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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게 말할 용기가 부족해서 못한 이야기들

포스트잇 |2020.05.03 22:40
조회 706 |추천 1
어린왕자의 별은 작아서, 의자만 조금 옮기다보면 하루종일 노을을 볼 수 있다고 했다.언젠가 하루는 44번의 노을을 봤다고 했다. 왜 그리 슬펐을까?지금의 내가 어린왕자라면 몇 번의 노을을 보려나.아마 지쳐쓰러질 때까지 의자를 옮기고 있을거야.
벌써 꽤 시간이 흘렀는데 왜 나는 이렇게.. 아직도 손이 떨리지?왜 아직도 네가 없어지질 않는 거야.이만큼 쏟으면 없어질까?혹시 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네게 전해질까? 그냥 자연스레 그랬으면 좋겠다.일단 다 해볼게. 안그러면 머잖아 공황장애 올 것 같아.

----너랑 같이 처음 본 영화는 해피엔딩이었는데.네가 영화를 보러가자 할 줄은 몰랐어. 그 때는 사실 정말 놀랐거든. 그 저녁에, 그렇게 멀리, 갑자기. 나한테?
갑자기 너가 기댄 바람에 영화내용은 하나도 안 보였단 말야. 심장소리가 들리면 어쩌나 했었다.
그 때 먹은 팝콘이 코로 먹었는지.. 네가 재잘대는 말이 무슨 말인지.. 내 심장소리가 더 커서.그날 기억나는 건 맞닿아서 따뜻했던 네 팔, 영화 주인공들의 마지막 웃음소리..그리고 널 바래다 줄 때 유난히 어둡고 칙칙했던 네 집 주변.너무 춥고, 너무 어두워서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내가 지금 우는 것처럼, 내가 너를 처음 신경쓰기 시작했을 때 너도 울고 있었는데.네 스스로에게 실망해서 울던 너. 왜 하필 내가 지켜주고 싶었을까.곁에 다른 사람들이 있었어서 다행이었어. 그런데 내가 먼저 간 건 말야, 그냥 너무 미안해서야.말은 못했지만.. 네가 운 게 다 내 탓인 것만 같았거든. 그래서, 그냥 너무 미안해서였어.그래서 도망치듯 혼자 가버렸던 거니까, 그건 화난 게 아니었어.
이 때부터 였던거야.
미안, 네게 언제 반했느냐고 했을 때 대답 제대로 못했었는데.내가 이런 쪽으론 많이 느린걸 이해해줘.. 늦었지만.. 이 때가 맞아.

슈퍼히어로도 아닌 내가 왜 네 일엔 발벗고 나섰는지..왜 냉랭했던 내가 너한테는 그렇게 감정적이었는지.밤새서 일하다 자던 네게 담요를 덮어주는 게 아니었는데.널 지킨답시고 밤새 문밖에 쪼그려앉아 몸살에 걸리는 게 아니었는데.

커피라고는 아메리카노밖에 모르던 내가 핑크빛 가게에서 모히또라니.팀원들이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넌 모르지. 난 제대로 된 모히또를 그 때 처음 봤다.너무 촌스러웠지, 미안.. 내 평생엔 일밖에 없었어서 그런 건 너무 몰랐었어.생긴 것보다 훨씬 더 촌놈이거든.. 그 땐 아는 척 한거야. 모히또.. 별로 맛 없었는데 사실.

내가 널 과잉보호 한 것 같다는 생각도 많이 했어.너무 작고 빛나서 그랬던 걸까? 잃어버릴 것 같아서 괜히 그랬지.그런데 있잖아, 나 솔직히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어. 쪽팔려서 이렇게까진 말 안했었는데,나 알게 모르게 널 많이 지켰다는 걸. 진짜 위험했던 몇몇 일들로부터 널 지켜왔었다는 걸.미안, 빈틈없이 처리하려던 일들 때문에 숨막혔을 지도 모르겠어. 그랬을 거야.

