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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적으로 만난 오빠 일화 2탄이야

ㅇㅇ |2020.03.23 22:42
조회 74 |추천 0

2탄이니까 앞에 내용 이어쓰기로 달아놨으니까 읽어죠! 안보고 오면 이해 안될수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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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에는 주말이였는데 일부러 화실 안갔어. 이유는 그냥 단순 무섭고 어색해서..

하루종일 방에 누워있는데 갑자기 잊고 있었던 공허함? 우울증 겪었을 때 받은 느낌이 갑자기 온몸에 확 드는거야. 속도 너무 답답해지고. 근데 그 우울과 기분을 죽어도 다시 겪기 싫어서 결국 찬물 한잔 들이키고 밖으로 무작정 나왔어.

근데 밖에 비가 내렸어. 날씨가 흐리진 않았는데도. 처음엔 걍 재수 없네 하면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편의점이나 가려고 했지. 근데 가다보니까 생각보다 꽤 멀더라구. 가뜩이나 기분도 안좋고 우울해지려고 하는데 비가 피부에 닿는 그 느낌이 되게 따가운거야. 그러니까 갑자기 감성 탔는지 서럽고 눈물나고 엄마아빠 보고싶고.. 그동안 옆집 아저씨랑 그림 그리고 노는데 정신이 팔려서 잠시 잊었던거지.

그렇게 편의점 옆에 있는 벤치에서 엉엉 우는데 솔직히 아는 사람도 없고 지나가는 사람도 없겠다 비 맞으면서 그냥 엄청 서럽게 울었어. 비를 쫄딱 맞아서 몸은 오들오들 떨리고 진짜 이러다 기절하겠다 싶을 때까지 우는데 갑자기 비가 내리다 마는거야. 난 처음에 진짜 정신이 너무 없고 비몽사몽해서 착각인 줄 알았어. 그냥 그렇게 계속 울다가 옷도 마르고 좀 진정되고 다니까 정식이 훅 들어서 뒤를 돌아보니까 우산이 내 몸에 기대져 있었어.

그래서 편의점 알바생인줄 알고 고맙다고 얘기하려고 들어갔는데 편의점 알바생이 자기가 안그랬다고 하는거야. 그래서 그럼 누구지.. 하면서 면티랑 양말 사서 편의점에 앉아서 옷 갈아입고 머리 말리는데 누가 계산을 하더니 밖으로 나가더라구. 근데 뭔가 딱 느껴지는거 알지. 흰색 비닐우산인데 뭔가 여기에서 산 우산 같고, 나한테 씌워준 우산 주인이 알바생 아니면 저 사람 아닐까? 싶은 마음에 나가서 그 사람 등을 두드렸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 옆집 아저씨 아들인거야. 근데 이 사람이 줬을리는 죽었다 깨도 없을 것 같아서 아.. 사람 착각했어요 죄송합니다 하니까 대답도 없이 뒤돌아서 가더라고.

그렇게 집으로 와서 씻고 다음날에 우산을 돌려주려고 생각을 해보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예상이 안가는거야. 동네에 아는 사람이라곤 할머니 할아버지 옆집 아저씨가 다인데.

그런데 옆집 아저씨 컨테이너 작업실에 가면 동네방네 사람들이 다 있으니까 혹시 찾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 우산 들고 작업실에 갔어. 가니까 주말이라 사람이 평소보다 훨씬 많더라고. 옆집 아저씨는 반갑다고 어제 왜 화실 안왔냐고 하길래 그냥 잠 잤다고 했지. 그리고 옆집 아저씨한테 우산 얘기 하면서 주인 찾아달라고 했는데 옆집 아저씨가 이거 자기네 우산 같다는거야. 로고를 보니까 이건 자기네 우산이 분명하대. 그러면서 어제 자기 아들이 투명 우산을 쓰고 들어오길래 뭔가 싶었는데 너 줬었나? 하면서 아들한테 가서 물어보겠다 하더라고. 그래서 난 설마.. 그 싸가지 없는 아들이 진짜 우산 주인인가 싶었는데 아저씨가 나오더니 맞다고 우산 돌려줘서 고맙다 했어. 너무 의외긴 했는데 하긴 그 때 꼴이 좀 말이 아니었지 하면서 그 날부터 다시 화실에 맨날 출석해서 그림 그리고 놀았어.

