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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쌉싸름한 30살(30-마지막편)

리드미온 |2004.02.12 01:30
조회 26,035 |추천 0

*6개월후

 

“결혼식인데 뭘 입고 가지?”

 

나는 은수의 결혼식에 가려고 옷장을 뒤지다가

지선과 만나기로 한 시간이 늦어져서 전화를 해서 다급하게 물었다.

 

“김대리와 그 아버지가 좋아한다는 베이지색 정장...큭큭...”

 

나는 급한 마음에 허둥지둥 옷장을 뒤지고 있는데 지선은 낄낄거리며 장난을 하고 있었다.

 

“야..그건 겨울용이지. 지금 한 여름이야. 하얀 정장은 신부 웨딩드레스 때문에 피한다며?"

 

내 눈에 띄는 건 난감하게도 하얀 원피스뿐이었다.

 

“네가 웨딩드레스 입을 일 있겠냐. 이럴 때라도 흰 옷 입고 신부처럼 기분이라도 내봐라.”

 

정말 십년지기 친구인지 모르겠다. 결혼 못한다는 악담도 가지가지로 하고 있다.

오늘은 회사를 옮기더니 6개월 만에 청첩장을 보내온 은수의 결혼식이었다.

역시 은수는 내 예상대로 서른 살이 되기 전에 결혼을 한다.

상대 남자는 같은 회사 동료라고 했다.

그 말을 들으며 은수에게는 이직이 삶의 전환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나는 지선에게 10분 정도 늦겠다고 한 후에

전화를 끊고는 옷 장안에서 결국 보라색 정장을 찾아내고는 서둘러 지선의 집 앞으로 갔다.

지선은 이혼한 사람이 결혼식에 가는 거 괜찮을까 라고 걱정하면서도

하늘 색 정장에 미용실까지 다녀온 듯 머리도 단정한 업스타일을 하고 서 있었다.

 


“이런. 너... 처녀 같다.”

 

지선이 차에 타는 모습을 보며 나도 놀렸다.

 

“야. 그럼 처녀지. 내가 어딜 봐서 아줌마냐?”

 

지선은 지지 않고 대답했다.

 


‘이번 주 연예가 소식 중에 화제는 아무래도 김미나씨의 파경 소식인데요.

6개월 전에 평범한 남자와 결혼을 발표해서 화제를 모았는데 이번에

다시 파경 소식을 전하게 되어 안타깝네요....’

 

토요일이라 차가 막힐까봐 교통 정보를 들으려고 틀어 놓은 라디오에서는

김미나의 파경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민준은 결국 김미나와 결별을 결심한 걸까?

아니다. 진실은 모르는 일이다.

연실의 쪽에서 민준에게 이별을 말했을 수도 있다.

이젠 남의 일이다.

 

전에 은수가 김대리에게 거절당하고도 무덤덤하게 대할 수 있는 것처럼

나도 이런 뉴스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들을 수 있다.

 


신부 대기실에서 만난 은수는 지금까지 내가 본 가장 신부 중에 가장 아름다웠다.

 

“은수씨...정말 예쁘다. 축하해...”

 

의례적으로 신부에게 하는 인사말이 아니라 정말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말이었다.

 

“오늘따라 한팀장님하고 강팀장님이 저보다 더 예뻐 보여요.

두 분 다 누가 서른 살이라고 보겠어요?”

 

은수는 긴장한 신부답지 않게 유쾌하게 대답도 잘했다.

 

“어. 그렇게 말하면 우리가 서른 살이란 걸 다 알잖아.”

 

나는 얼굴을 살짝 찡그리며 핀잔을 주었다.

 

“팀장님답지 않게 왜 그러세요? 서른 살이 되더라도 당당하게 살라고 하시고는...”

 

은수의 옆에는 지선과 나보다 일찍 온 하연이 먼저 사진을 찍고 있었다.

 

“은수씨가 너무 예뻐서 나도 빨리 결혼하고 싶어요.”

 

하연은 정말로 결혼하는 은수가 부러운지 은수의 면사포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하연도 신부에게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하는 말 같았다.

