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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할머니가 너무 싫은 제가 이상한가요?

ㅇㅇ |2020.06.02 07:18
조회 800 |추천 0
 안녕하세요, 갓 스무 살이 된 앞날이 창창하다고 믿고 싶은 평범한 여자입니다. 저는 진짜 평범한 삶을 살고 있어요. 그냥 적당히 연락하는 친구 몇 있고 남자친구도 있고 지금은 꼭 가고 싶은 학과가 있어서 재수 준비하면서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고요.
 그렇지만 이런 저한테 남다른 부분이 있다면 가족과의 관계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저는 어릴 때부터 가족과 사이가 크게 좋지 않았어요. 어릴 때부터 머리가 좋은 편 (자뻑이 아니라 어느 정도는 맞다고 생각합니다)이었던 제게 부모님은 많은 기대를 하셨고, 제 성적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손을 올리신다던지, 초등학생인 제게 고등 영어 문제를 풀린다던지, 문제집 중에서도 손에 꼽히게 어려운 문제집 있잖아요 최상위권 뭐시기저시기... 그런 문제집을 풀리시고 하나라도 틀리면 윽박지르셨습니다. 어릴 때 기억은 희미하지만, 가장 마음이 아픈 기억을 몇 개 꼽자면 수학 문제집을 풀다가 문제를 틀렸다고 엄마가 색연필을 책상에 내리치셔서 깨진 색연필 조각이 눈에 들어가서 눈물에 색연필 색이 섞여 새빨간 눈물이 났던 일이랑, 그 때 아빠랑 매일 영어 공부를 했는데 하루도 울지 않은 날이 없었던 일 정도가 있네요. 그치만 더 이상 부모님을 원망하고 싶지는 않아요.
 하여튼, 부모님의 과한 교육열 사이에서 자란 저는, 개인적인 성향과 이런 저런 요소가 합쳐져서 지극히 내성적인 아이로 자랐습니다. 친구를 사귀는 것도 많이 서툴렀고, 하루 종일 주구장창 책만 읽었어요. 그 때 책을 읽은 게 재수 준비에 엄청 큰 도움이 되서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어쨌든저쨌든. 
 초등학교 끝물까지 저는 참 순종적인 애로 살았어요. 한 번도 제대로 화 내본 적이 없는 그저 그런 애. 근데 전학 가고 제 인생이 180도 달라졌습니다. 제가 5학년 말미에 전학 간 초등학교는, 신도시 근처에 있고 지어진 지 얼마 안 되서 한 학년에 반이 두 개 밖에 없는 작은 초등학교였어요. 왠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들에게 왕따를 당했고, 애들은 저를 밀치면서 바이러스라고 부르고 무시하곤 했습니다. 엄마한테 아이들이 날 괴롭혀서 너무 힘들다고 했지만, 엄마는 네가 잘못했을 거라면서 제 말을 무시했습니다. 그렇게 어딘가가 어긋나기 시작한 거 같아요. 
 중학교에 올라가고, 더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믿었던 사람에게 성폭행과 추행 사이의 뭔가를 당하기도 했고, 반 아이들끼리 하는 단합 대회에서는 개수대 구석으로 끌려가 물총 세례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 왕따 당하는 게 무서워서 친하게 지내던 어떤 애와 관계를 끊기도 했어요. 저는 더 음습해졌고, 같은 왕따였던 그 애와 친하게 지내면 더 왕따를 당할까 무서워서 관계를 끊었다는 죄책감도 절 괴롭혔습니다. 늘 제가 살아있는 게 잘못일까란 생각을 했고, 전부 다 때려치고 싶었어요.
 자살 시도도 두어 번 했어요. 유서도 남겼고 자해도 했고요. 근데 하면 할수록 부모님이 미워졌어요. 아빠는 흉터로 범벅이 된 제 팔을 보셨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일부러 남긴 유서를 엄마는 아는 척도 하지 않았고, 제 유서를 발견한 학교 애들은 언제 자살하냐며 조롱 섞인 목소리로 저를 몰아갔어요. 저는 그 시절 딱히 뭔가를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냥 공부 잘 하는 것으로 인정을 받고 싶어서 열심히 한 건데 더 이상 공부를 잘 해도, 아무도 저를 인정해주지 않을 것 같더라고요. 그렇게 중3 때부터 저는 공부를 더 이상 손에 잡지 않았어요. 어쨌든 게을렀던 제 탓이지만, 그 때 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중2 때까지 열심히 유지했던 내신, 그리고 중3 때에 설렁설렁 훑어봤던 교과서 덕분에, 저는 다행히도 집에서 거리가 먼 나름 이름이 있는 고등학교에 입학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실 그 때 집 근처에 고등학교로 진학했으면 죽어버리지 않았었을까? 란 생각을 해요. 그 고등학교는 중학교를 같이 다녔던 애들 중 대부분이 가는 곳이었거든요.
