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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워서 쓰는 내 인생과 귀신보는 이야기

lllllll |2019.12.30 03:45
조회 607 |추천 0
안녕?
오늘 네이트판 처음 가입했어요. 뭐부터 써야할 지 막막하네..
일단 가볍게, 최대한 내가 지금 어떤 기분인지 전해질 수 있도록
내 길고 짧은 21년의 이야기를 여러분께 들려드리고 싶어요.
앞으로 나아가고 싶으니까, 아무라도 좋으니 들어주시길 바래요.

저는 안산에서 태어난 사람이지만 지금은 충북윽 어느 시골시내에 살아요.
이 작은 동네에 오기까지는 과정이 있었어요.

좀 진부한 레퍼토리이긴 한데 왕따를 당했어요.
심했죠. 축구공 놀이의 과녁이 되고, 침을 맞고, 눈 마주치고 걸어도 뭐라 하고..
그렇게 5학년을 버티고 버티다가 결국 들켰어요.

같이 왕따당하던 좋아하는 남자애, 정겨웠던 미술학원도 모두 버리고 저는 하늘이 넓은 시골로 갑작스럽게 이사왔어요.

저희 가족은 모든 게 잘될 줄 알았나 봐요.
아니었어요. 저의 두려움은 중학교 때까지, 자신을 지키기 위해 계속 끊임없이 이어져왔어요.

저는 여중에 다녔어요.
아시는 분들은 정말 다 잘 아시겠지만, 어느 때보다도 중학생들이 더 잔인했어요.
이 기억은 떠올리기 싫어.

죄송해요. 최대한 침착하게 쓸게요.
제가 정확히 중학교 2학년이었을 때, 저희 시골 여중에서는 분신사바가 정말 대유행이었어요.

할머니를 만났다. 8자를 계속 그렸다. 이 비눗방울을 들어달라.
저는 그 무리에 섞이지는 못했지만, 신기함은 느꼈죠.
분신사바 방법은 다 아시겠지만, 저는 좀 다른 방법으로 손대게 되었어요.

저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어요.
제가 정말 사랑하던 문구점의 하늘색 볼팬.
그걸로 공책 구석에 원을 그리며 그 주문을 외웠어요. 오이떼구다사이..
그러자 볼펜이 움직였어요.

자기는 남자애래요.
이름을 물었는데 이름이 없대요. 그래서 그때 제가 이름을 지어줬어요(미친 짓이었어)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기억은 나지 않아요.
하지만 학교에서 저는 대화를 나눴어요. 허공에..

저는 볼펜을 부러뜨리지 않았어요. 좋아하는 공책이었으니까 찢지도 않았고.
그 놈은 친구가 되어주겠다며 떠나지 않았어요.

속지 말았어야 했는데.
며칠 동안 괜찮던 몸이, 어느 날 평소처럼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선이 잘 그어지지 않아요.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아요. 힘이 멋대로 펴지고 쥐어져요.
제 손이 아니게 된 거에요.

제 중학교 생활에서 전부였던 그림이, 제게서 사라진 거에요.
펑펑 울며 물었지만 너는 내 친구잖아,
그 정도도 못 줘? 날 사랑해 준다며?
그런 말만 돌아왔어요.

두렵지 않았던 그 놈이 순식간에 두려워졌어요.

그렇게 몇 개월이 흘렀습니다.
사랑하는 엄마아빠. 지금 밖에서 자고 있는데.
지금이야 알지만 그땐 차마 털어놓지 못했어요.

너무너무 두려웠어요.
그림을 위해 사서 모은, 소중했던 색볼펜들을 모두 부러뜨렸어요.
구석에 버려두고, 대화를 나눈 교과서와 공책들을 되짚어가며 그 페이지들을 일일히 다 찢었어요.


아닌 척 하면서, 어느 주말 서프라이즈를 보는 엄마에게 물었어요. 귀신을 믿냐고.
의아해하더니 그렇게까지 믿지는 않는대요.
점점 살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그 견딤은 몇 개월 못 갔던 것 같아요.
엄마 아빠 앞에서 결국, 울면서 털어놓고 믿어달라 빌었어요.
많이 놀랐을 텐데, 믿어준 게 지금도 너무 고마워요.

욕실에서 발가벗고 소금도 뿌려보고, 차타고 절도 가보고, 숨겨뒀던 부러진 펜들도 다시 꺼내다가 다 태우고,
아주 쇼는 다 했던 것 같아요.
바보같은 친할머니는 붉은빛을 싫어할 거라면서 적외선 안마기나 팔고...

중간부터는 헷갈리기 시작했어요. 지금도 그래요.
선 그을때 손떨림은 손을 종이에 딱 붙여서 그리면 되는 거고,
잘 때 느껴지는 목졸림, 누군가 방에 들어오는 느낌, 가끔 겪는 팔다리의 유체이탈조차도
그냥 제 정신적인 이상으로 느껴져요.

그렇게 견디며 살던 중, 아빠가 알아본 TV에도 나오고 유명한 무당집에 갔어요.

무당이 말하길 이 귀신은 여자래요. 절 속인 건 거짓말을 잘해서래요.
제 영혼이 맑아서 잡귀들이 많이 탐을 낸대요.
그렇게 수백만원을 들여 일주일에 한 번씩, 제령을 받기 위해 학교를 쉬고 서울로 가는 일정이 반복되었어요.

치료는 꾸준히 계속되었어요.
진단서도 발급되는 곳이라 다행히 병결은 잘 되었어요.
몇 개월일 줄 알았던 치료는 제가 고등학교 교복을 입을 때까지도 계속되었어요.