 

“하연씨도 얼른 결혼해라. 아무리 봐도 이 두 팀장님 보다 하연씨가 먼저 할 것 같다.

나이는 우리가 어리지만 결혼에선 선배 노릇 좀 하자고.”

 

나는 웨딩드레스 입고 다른 사람의 축하 인사에 정중하게 때론 유쾌하게 대답하고 있는

은수의 모습을 보며 은수는 나와 달리 달콤한 서른 살을 보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여기, 내가 제일 존경하는 한팀장님하고 강팀장님이야. 말했었지?”

 

은수는 신랑이 신부대기실로 오자 지선과 나를 소개했다.

 

“그럼 귀가 아프게 들었지.”

 

은수의 신랑은 그렇게 대답하며 우리 쪽으로 몸을 돌려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와주셔서...”

 

서글서글한 인상이 은수와 잘 어울려 보였다.

 

“축하드려요.”

 

나도 인사를 했다.

 

지선과 나, 하연은 은수와 은수 신랑이 신부대기실을 배경으로

잠시 기념 사진 촬영하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결혼식장 안으로 들어와 자리를 잡고 앉았다.

 


‘감동이 없어. 별 볼 일 없어. 재미도 없어. 요즘 남자들 다 똑같아~ ’

 

막 신랑신부 맞절이 끝나고 주례사가 시작하려는데 내 핸드폰이 울려댔다.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소리 나는 쪽을 찾아 내 쪽을 보았다.

이렇게 몇 백 명도 넘는 사람들의 시선을 받아보기는 처음이었다.

진동으로 바꾸지 않은 내 불찰이었다.

더구나 6개월이 넘도록 바꾼다고 생각하던 벨소리도 바꾸지 않은 것이 후회되었다.

 

결혼식장에 정말 어울리지 않는 벨소리였다.

다행이 은수는 듣지 못한 것 같았다.

은수가 들었다면 나중에 두고두고 나를 원망했을 것이다.

어떻게 결혼식장에서 핸드폰을 울리게 해놓았냐고...

 

나는 혹시 김대리, 정민의 전화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얼른 밖으로 나와서 받았다.

 


“나야. 지금 은수 결혼식에 간 거야?”

 

내 예상과 기대대로 정민이다.

정민은 은수가 그만둔 지 한 달 후에 리츠칼튼호텔 홍보실 실장이 되어 회사를 떠났다.

그리고 지금은 일주일간 런던에 출장 중이었다.

그래서 은수의 결혼식에 같이 못 간다고 자기 대신 부조금을 넉넉히 하라고 했었다.

 

“응. 무지 예쁘다. 직접 봤으면 은수 놓친 거 후회했을 거다.”

 

나는 정민이 은수를 거절했던 것을 상기키시며 약 올리듯 말했다.

 

“정말 그렇게 예뻐? 너도 웨딩드레스 입고 싶지?”

 

“응. 웨딩드레스만...”

 

웨딩드레스 입고 싶으냐고 묻는 정민의 유치한 질문에 나는 그렇게 대답했다.

 

“조금만 기다려. 내가 웨딩드레스 사줄게. 나랑 결혼 할 때...”

 

정민! 지금 이걸 청혼이라고 하는 거야? 정말 싫다. 이런 분위기 없는 청혼은...

난 절대로 날 감동시키는 청혼을 해주지 않는다면 노처녀로 생을 마감하더라도

정민과 결혼하지 않을 작정이다.

 

“내가 왜 너랑 결혼하니? 세상 모든 남자가 다 죽고 너만 남았니?”

 

“세상에 남자가 나 하나 남을 때까지 기다려 준다고?”

 

역시 정민답게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썰렁한 유머로 나의 섭섭함을 무시하고 있었다.

 

“지우야. 다음에 런던에 같이 와서 뮤지컬 보러 가자...응?”

 

“그래...네 다리만 멀쩡하다면...”

 

나는 정민이 다리가 다치는 바람에 내 생일날에 같이 뮤지컬을 보러 가지 못했다고

한 말이 생각나서 그렇게 대답했다.