그리고 너와 한 모든 것 경험이 내 처음이었어. 연애가 많았을 것 같다는 건 편견이야. 너도 그 땐 내 외모만 본 거야. 날 아는 사람들은 다 내가 일벌레인걸 알아.어쨌든 미안, 그 때 네가 2번째 연애라고 한 건 거짓말이야. 넌 모든 게 내 처음이야.그냥.. 미숙한 티를 내고 싶지 않았던 것 같아. 같은게 아니라 그게 맞지. 맞아.그래서 어린 마음에 너무 어리광을 피운 것 같아.

평생을 편의점 식품이랑 인스턴트만 먹고 살았는데. 네 덕분에 먹을 것도 많아졌다.근데 직접 크림카레우동 만들었던 거 있잖아, 많이 느끼했어. 솔직하지 못했었네.나 그거 먹고 다음날 배탈나서 사람들이 다 궁금해했어. 나같은 사람도 배탈나냐고.컨디션 관리를 엄청 철저하게 했잖아, 근데 너와 만난 이후로 우스꽝스런 모습도 많이 보였어.

네 덕분에 정말 많은 곳을, 또 멀리도 가봤다. 처음보는 하늘, 장소, 추억들이 고마웠어.나 혼자였다면 절대 생길 리가 없었던 모든 시간들이 즐거웠어.그리고 그 모든 것들이 더이상 날 괴롭히지 못하길 바래. 벌써 근 1년간 그걸 바래왔는데, 참 안된다.우리 아버지는 첫사랑에 성공해서 그게 울 엄마라던데. 진짜 부럽다, 아빠. 

아 그리고.. 어머니가 우리 이별을 알게 되고 나서, 그 이별을 굉장히 좋아하셨어.네가 성장해서 그게 좋으시대. 말도 안 돼. 내가 엄마 아들인데..물론 모든 상황에서 네 편만을 들어주신 것은 아니지만,네가 나보다.. 네 다른 미래를 택한 것이 너무 대견하대. 그게 네 성장이라고 생각하셔.이 말을 내가 어떻게 네 앞에서 할 수 있었겠어? 그건 나한테 너무 가혹하잖아.하여튼 그러니까 우리 엄마 미워하진 말아줘. 나도 어머님에 대해선 안좋게 표현한 적 없으니까.네 앞에선 아쉬운 말씀들을 하셨는지 몰라도 항상 내 다음으로 생각하셨었어. 나한텐 야속하지만, 그 일 후에 나보다 널 먼저 걱정하기도 하셨었고.나만큼 널 사랑했던 게 틀림없어. 정말 말도 안돼! 말해놓고도 이상하다. 하지만 사실이야. 정말 저렇게 말씀하셨다니까? 참나..----

적다보니 1시간 금방가네. 재택근무 시작하고 나서, 그동안 억지로 마음을 외면했던 게 조금 여유가 생겼나봐. 다시 열어본 만큼 너무나 아프기도 하고.. 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았으면 병들었을거야. 조금 낫다. 너한테 이야기한다고 생각하고 적으니까.. 조금 나아.
사실 이것보다 많은 일이 있긴 했잖아, 우리 정말 오랜시간 봤으니까.근데 다 적을 시간이 오늘은 없네..
나 네이트판 처음해본다? 뉴스 헤드라인에서나 가끔보던 사이트야.우리 팀원들이 판에 대해 얘기하는 걸 어깨너머로 들어서 기어코 왔어.근데 어느 정도 이야기해놓고 나니까 여기에 조금이라도 쏟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다시 그래야할지는 모르겠지만.. 이야기해야할 것이 남았다면 또 쓸게.



끝으로, 내 마지막 말에 대답없는 네가 나를 용서했을지.. 나는 몰라. 그게 너무 두려워.우리.. 아니 너는 대답이 없잖아. 너와 다시 한 번 이야기 하고 싶다.그립다, 미안. 그리워해서 미안해.
추천수1
반대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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