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자 익명입니다.
저는 우울증이 깊게 자리잡은 사람입니다. 그 기간이 꽤 오래되기도 했고요. 약 8년의 기간동안 우울의 끝을 달리던 요즘 깊게 숨겨두었던 자살을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몇 달 동안 멍하니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유서도 써보고 도로에 달리는 차들을 바라보고 서있는 일들도 많아졌고, 고층 아파트 창문에서 떨어지려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투신을 시도하다가 실패했을 때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근처 약국들을 돌아다니면서 진통제들을 조금씩 사서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네, 몽롱해질 때까지 약을 먹고 조금이라도 몽롱해진다면 그 정신에 떨어져보려고요.
그러게 조금 조금씩 모으다보니 제 방에는 시중에 쉽게 구할 수 있는 진통제들이 넘치게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오늘, 엄마께서 제 방에 들어오셨습니다.
엄마는 평소 지저분한 제 방은 별로 들어오고 싶어하시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도 그 점을 믿고 열심히 숨기지 않았던 거죠.
엄마께서는 평소와 같이 방 청소를 좀 하라며 잔소리를 하시다가 제 방에 널부러져 있는 진통제들을 발견하셨습니다. 그러더니 제게 의문들을 쏟아내셨죠. 이게 뭔데 이렇게 많이 있냐, 이거 같은 약국에서 한 번에 산 거 아니냐, 혹시 죽으려고 하냐.
저는 그냥 어물쩡 거렸습니다. 그거 엄마가 산 거 아니냐며 엄마 집에서 사놓고 금방 까먹고 다시 사지 않냐며 어물쩡거렸지만 엄마께서는 내가 그랬나? 하시더니 금방, 그러지는 않았다며 아무리 그래도 같은 약을 이렇게나 많이 사진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결국 저는 엄마에게 내가 생리통이 너무 심하니까 남자친구가 어쩔줄 몰라하며 엄청나게 많이 사온 것이라고 거짓말을 해버렸습니다.
엄마의 입은 그래? 그런 짓도 할 줄 알고 좋은 남자네 라고 하셨지만 눈은 전혀 웃고 있기는 커녕 슬픈 표정이셨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자살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을 들킨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할까요. 조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