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게 힘들어서 쓰는 이야기
익명
|2020.01.02 02:48
조회 33,212 |추천 106
저는 외동딸입니다
2019년 초에 15년 넘게 식물인간 상태로 누워있던 동생을 떠나보낸 외동딸입니다
제가 7살 무렵에 사고를 당한 이후 주변사람들도, 부모님도 항상 제가 어른스럽게 행동해야 한다는걸 강조했습니다
어린 나이지만 아픈 동생때문에 힘들 부모님을 생각해서 사고싶은게 있어도 참고, 설날이나 추석에 받은 용돈은 모아뒀다가 부모님을 위한 일이나 선물, 동생을 위한 선물에 자주 쓰곤 했습니다
주변사람들은 딸 잘 뒀다고, 너무 착하다고들 얘기했지만 저는 부모님이 칭찬해주고 관심을 가져주기를 원했습니다
학원도 비싸기 때문에 다니질 않았고, 급식도 먹지 않고 집에 있는 반찬을 가지고 도시락을 싸다녔습니다
대학 학비는 아버지 회사에서 지원해주어 다녔습니다
졸업을 앞두고부터는 당장 3월부터 취업해서 용돈을 달라는 얘기를 듣고있자니 너무 버겁고 힘이 듭니다
대학도 원하던 과가 아닌 다른 곳으로 갔고, 그곳이 적성에 맞지 않아 힘들게 졸업한 터라 앞으로 뭘 할지 정말 막막한 상태입니다
기분도 때로는 행복하다가도 이런 현실을 자각하면 한없이 슬프고 무기력하기만 합니다
자살 생각도 했지만 둘만 남겨질 부모님 생각에 그만둔적도 많습니다
이럴때에는 어떻게 해야할지 아직도 막막합니다
- 베플뿡이|2020.01.03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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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와 다른 부분도 많지만 도움이 되고 싶어 댓글 남겨봅니다. 저는 남매였는데 8년전 오빠가 먼저 스스로 세상을 떠났어요. 오빠가 죽고나서 어머니까지 나쁜 생각을 하실까봐 하던 공부도 그만 두고 아버지가 집에서 어머니를 지켜보라고 해서 집밖으로도 거의 못나가고 곁을 지켰던 기억이 납니다. 가족구성원 중 한사람이 먼저 떠난다는 건 누구에게나 가슴 아픈 일이겠지만 형제나 자매가 먼저 떠난다면 괴로워하는 부모님 마음까지 항상 헤아려드려야하고 내 슬픔은 혼자 삭혀야해서 괴로울 때가 많지요. 저도 혼자 울거나 꿈에서 오빠를 만나는 일이 많았어요. 지금 제법 긴시간이 지났지만 부모님 마음을 항상 더 신경쓰게 되구요. 제가 오빠 생각에 아픈건 남들에게는 잘 말하지 않아요. 왜냐면 듣는 사람들이 불편해할 것 같아서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저는 많이 괜찮아졌다고 생각해요. 그럴 수 있었던 건 제가 저 자신에게 보다 관대해졌기 때문입니다. 원래 저는 자살시도도 하고 우울증에 시달리던 사람이었는데 오빠가 죽고나서는 나까지 먼저 간다면 부모님이 어떻게 살아가실까 생각하니 차마 죽을 생각이 안나더라구요. 그래서 어떻게든 꾸역꾸역 살아야하니까 제가 썼던 방법이 뭐냐면 저 자신이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효도라고 생각했어요. 내가 비록 성공하지 못해도, 꼭 자랑스러운 자식은 아니라도 부모님 곁에서 살아 숨쉬고 곁을 지켜드리는 것만으로도 내가 해야할몫은 다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글쓴분께서도 그런 마음으로 살아가셨으면 좋겠어요. 죽은 동생분 대신 더 많이 효도하거나, 성공해야겠다는 그런 부담을 가지면 아마 힘드실 거에요. 제가 초반에 그랬거든요. 그냥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가세요. 살아계시는 게 효도죠. 그래도 부모님이 너무 바라는 게 많으시다면 솔직하게 이야기를 한번 나눠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저도 아이가 있지만 자식은 부모를 행복하게 해주거나 만족시키려는 의무를 갖고 태어나는 게 아닙니다. 부모님이 경제적으로 많이 어려우시다면 작은 용돈정도는 드리는 게 마음이 더 편할 수도 있겠지요. 그것도 부담갖지 마시고 형편껏 하세요. 그저 행복하고 건강하게 세상을 잘 살아가는 것 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음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으시면 좋겠네요.
- 베플Krishuna|2020.01.04 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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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는 자신보다 더 어른이다. 부모가 자신에게 의지하려고 하면 그것을 뿌리쳐라. 부모가 되어서 20~30년 더 어린 자식에게 의지하려고 한다면 그것은 죄다. 25살이 넘어서 부모에게 의지하려고 하는 자식은 부모가 뿌리쳐야 인간이 되고, 자신보다 20~30년 어린 자식에게 의지하려고 하는 철없는 부모는 자식이 뿌려쳐야 정신을 차린다.
- 베플ssss91|2020.01.0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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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배려하는 삶을 사셨네요 ㅠㅠ 물론 동생분 보내시고 부모님도 님도 많이 힘들겠지만 이제는 조금씩 욕심내서 님을 위해서 사세요! 조금은 이기적이여도 됩니다 부모님께도 솔직한 마음을 말해보시구요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