물론 괴롭힘은 3학년까지 이어졌어요.
저는 지칠 대로 지쳐있었고, 더 이상은 지고 싶지 않다는 의지를 어딘가에서 얻었어요.
그래서 내신이 잘 나오는 일진 환장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건드리는 애들마다 덜덜 떨면서 쌍욕을 뱉고 다녔어요.
중학교때보단 편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치료가 점점 이상해졌어요.
그 무당이 아닌 무당의 제자분, 스님으로 바뀌었는데,
처음엔 배, 머리, 다리에 손을 대고 종을 치는 정도로 끝났던 것이
고등학생 때 쯤에는 가슴이나 음부까지 이어졌어요.

문지르거나 해집지 않고 손을 대는 정도였지만 무서웠어요.
그래도 치료에 필요한 과정이겠거니 하고 다 넘겼죠.

매번 이제 어떠냐고 물어보세요.
저는 귀신을 모르니까, 모르겠다고만 답했죠.
어쩌면 한참 전에 귀신은 없었는지도 몰라요.

어쩌다가 그분께 제 잠 이야기를 했어요.
제 집에 누군가 있는 것 같다 했더니 쫓아주겠다 하셨어요.
그렇게 어느 날 저희 집을 찾으셨어요.
의식 자체는 별 거 없이, 집을 돌아보시며 불경을 외고 종을 울리는 것이 다였어요.
그것만으로도 안심이 되었어요.

적나라하게 말하면 저는 그때 생리 중이었고,
나이도 나이니 한참 자위를 시작할 때였어요.
그래서 말을 못 했는지도 몰라요.

그분은 제가 싫어하는 순대국밥을 사주셔서 최대한 맛있게 먹었고,
저희 집 근처가 마침 자기 절이니 둘러보지 않겠냐 물으셔서 그러겠다 답했어요.
한참 차를 타고 따라가니 절이 보였어요.

절과 가정집, 시설이 갖춰진 곳이었고 아무도 없었어요.
저는 시키시는 대로 녹색 옷으로 환복하고 누웠어요. 그리고 매주 하시던 기를 넣어준다는 그 '제령'이 시작됐어요.

제 팬티 속에 손을 넣으셨어요.
생리 중이네. 왜 말 안 했어?
당연히 말을 안 하죠. 그 어린애를 그 외지에 데려가서 해주는 일이 그런 걸줄 어떻게 알았겠어요.
저는 공포를 온 몸으로 견뎠어요.

제령이 끝났어요.
어쩐지 멍한 기분으로 제 옷을 도로 입고, 밖을 나왔어요.
집에 갈 땐 고속버스를 타고 가래요.
시골 고속버스 창문은 굉장히 지저분했어요.

그때 당시에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는 게 제일 두려워요.



나이를 먹고 저는 고등학교를 졸업했어요.
가족관계는 어째선지 점점 악화되었지만, 마지막 3학년은 행복할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수학여행 때 생각치도 못한 인연으로 처음이자 마지막 친구들을 가졌었거든요.

지금 저는 대학을 적응하지 못해 자퇴 중에 있고,
집안 사정과 아빠 건강이 좋지 못해 직업훈련학교에 입학하려 준비하고 있어요.
아직 어느 과목을 배울지 고민되네요.

저는 화내고, 책망하고, 나를 추궁하는 우리 엄마를 원망했던 나날들이 이제야 풀리고 있어요.
가족 상담이 잘 되어가고 있어서, 엄마가 얼마나 따뜻한 사람이었는지 알게 되었거든요.
그게 어제 일이에요.
그런데,
저 오늘 밤 일찍 잠에 들 때 너무 두려웠어요.


잠이 부족했던 건 아니에요.
그냥 영상을 보다가, 일찍 자고 싶었어요.
유투브에서 본 수면법을 따라하려고 했죠.
저는 겪었던 귀신이 트라우마가 되어서, 잘 땐 무드등을 켜두고 자요.

그런데 상상도 할 수 없는, 커다란 무언가가 들어왔어요.
제 다리를 들어올리려 하고, 안 되자 목을 조르려고 했어요.
죽기 싫었어요. 한 10분간 자는 척하며 덜덜 떨다가 박차고 일어나, 무드등을 켜고 노래를 틀었어요.


아, 진짜..__
저는 이제 막 다 이겨낸 참이었어요
엄마를 용서할 마음을 스스로 얻고, 솔직하게 사랑을 말할 용기를
세상이 두려워도 밖으로 나가고 싶어지는 힘을
내 곁에 있어주는 아픈 언니, 가여운 우리 아빠
다시 사랑할 수 있을 거라 믿으니 엄청 행복했는데,
나는 뭐가 문제인 걸까요?
불만스러워요. 이렇게 약하게 살기 싫고 맞서 싸워서 이겨내고 싶어요.
지금은 울고 싶지 않아요. 제발..

드디어 다 털어놓았어요.
이 한밤중에 너무 길어서 죄송하지만, 이렇게 읽어주신 분들이 너무나도 고마워요.
오래 전부터 트위터를 혼자 하면서,
혹은 종종 다른 SNS로 네이트판에 대한 이야기나 솔직한 소문, 털어놓음에 대한 안타까움과 어떤 무언가에게서 계속 뱉고 싶은 욕심이 생겼지만
세상이 두려워서 지금까지는 그러지 못했어요.

저는 사랑하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이니까, 살고 싶고 자랑스럽고 행복하고 싶으니까
이제 털어놓을게요.
저 정말 힘들었어요.
그리고 지금 너무 두려워요.


만약 방법이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주시고,
모르시면..
음 그냥 뭘 하셔도 돼요. 댓글을 써주시던 뭘 하시던
절 나무라지는 않으실 거라 믿어요.
죄송하고, 고맙습니다.


잠들 수 있게 해주세요 하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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