 

“그 때 다리 다쳐서 섭섭했던 건 네가 아니라 나였어.

넌 다리 다쳐서 일 펑크냈다고 전화해서 짜증냈잖아. 월요일에 꼭 나오라고 하면서...”

 

정민은 덜렁대는 면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나에 대해선 많은 걸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나와 함께 달콤쌉싸름한 서른 살을 보내고 있는 사랑하는 사람이다.

 

나는 송별회 때 은수가 한 말이 떠올랐다.

어떤 여자가 정민의 썰렁한 농담을 평생 듣고 살 건지 걱정된다고...

그래서 사람의 앞일은 모르는 것이다.

은수가 걱정하던 그 여자가 내가 될 줄은 그때는 정말 몰랐었다.

 


----------(그동안 달콤쌉싸름한 30살을 사랑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 동안 소설의 진행 때문에 꼬릿말을 보면서도 하지 못한 말을 오늘 다 ~ 해보고 싶습니다!!!

 

추신 1: 그 동안 달콤쌉싸름한 30살을 기다려주시고 또 매일매일 읽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건 정말 진심의 이야깁니다.
그리고 책으로 넘긴 원고에는 후기에 약간 여러분들의 언급이 있습니다.
뭐라고 언급했을까...궁금하시죠? 그건 책 나올 때까지...비밀...입니다...^^

 

추신2: 이 이야기는 30살의 사람들, 한지우(주인공), 김대리(김정민), 김미나(김연실), 서민준
그들의 일과 사랑에 관한 얘기입니다. 모두들 30살에는 일과 사랑에 성공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지우는 뜻대로 되지 않는 30살에 힘들어 하지요.

그리고 김대리는 스스로 여자 컴플렉스라고 이름붙일 만큼 지우에게 제대로 다가서지 못합니다.

김미나는 언뜻 보면 대 스타로 성공한 듯 보이지만 사랑하는 남자(서민준)에게 사랑받지 못합니다.

서민준은 사랑하는 여자 따로 자신의 야심을 위한 여자 따로 사이에서 모든 것을 가지려 합니다.

 

추신3: 김대리와 서민준에 관한 얘기는 정말 하고 싶습니다.

이 소설의 맨처음에 등장한 사람은 민준이 아니라 김대리입니다. 기억하시죠?

문자메시지로 처음 등장합니다.

그런 김대리가 나중에 지우과 사랑이 엮어지기까지는 정말 힘든 과정을 겪었습니다.

솔직히 가장 제가 아끼는 것은 역시 29편입니다.

29편을 올리는 날이 제일 긴장되었습니다.

민준을 좋아했던 팬까지 사로잡고자 하는 맘이 강했으니까요.

어찌보면 김대리는 29편을 위해 나머지가 존재했던 사람입니다.

베이지색 정장은 그래서 두 개의 반전을 갖고 있습니다.

김대리가 리츠칼튼 호텔 사장의 아들이라는 것과 지우를 처음 볼 때 반했다는 거...

 

또한 장미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우가 장미를 받았을 때 기억하신다면...'책상위에 올려 놓고 샤워를 했다'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그리고는 김대리에게 버렸다고 하지요.

그러나 김대리는 나중에 책상 위에 있는 장미를 보고 용기를 내게 되지요.

김대리를 민준과 지우가 사랑을 하고 있을 때부터 조심조심..들키지 않게 끝에 고백을 할 수 있게

오랜 시간 애지중지 했습니다.

그러나...전 김대리보다는 민준이 좋았습니다. ^^

민준과의 이별을 쓰고 나서 상당히 우울해졌었습니다.

 

추신3: 결국 돈많은 남자와 사랑이야기 아니냐...

이런 말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을 말씀드리면

돈 많은 남자와 가난한 남자...중에 가난한 남자를 늘 선택하란 법이 어딨습니까?

돈 많고 성격도 좋고 날 사랑해주는 남자...

여자라면 누구나 꿈꾸지요. 그런 남자와 연애하고 싶은 모든 분들(나를 포함한^^)의

요구를 충족시키고 싶습니다.

