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유추하셨듯이
맞아요.. 차라리 학생들 축가 안하는게 쌍방으로 낫다고 말하려던 거였습니다ㅎㅎ 저는 우리 아이들이 다행히 착해서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솔직히 밥 얻어 먹으러 가려는 심보나 축제참가 하는 것 처럼 막무가내로 축가 부르겠다고 나서서 교사 결혼식 망치는 경우 아래 친구의 사례 말고도 많이 봤어요. 저거보다 더 심한 사례에는 그 결혼식 빌미로 신랑이랑 갈등생겨서 이혼한 경우도 있고요;;
그리고 아무리 아이들이 가정교육을 잘받거나 선천적으로 순하다고 해도 애들은 애들이더라고요. 사회라고는 기껏해야 직장인들처럼 잘보일 필요가 없는 학교, 학원, 동아리가 다니까 중요한 곳에서의 예의범절을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머리로만 알지 속으로는 왜 이래야하지? 라고 의문 품고 저에게 직접 물어보는 경우도 많았어요. 애들이 나빠서가 아니라 진짜로 몰라서 그런거니 알려주면 되긴 하는데 안알려줬으면 어쨌을까싶어 지금생각해도 식은땀납니다. 어떤 학생은 신부 측이 오른쪽이고 그 곳에만 앉아야 한다는 것조차 모르기도 했어요.
혹여 저랑 아이들이 욕이라도 먹을까봐 당시에는 좀 심했나 싶을 정도로 저는 아이들에게 공공장소 예의범절 이런거에 대해 단단히 일러뒀어요. 잘 부르고 못 부르고는 중요치 않지만 너네가 흐트러지게 행동하면 잘 부르는것 조차 욕먹을거라고, 그건 내 얼굴에도 먹칠이라고. 그때는 아이들한테 지나치게 엄했나, 내 품위때문에 애들이 상처받는건가 싶어 가슴아팠지만 시간 지난 지금도 아이들은 저한테 그런 암묵적인 규칙들 감사한다고 종종 말해요. 그리고 제가 그렇게 말해 준 덕에 축가도 더 고퀄리티가 되었다고 하네요. 결혼식이라는게 그냥 참가만 한다는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고, 실제로 가보니까 그저 부모님 따라서가 아닌 지인으로써의 참석이 꽤 부담이었지만 미리 알고가서 차라리 나았다는 아이들도 있고요.
아무튼 저는 축가관련글 쓴 학생에게도 오지랖넓지만 일러두고 싶네요. 당장은 담임선생님께 서운할지도 모르고 뭘 잘못했는지 아직 스스로도 와닿지 않겠지만, 나중에 그 학생이 결혼을 하거나 안하더라도 가까운 친구에게 그런 경사가 생길 때에 대한 교육책이라고 전해주고 싶습니다!!^^
본인 나이 26살에 교사가 되어 현재 36살. 5년 전 결혼해서 현재 뱃속에 딸 하나 있는 예비 엄마임.
얼마 전 판을 뒤집어 놓았던 담임선생님 축가 사건을 보고, 교사로서, 그리고 예비 엄마로서 느끼는게 참 많았음.
우선 나는 9년 전에 나보다 먼저 교직의 길에 들어선 2년 차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하고 굳게 다짐함, 나는 절대 학생들 내 결혼식에 안부르겠다고.
당시는 싸이월드에 페북이 막 퍼지던 시기라 sns가 지금만큼 넓진 않은만큼 더 깊게 활발했던 시대임. 나도 그랬지만 그당시 사춘기 소년소녀들의 특유 감성은 지금보다 더 하드코어였음. 차라리 지금 애들은 더 영악할지언정 나름 중2병이란 단어도 인지하고 자기들끼리조차 그 감성에 대해 잘 이해할 만큼 뭔가 잘 아는 아이들이지만 그 당시 청소년들의 세계는 드라마에서도 다룰만큼 그들만의 아우라가 너무 강력했음. 차라리 어른 흉내 어설픈거라면 모르겠는데 그것도 아니고, 그냥 어른도 아니고 아이는 더더욱 아닌 존재들이었음. 지금 생각하니 그냥 그게 전형적인 청소년의 모습이었을지도.
아무튼 내 친구가 담임으로 있던 반의 부반장의 주도하에, 정확히는 강요섞인 부탁하에 내 친구는 좋은마음으로 애들 밥이라 먹일겸 축가 클라스도 기대않고 귀엽게 보며 아이들을 초청함. 결과적으로 내 친구 결혼식 망함. 친구는 합창대회 정도도 안바랬다는데 얘네가 부른건 뮤지컬 그리스 summer night. 지들끼리 남자하나 여자하나 커플인 애들 주인공 삼아 얘네 커플인 티 내고 이 둘은 자랑하고 지들끼리 오우~~난리남. 크게나 부르면 모를까 웅얼거리고, 피아노 반주 맡은 애는 엇박내고, 지휘자는 지휘가 아니라 율동을 하고... 게다가 이중 절반이 노는 애들의 강압에 못 이겨 강제로 참석한 학생들이라 성의도 개판. 그 다음 순서도 줄줄이 밀려버림.
여기서 그친 게 아니라 친구네 반 학생들이 다 참석하는 바람에 결혼식 적자날뻔함. 식권, 하객들 자리, 소음, 그들만의 셀카.... 친구네 시부모 얼굴 단풍되어가고, 신부는 끝내 눈물 글썽글썽, 신랑은 바위... 그리고 얘네는 교복입고 온것도 아니고 사복입고옴. 애들이 차려봤자 짧은치마, 스키니, 스모키 화장 이런거니 보수적인 시댁 분들은 가뜩이나 시끄러운데 육두문자까지 들리니 폭발하시더니 결국 친구 부부 신행 다녀와서 한소리 들음, 애들 막지 못했다고. 친구는 본의아니게 한번 접고 가는 태도를 보여야했다고 함.