12월 중순 즈음 되니까 그 옆집 아저씨가 이제 크리스마스니까 동네 사람들이랑 파티 해야겠다. 하면서 내가 그린 그림을 전시해놓자고 하는거야. 나는 알겠다고 했고 그 때부터 아마 하루종일 화실에 있었던 것 같아. 주말에는 화실에 있는 작은 쇼파에서 이불 깔고 잠까지 잤었거든. 그렇게 크리스마스까지 그림을 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이브가 됐어.

크리스마스 이브에 옆집 아저씨네 가서 열심히 크리스마스 파티 준비 하는데 앞마당에 그림 올려놓으니까 아들이 언제 나와선가 그림 앞에 계속 서있더라고. 그림이 한 5개 있었는데 한 그림 앞에서 10분은 계속 서 있었던 것 같아. 나는 아들이 나한테 마주치지 말자고 했던 것 때문에 아들만 나오면 계속 피했어. 그래서 괜히 화실 청소만 계속 하고 있는데 갑자기 아들이 들어오더라구.

들어왔는데 말도 없이 소파에 앉아서 내가 그린 그림 엽서들 훑어보는데 내가 너무 불편해서 슬금슬금 화실 나가려니까 "계속 나 피하게?" 이러길래 순간 너무 심장 철렁해서 "죄송합니다.." 이랬는데 "잠깐 앉아봐. 너 나한테 진 빚도 있잖아." 이러면서 웃는거야. 그래서 식은땀 흘리면서 쭈뼛쭈뼛 구석에 의자 두고 앉았는데 "너 열일곱이라며. 난 열여덟이니까 말 편하게 해." 라고 하길래 알겠다고 했어.

근데 첫인상은 마냥 무서워서 몰랐는데 다시 보니까 은근하게 잘생겼더라고. 얼굴도 얼굴인데 엄청 하얀 피부랑 옷을 정말 잘 입었던 기억이 나. 검은 파마 머리에 피부는 엄청 하얗고 팔다리도 가늘고 길고.. 처음엔 눈이 되게 무섭다 생각했었는데 또렷하게 뜨니까 엄청 큰 것 같기도 하고.

그 이후로 오빠가 그림 배운지 얼마나 됐냐, 그림 배운 적은 있냐 하면서 묻길래 여기 와서 처음 배웠다고 했지. 그러면서 편하게 얘기 했는데 오빠도 자기 아빠 (옆집아저씨) 따라서 디자인을 하고 있다는거야. 근데 옆집 아저씨가 나한테 따로 말해줬던 사연 얘기해주면서 여기 시골로 내려오게 됐는데, 처음엔 시골이 불편해서 아빠랑 본의 아니게 나한테까지 투정 부렸던 것 같다고, 미안하다고 하는거야.

오빠랑 얘기하다보니 오해도 풀리고 뭔가 마음에 뭉쳐있던 응어리가 풀린 것 같아서 너무 좋았어. 또 오빠가 고1인데도 너무 어른스럽고 배울 점이 많았던 것 같아.

그리고 오빠가 "넌 꼭 미술 했으면 좋겠다. 내 아빠보다 더 잘하는 것 같아. 이 말 하고 싶었어." 하면서 나가는데 순간 되게 기분이 묘했던 것 같아. 처음으로 내 실력을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칭찬받은 것 같기도 했고, 뭔가 되게 얼굴이 빨개지고 떨려서 기분이 좋았어. 지금 생각해도 그때 기분은 너무 생생해.

크리스마스 파티 얘기는 좀 쉬다가 쓸게. 머리 아프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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