 근데 한 번 접은 공부가 다시 접히진 않았고, 저는 고등학교 때 되게.. 멍하게 살았어요. 과하다 싶을 정도로 잠을 많이 잤고, 자해는 멈추지 못했고, 어떨 때는 눈에 다크서클이 생길 정도로 잠을 못 자고, 늘 우울감에 빠지고. 정말 우울했어요. 죽어봤자 이거랑 다를 거 없다, 너무 귀찮아, 너무 힘들어... 같은 무기력증이 가장 심했던 거 같아요. 
 부모님은 제게 공부하라고 말씀하시고, 주위에서는 머리가 좋던 니가 이렇게 밖으로 돌면 안된다라는 말을 하고, 하여튼 그런 것에 시달리던 저는 고3 끝물, 추석 즈음에 가출을 하게 됩니다. 짧은 가출이었어요. 이틀 정도 됐던 걸로 기억합니다. 부모님이 바로 가출신고를 하셨고, 경찰관 분들에게 잡힌 저는 바로 정신병원에 직행했으니까요.
 정신병원은... 괜찮았어요. 부모님이나 다른 사람과 마주하는 것보다 조용한 곳에서 책을 읽고 뭔가를 쓰는 게 행복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어쩌다 저쩌다 퇴원을 했어요. 딱히 반항하지 않고 순종적으로 지내는 게, 완치는 아니지만 통원치료가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셨나 봐요.
 근데 퇴원하고 학교로 가니까, 그 사람이 극단적으로 없고 다들 조용한 곳에서 사람이 많고 번잡하고 그런 곳으로 돌아오니까 너무 무서웠어요. 바로 화장실로 가서 변기를 잡고 토하고, 담임 선생님한테 조퇴하겠다고 말씀드렸어요. 담임 선생님 앞에서 소리 내서 울었는데, 담임 선생님은 좋으신 분이셨고, 정신병원 입원을 권유한 것도 선생님이셨지만, 교무실 안에 있는 모두가 저를 정신병자처럼 보는 거 같았어요. 병원에 가니 일시적인 현상이래요. 근데 저는 아직도 사람이 무서워요. 밖이 무섭고 다들 뒤에서 절 욕할 것 같고. 
 그 사람을 무서워 하는 병인지 뭔지의 화살은 부모님이었어요. 부모님이 날 정신병원에 넣었어, 부모님만 아니었으면 나는 이러지 않았을 거 같은데.... 병원에서 부모님은 울면서 미안하다고 사과했지만, 퇴원해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거든요. 통원치료를 하면서 먹던 약을, 그만 먹으라고 한 것도 부모님이었어요. 지금 얘기해보니까 네가 다 나았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말하신 거였다고 하네요.
 어찌저찌 몇 달 남지 않은 수험 기간을 보내고, 아무 생각 없이 수능을 치르고, 저는 대학도 가고 싶지 않았어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런 저를 친가 쪽에 있는 대학교에 아버지가 대신 원서를 작성하셔서 넣으시고 저는 고모네 집에서 지내게 되었습니다.
 고모네 집은 시끄러워요. 정말 시끄러워요. 매일 같이 고모랑 애들이 싸워요. 손도 자주 올리시고, 특히 남자아이가 말썽을 자주 부리는데 걔를 볼 때마다 어릴 때의 제가 생각나서, 진짜 너무 진절머리 나게 싫었어요. 그래서 자주 밖에를 나다녔어요. 근데 친가 가족들이 다 보수적인 분들이라, 딱 붙는 바지를 입지 말라던지, 6시 통금이라던지 진짜 말도 안 되는 것들을 몇 개 조건으로 거셨거든요 ㅋㅋㅋ.... 예를 들어서 6시 통금인데, 네가 방 청소를 안 하거나 늦게 들어오거나 하면 통금이 한시간씩 줄어든다 뭐 그런 거. 제가 무슨 중학생도 아니고 말이에요.....
 사실 그런 가풍의 이유는 친할머니라고 생각해요. 친할머니가 엄청 보수적이고, 또 엄청 유교적 사고를 가지셨거든요. 그니까 이게 이 글의 주 요지인데, 할머니가 너무 싫어요. 할머니가 정말 별 거로 저한테 사사건건 참견을 하세요. 또 어릴 때부터 저한테 너는 공부를 해야 된다~~ 하셨고. 이게 엄청 심했어서 아마 할머니가 그런 말만 계속 안 하셨으면 엄마 아빠가 그런 교육열에 불타오르시진 않았을 거에요....