학부모들은 학부모들 대로 애들 연습하느라 공부안한다고 항의오고 그게 또 교무부장장쌤한테까지 들리고 또 친구가 싸이월드에 결혼식 사진 중 학생들 사진 안올렸다고 부반장이 울고 불고 난리남. 친구는 그 때 이후로 교직생활 접음. 다행히 신랑은 좋은 분이라 리마인드 웨딩 곧 할 예정이라함.
나도 절대 애들 내 결혼식 안부르리라 다짐했지만 결국 부름. 그 이유는
1. 학생들의 공손한 태도
우리반 아이들은 축가하게 해달라고 조르는게 아니라 내게 동의를 구함. 예를 들면 "쌤 쌤 결혼식 갈래요!" 가 아닌, "선생님 결혼식에 저희가 참석해도 될까요?" 라고 정식으로 부탁을 내게 함. 주도자 학생이 당시 힘든 상황이었던 것을 내가 해결해 준적이 있는데 내게 감사드리고 싶다고 축가를 물어봤던거. 당연히 망설였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어봤지만 결정적으로 허락한 이유가,
2. 고퀄의 축가 및 적절한 선곡
주도자 학생은 댄스부에 노래도 잘하는 학생이었음. 그 학생의 어머니와 우연히 길가에서 스쳐지나간적이 있는데, 혹시 학교에서 수행평가 하냐며, 그 학생이 한 노래만 계속 부르고 춤춘다고 말씀하심. 그 노래는 악동뮤지션의 <200%>. 무엇보다도 이 학생이 단체 연습 전 홀로 안무 연구만 한달 했다는거에 그냥 바로 결정함. 노래 실력도 실력이지만, 학생이 선생 하나 위해 노력한다는거 자체가 내게는 충분했음.
3. 선생님, 학부모님과의 충분한 상의
주도자 학생에게 축가를 하는건 좋지만 반드시 하고 싶은 친구들만 하고 그 학생들의 숫자를 미리 체크해서 내게 보고할 것이며 그리고 부모님의 허락을 꼭 꼭 구해오라고 요청함. 결국 반 아이들 대부분이 하기는 했지만 나는 신랑측에 미리 이 이 얘기를 해뒀기에 큰 문제는 없었음. 그리고 축의금까지는 나도 안바랬고 그냥 애들 밥이나 먹고 가게 하려 했는데 감사하게도 학부모님들께서 다 챙겨주셨음.
4. 단정한 옷차림과 장소에 알맞은 태도
친구 결혼식의 선례를 봤기에 나는 차라리 줄이지 않은 교복을 입거나 단체복을 입으라고 아이들에게 말해둠. 사실상 교복 입으라는 소리였음. 그래서 아이들 다 내 말대로 단정히 교복입고 옴. 귀여웠던거는 우리반에 착하지만(?) 쌩 양아치 학생들이 몇 있었는데 걔네도 똥꼬치마, 쫄바지같은 교복말고 헐렁하고 기나긴 원품으로 착용함. 덤으로 너네끼리 쓰는 비속어 절대 쓰지 말라고 이 부분을 가장 신신당부함. 이걸 가장 염려했는데 의외로 잘지켜줘서 축가보다도 이게 눈물이 났음.
5. 결혼식은 너네의 축제가 아니다
예나 지금이나 중고등학생 친구들은 그 나이대 특성상 자기중심적이 면이 강함. 친구의 결혼식이 망했던 이유도 학생들이 결혼식 당사자는 고려하지 않은채 지나치게 많고 지들만 공감할 수 있는 이벤트를 짜다보니 식이 지저분해진거. 나의 경우, 이걸 어떻게 설명해줘야하나 고민 많았는데 다행히 학부모님들께서 선수쳐주심. 선생님의 새로운 시작에 똥뿌리기 싫으면 니들 본분만 다하라고 특히 주도자 어머님께서 애써주셨음. 우리반 애들은 깔끔하게 <우리사랑하게 됐어요> 1절, <200%> 1절만 mr에 맞춰서 귀엽게, 때로는 얘네가 이렇게 연습했나 싶을 정도로 놀랍게 잘 추고 잘 불렀음.
6. 고2, 고3들은 절대 안 된다
학부모님들 중 공부하는 시간에 합창대회도 아니고 웬 연습이냐고 항의하시는 분들이 몇 계셨지만, 이마저도 참여가 강제성은 아니고 또 당시 학생들이 중학생이라 사교육에 덜 압박받을 때라 분위기는 나름 훈훈하게 흘러갔음. 근데 나도 학생들의 소중한 시간 뺏기 싫었음, 나름대로 나도 은근 부담임. 이건 받는 입장도 주는 입장도 아닌 그러나 줘야하는 그런 기분..
7. 진심이어야 한다
2번에서 언급했지만 가장 중요함. 기본적으로 사이 껄끄러운 친구도 예의상 안가는곳이 결혼식임.
나는 학생들 전원이 자발적으로 정말 뼈를 깎는(?) 연습끝에 내 결혼식을 축복해줬기에 지금도 두고두고 감사함.
결론 : 그러니까 너네 위에처럼 할거 아니면 함부로 축가하지마라. 전문 가수들도 연습하고 가는 어려운 자리이다. 선생님도 사람이고 적어도 그 자리에서만큼은 너네 스승이기보다는 앞날 창창한 한명의 주인공이야. 선생님을 위해 너희들이 할 수 있는것은 장난이 아니라 진심이라는거 명심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