현실에서도 돈 없는 남자 만나고 있는데 소설에서까지 돈 없는 남자...짜증납니다.

다만 반전이 민준이 돈이 있어보이다가 결국엔 없고

김대리(첨부터 없어 보이지는 않습니다. 다만 티를 안냈을 뿐...)는 나중에 돈이 많은 게 아니라

처음부터 민준은 빈털털이고 김대리는 부자였습니다.

다만 지우가 몰랐던 거지요.

아무튼 가난뱅이와 연애소설은 쓰기 싫었습니다.

 

추신4: 지우는 처녀가 아닙니다. 그저 암시로 흘러갔지만 민준을 만나기 전에도 처녀가 아닌 설정입니다. 섹스하면 결혼하고 그 남자가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는 게 싫었습니다.

섹스한 남자라도 아니면...당장 차야지요. 이 부분은 논란이 많은 부분이라 이 정도 언급하기로 하고...

섹스했기 때문에 사랑이 이어지는 이야기도 싫었습니다.

아무튼 민준이 6개월을 기달려달라는 얘기를 했는데도 지우는 이별을 결심하지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관계가 끝까지 갈때까지 가서 민준의 진짜 나쁜 모습 보기 전에

지우가 알아서 헤어지길 바랬습니다.

나중에 잘해준다는 남자치고 진짜 잘해주는 남자 없습니다...^^

 

추신5: 개인적으로 가장 애정이 있는 캐릭터는 주인공이 아닌 '지선'입니다.

그녀의 속마음은 어땠을까요?

이 소설에는 나오지 않지만 가장 불행한 30살을 보내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항상 웃고 지우를 위로합니다.

그런 그녀가 정말 좋습니다.

그녀를 재혼이라도 시키고 싶었지만 그냥 그대로....언젠가 그녀가 행복해지기를 바래봅니다.

 

추신6: 은수는 조연이지만 행복한 30살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유일한 인물입니다.

소설 초반에도 추신으로 언급한 적이 있지만, 전 30살이 넘었습니다.

그러나 제 주변에는 30살인 사람들이 많습니다. 아직 30살 이전인 사람도 많고요.

그들은 제가 겪은 것만큼 아프지 않고 행복한 30살을 보내길 바랍니다.

그런 마음에 이 소설도 시작한 거고요.

 

추신7: 어느 분이 의도적으로 책으로 내려고 한 것이 아니냐..라는 얘기를 했더랬습니다.

그러나 정말 1편은 아무 생각없이 로맨스 소설 게시판이 비어있길래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제 소설이 번호가 1번입니다.

그래서 게시판지기님이 눈에 띄었나 봅니다. 오늘의 톡에도 여러번 뽑아주시더군요...^^

인기를 끌면서 책 출간까지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많은 변화였지요...

 

추신 8: 마지막으로 책에 관해서 얘기해야겠지요?

출간 예정일은 최대한 이번 달 말에는 나오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책에서는 인터넷보다 좀 다듬어지고 또 야시시(?)한 장면이 조금 더 첨가되어 있습니다.

기대하시는 모습이...눈에 어른거리는 군요.

그리고 후기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이 후기가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이라...책에서만 공개하겠습니다.

책으로 나온다는 것은 이제 다른 독자를 만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넷에서 네이트닷컴에서 아시는 분들이 있겠지만 책으로 나올 때는

아는 분들이 없을테니 여러분들의 많은 협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추신9: 차기작에 관한 질문이 제일 부담스럽습니다.

아직은 없습니다만...언젠가 다시 시작하게 된다면...지금처럼 네이트 로맨스 소설 게시판에서

또 다른 사랑 이야기로 시작하겠습니다.

그 때 다시 뵐 수 있기를 .... 기대합니다.

 

***자 이제 못다한 이야기나 질문들은 꼬릿말로 이어갔으면 합니다.

      여러분....정말 고맙습니다!!!!!

      이 소설은 저 혼자 쓴 것이 아니라 기다려주시고 꼬릿말 달아주신

      여러분들과 함께 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두들..화이팅...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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