 진심을 다해 축하해 줄 수도 있고 항상 응원합니다. 여자친구가 대학을 가서도 저를 만나주길 바라는 것도 아닙니다. 찬란한 캠퍼스생활을 멀리 있는 고딩 남친 때문에 망치길 바라지도 않고 그냥 여자친구가 평범하고 행복한 생활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근데 자꾸만 눈물이 납니다. 여자친구가 없으면 저는 어떻게 할지 모르겠습니다. 항상 제 맞은 편에서, 조는 저를 깨우며 함께 공부했는데 여자친구 없이 혼자 어떻게 공부를 할까요. 학원 마치고 여자친구랑 항상 같이 집에 갔는데 그 길을 앞으로는 혼자 걸어가야 합니다..


멀지 않은 시점에 끝을 이야기해야 할텐데 전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서로가 싫어져서도 아니고 무슨 드라마나 영화도 아닌데 왜 어린 우리가 상황 때문에 헤어져야 하는건지, 1년 늦게 태어난 제가 원망스럽습니다. 차라리 같은 나이였으면 같이 대학 갈 수 있었을텐데요.



원래는 언제 헤어지는게 서로에게 가장 좋을지 조언을 구하려고 했는데 글을 쓰다보니 감정이 격해져서 한탄하는 글을 써버렸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수0
반대수1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