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오빠. 마음이 괴로울 때마다 이렇게 한번씩 여기 글을 남기네.
직접적으로 연락할 순 없으니 이런 식으로나마 내 마음을 털어내 보려고 해.
우리 만난 기간이 4년 정도였지? 처음에 소개팅으로 오빠를 만났을 때 오빠가 아직 웃던
모습이 선명하게 기억나. 그리고 가끔 사진첩을 보면 그때 우리 좋았던 기억이 여전히 너무
예쁜 모습으로 남아 있더라. 우리가 처음에 이별을 하고 오빠 없이 지낸 10개월간, 그때 나는 하루하루 눈물 흘리지 않은 적이 없을 정도로 이별을 감당하기가 버거웠어. 헤어지자는 오빠의 말을 곱씹으며 화를 냈다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는지 절망했다가, 슬픈 이별 노래를 듣고 매일 밤마다 울며 잠드는 게 일상이었지. 그래서 그렇게 슬픔에 익숙해져갈 무렵, 오빠한테 다시 연락이 왔을 때 난 너무나도 기뻤고 다시 돌아온 오빠가 '내가 모든 걸 다 맞춰주겠다.'라는 말을 듣고 그냥...그 자체가 너무 기쁘고 너무 기다렸던 말이라서 고민할 필요도 없이 우린 다시 만났었지.
그렇게... 다시 만날 때까지만 해도 헤어졌던 기억이 아프지만 우리의 관계가 다시 견고하게 될 줄 알았어...
그런데 우리 관계는 끝까지 그렇지 못했지. 서로 익숙해지고 편안해지고 어느덧 그 편안함에 취해 오빠가 나한테 애정이 식어가는 게 눈에 보이더라구. 그래도 악착같이 붙들려고 노력했어. 이별이 얼마나 힘든건지 한번 느껴봤기에, 어떻게서든 대화로 잘 풀어나가면 관계를 다시 돌릴 수 있을 것만 같았거든. 그런데 그거 너무 비참하더라. 같은 공간에 같이 있는데도 혼자 있는 느낌, 상대방에게 애정을 달라고 매번 요구하고 구걸하는 느낌. 그 느낌이 날 너무 괴롭게 했고 그걸 오빠는 이해하지 못했지. 결국엔 날 좋아하냐는 내 물음에 '아무 생각 없다.'는 오빠의 말에 난 무너졌어. 아...이 관계는 그냥 내가 붙잡고 있는 관계구나...나만 놓으면 다 끝나는구나... 이별이 얼마나 아픈지 알아서 무서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놓아야 할 것 같아서 그래서 그만하자고 말했지.
근데 놀랍게도 오빠랑 헤어짐을 고한 그날 밤, 마음이 이상스럽게 평온하더라구.
첫번째 이별처럼 무기력하게 누워있던 것도 아니었고, 하염없이 눈물이 나오는 것도 아니었고
그냥 '다 끝났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허탈하고 한편으로는 이제 마음 고생 끝이구나 싶어서 조금
후련했던 것도 있는 것 같아. 헤어짐을 이야기하는 걸 그렇게 무서워했는데, 이별 후 아픔을 그렇게 두려워했는데 참 신기하지? 그래서 이번엔 그렇게 잘 살 수 있을 줄 알았어.
근데 3개월 후, 오빠한테 다시 연락이 오는데 그거 보고 그냥 하염없이 눈물이 나더라. 후련하다고 생각했던 거 같은데 만나서 이야기할 수 있겠냐는 오빠의 말을 보고 그냥 반사적으로 눈물이 났어. 헤어지고 나서는 '이제 절대 만날 일 없을거야.', '난 할 거 다했어', '나쁜놈' 이런 말들로 오빠와의 완전한 이별을 주변에 공표했는데 그냥 만나자는 오빠 한마디에 그 모든 게 다 흔들리더라. 그래도 거절했어. 근데 오빠가 그 다음은 미안하대. 외롭게 해서 미안하고 상처줘서 미안했다고...곰곰히 돌이켜 생각하니 자기가 익숙함에 취해 너의 소중함을 잠시 잊었던 거 같다고. 가슴이 먹먹했어. 그래도 더 이상 흔들릴 수 없기에 계속해서 거절의 말을 남겼지.
그랬더니 오빠가 며칠 후 찾아오더라? 그 먼 거리를 퇴근하고 한달음에 와서 나를 기다리더라구. 연애할 때 그랬던 적 없는 사람이 평일 2시간을 넘게 운전해서 나한테 오더라. 그래서 만났지. 만났고 오빠는 여전히 미안하다고, 그 때의 너에게 상처준 말들은 진심이 아니었다고, 여전히 사랑한다고 이야기했어. 근데 오빠... 나 저번처럼 오빠의 말을 쉽게 믿고 다시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안들더라. 이미 한번 봤잖아. 달라지겠다던 오빠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봤는데 어떻게 다시 만날 생각을 하겠어. 이미 서로가 맞추려고 노력했다가 너무 달라서 어떻게 됐는지 아는데, 우리가 다시 만나봤자 결말을 같을 거라고 그렇게 이야기했지. 그래서 우린 그렇게 마지막으로 포옹하고 헤어졌어. 포옹하고 집으로 들어가는데 오빠가 어깨가 들썩이면서 울고 있더라. 마음이 너무 아팠어. 헤어지고나서 죽도록 나를 그리워하고 아파해라 생각을 했어도 실제로 오빠가 우는 모습을 보니까 가슴이 무너지듯이 아프더라구. 더구나 그 상처를 준 사람이 나라는 사실이 못 견디게 아프더라. 그때 진심으로 바랐어. 오빠가 정말 행복했으면 좋겠다. 다른 여자를 만나서 나쁜 놈으로 남을지언정 차라리 그게 낫겠다...ㅎ.... 바보같지? 이 얘기를 친구한테 했더니 등신이래. 근데 사람 마음을 어떻게 무자르듯 끊어내겠어. 내 20대의 절반을 함께 보낸 소중한 사람인데.
그렇게 나는 오빠한테 거절의 말을 하고 우린 두번째 이별을 했어. 어쩌면 오빠는 매정한 날 두고 원망할지도 모르겠어. 오빠 같은 거 싹 다 잊어버렸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어.
근데 나도 너무 아파. 이별할 때의 그 상처가 남아있어서 돌아갈 생각은 못하겠는데, 다시 만나서 또 달라질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돌아갈 수가 없는데...우리 관계는 이미 깨진 도자기처럼 이어붙여도 그 자국이 남아있을텐데 그걸 알아서 다시 돌아가기가 무서워. 그래서 매정한 말로 자꾸 오빠한테 돌아서야 하는 내 모습이 너무 마음 아파. 마음 약한 모습 보이면 오빠를 더 힘들게 하는 걸까봐 자꾸 매정하게 끊어내고 결국엔 하고 싶은 말도 고작 인터넷에 글을 쓰네. 아파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이별의 아픔이 얼마나 큰지 알아서 오빠가 짧은 시간만 아프고 헤어나왔으면 해. 그냥 나쁜년이라고 나 욕하고 나 잊어버리고 새 사람 만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해. 그래야 나도 완전히 마음을 접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고마워, 20대의 절반을 같이 보내줘서. 그리고 사랑하는 감정을 알게 해줘서.
그리고 오빠와의 기억은 평생 가슴 깊숙이 간직한 채 살아가게 되겠지.
미안해. 꼭 행복하길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