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쉽게 살 빼는 법을 찾지만 다이어트는 괴롭다. 인간은 먹을 것을 갈구하고, 열량이 높은 것을 맛있게 느끼게 진화했기 때문이다. 자연계에서 열량은 생존이고, 열량 높은 것과 낮은 것이 있다면 당연히 높은 것을 먹어야 했다. 생존경쟁은 살을 찌우기 위한 전쟁이었고, 뚱뚱한 사람이 살아남았고, 못 먹어서 살이 빠지면 죽음에 한발 더 가까워졌다는 의미이다. 그러니 못 먹는 상황은 있을지라도 안 먹는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인류는 수백만 년을 그렇게 살아왔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필자(블랙비)는 다이어트는 쉬울 수가 없다고 말한다. 쉽다는 건 사기다. 쉬운 방법이라는 유혹에 빠지는 순간 절반 이상은 실패한다. 감량은 식욕이라는 가장 원초적인 본능을 거스르는 전쟁이기 때문이다.
* 운동 할아버지가 와도 먹는 건 못 당한다.
살을 빼고 싶은 분들에게는 달갑지 않은 현실이겠지만, 생명체는 최소의 식량으로 생존할 수 있도록 수십억 년 진화해 온 산물이다. 인체의 에너지 효율은 현대의 최첨단 기계도 따라오기 힘든 만큼 높다. 예를 들어 체중이 50kg인 여성이 1시간을 꼬박 평보로 걸어 봤자 155kcal정도밖에 소모하지 못한다. 그 열량은 밥 1/2공기, 라면 1/4그릇, 웬만한 과자류 1/3봉지이다.
같은 사람이 1시간을 죽어라 뛰어도 라면 한 봉지의 열량도 못 태운다. 1시간을 뛴다는 게 웬만한 사람에게는 숨넘어가게 힘든 것을 생각하면 맥 빠지는 수치이다. 하루 2시간, 3시간 뼈빠지게 운동해도 그만큼의 열량을 식품으로 채우는 건 잠깐이다.
식사 조절 없이 운동만으로 살을 뺄 수 있는지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능은 하다. 단, 과식을 하지 말아야 하고, 속도도 굉장히 더딜 것이다. 살을 뺄 때 1차는 식단 조절이고, 운동은 그를 도울 뿐이다. 체중과 무관하게 근육을 늘리는 게 목적인 분이라면 모를까 감량이 최우선인 사람이 식사 조절 없이 체중을 눈에 띄게 줄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운동은 직접 열량을 태우기보다는 간접적인 효과가 더 크다. 신진대사를 높여주고, 근육을 길러 장기적으로는 감량 후에도 체중 관리를 용이하게 하려는 목적이다. 미용 차원에서도 감량 후 여기저기 처지고 탄력 잃기 쉬운 몸을 탄탄한 근육질 몸으로 유지해주기 때문이다.
* 진짜 조금 먹는데 왜 살이 안 빠지죠?
물만 먹는데도 살이 안 빠진다는 분들을 자주 본다. 과장이 절반 섞였다손 쳐도 어쨌든 적게 먹어 안 빠지는 일은 없다. 체질 타령하는 경우도 있는데 마른 체질, 뚱뚱한 체질이 있는 게 아니라 입이 짧은 사람과 식성 좋은 사람이 있을 뿐이다.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는 사람들, 그렇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실상은 다음과 같다.
1- 밥 양을 힘들게 줄여놓고 반찬이나 군것질로 줄인 밥 양보다 결국 더 먹는다.
2- 운동은 쥐꼬리만큼 하면서 ‘이걸로 되겠지’라며 그보다 더 많은 열량을 먹는다.
3- 세간에 알려진 다이어트 식품은 포만감을 주어 그만큼 다른 것을 먹지 않는다고 말하는데, 현실에선 다이어트 식품도 먹고 원래 먹던 건 그대로 또 먹는다.
4- 과일, 단호박, 고구마, 다이어트 시리얼 등 소위 다이어트에 좋다고 알려진 식품으로 끼니를 때운다. 밥도 안 먹는데 왜 안 빠지는지 모르겠다지만 실제 이것들의 열량은 같은 무게의 보통 식품과 별 차이가 없다. 선정적인 대중매체 속성상 감량과 연관된 특징만 강조했을 뿐이다.
5- 저열량 식품이라며 더 많이 먹는다. 열량이 30% 낮은 저지방 크림치즈는 오리지널 제품보다 향미가 떨어져 2배 바른다. 본인은 다이어트를 했다고 만족해 하지만 실제로는 열량을 40% 더 섭취한 것이다. 그럴 바엔 차라리 오리지널 제품을 맛있게 먹는 편이 낫다.
아무리 식사관리를 해도 살이 안 빠진다고 생각한다면 입에 들어가는 것 중 공기와 맹물만 빼고 식사일지에 모두 기록한다. 100명 중 99명은 그 안에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때 단위는 반드시 그램이어야 한다. 고구마 중간 크기 1개, 밥 1공기, 호두 한줌 이런 주먹구구는 안 된다. 크기와 분량을 보는 관점은 주관적이고, 한 줌도 손 크기와 쥐는 법에 따라 몇 배씩 차이가 난다. 시각적인 계량이 틀리기 쉬운 이유는 무게가 길이의 세제곱이기 때문이다. 길이에서는 26%만 차이 나도 무게에서는 2배의 차이가 난다. 언뜻 비슷한 크기여도 실제 먹는 열량은 큰 차이가 나는 것이다. 주방에서 저울은 숟가락만큼 필수품이다.
그래도 정말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면 지구 온난화와 식량난 해결을 위해 앞으로는 부디 물만 먹고 사셨으면 한다. 당신은 TV 출연만으로 떼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