 예를 들어서, 큰 브래지어를 입는다고 젖이 축 쳐져서 아줌마 젖이 된다고 하던가, 잠옷으로 헐렁한 옷을 입는다고 여자애가 그렇게 축 늘어져 있으면 안된다! (헐렁한 옷이랑 축 늘어져 잇는 거랑 무슨 상관인지는 모르겠어요....) 살을 빼라니, 성형을 해라니, 편의점에 가면 사촌동생들 줄 간식도 사 오라니(저는 교통비까지 다 포함한 용돈을 받고 밥을 집에서 잘 안 먹어서 돈이 여유가 많이 안 납니다....)... 또 제가 할머니를 싫어하는 가장 큰 이유가 하나 있는데요. 
 할머니가 예전에 공부를 안하던 저를 설득하다가 가족 얘기가 나왔는데, 너는 우리 가족의 맏이니까 남자애들보다 공부를 두 배는 열심히 해야 한대요. 왜 공부에서 남녀를 따지는지도 모르겠고, 남자인 사촌동생도 있는데 왜 저한테 그렇게 말씀하시는지 모르겠다고 어린 마음에 물었더니, 사촌동생은 할머니의 딸의 아이니까, 출가외인이라고, 더 이상 우리 집 사람이 아니라는 거에요. 근데 제가 외할머니랑은 또 사이가 좋아요. 외할머니가 약간 신세대 멋쟁이 할머니라서 멋도 많이 부리시고, 저를 많이 이해해주시려구 하시거든요. 쨌든 우리 외할머니 짱멋있음. 하여튼 그래서, 제가 할머니한테 그럼 외할머니는 저를 가족으로 생각하지 않으시는 거에요? 라고 했더니, 친할머니가 정말 친절하시게도 그렇다. 외할머니는 널 가족으로 생각 안 할거다. 그 집에도 아들이 있는데 출가외인인 딸 네 자식을 왜 그렇게 생각하냐. 이렇게 대답하셨어요.

 그 때가 제가 한창 힘들던 중학교 시절이었고, 그 때 할머니는 저한테 위로가 많이 되어주신 분이고 지금도 제 든든한 받침대가 되어주시고 계시는 완전 멋진 분이에요. 근데 저랑 별로 친하지도 않다고 생각한 친할머니가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약간... 상처가 되더라고요. 명절 때 외가에 못 가게 하는 거랑, 여자들만 부려먹고 남자들은 뒹굴뒹굴 누워서 TV나 보게 냅두시는 것도 마음에 안 들어요. 
 또 할머니는, 제가 우리 집안에서 가장 좋은 대학을 갔다고 (제 입장에서는 4년대지만 고등학교 때 공부를 안 해서 별로 좋은 대학이 아니라서 재수를 준비 중이고, 저보다 나이가 많은 사촌들은 다 전문대를 갔어요) 저한테 엄청 기대를 걸고 계세요. 저는 딱히 할머니한테 보은하고 싶지도 않고, 내 가족은 딱 부모님, 지금 초등학생인 여동생, 그리고 나까지인데. 
 사실 부모님이랑은 최근에 화해를 했어요. 지금 돌아와서 보니까 제가 너무 많이 어렸고, 부모님도 저를 사랑하시니까요. 그리고 우리 동생도 귀여우니까요. 그런데 친할머니랑, 친가 쪽이랑은 더 이상 인연을 맺고 싶지 않아요.... 다 저한테 무리하게 기대하고, 많은 것을 참견하는 거 같아요..... 사촌동생한테 마음의 상처가 있다고, 저한테 1주일에 한 번씩 대화를 하라고 하는 거나 (이걸 왜저한테시키는지모르겠다구요!!!!) 매일 가족처럼 세끼를 같이 먹으라는 거나 (우리집에있을때도저는부모님이랑밥안먹엇어요!!!!) 6시까지 집에 들어오라는 거나 뭐 그런 것들.
 전에는 동아리 때문에 (코로나 때문에 학교는 쉬지만 동아리는 모집했습니다) 동아리 부원끼리 얼굴을 익히기 위해서 술을 마신다구 하길래, 그런 자리에 한 번 가 보고 싶어서 말씀드리고, 단톡방도 보여드렸느데 어떤 동아리가 새벽까지 술을 마시냐고, 자기가 당장 학장한테 전화해서 그 동아리가 뭔지 말하고 학교에 대자보? 도 붙이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정도로 보수적인 분들이에요.... 
 어쨌든, 음 뭐라고 마무리를 지어야 하지 제가 궁금한 건 그거에요  지금 제가 친가와 친할머니를 미워하는 게 이상한 일인가요? 부모님은, 특히 아빠는 니가 어리니까 할머니한테 맞추라고 하는데 도저히 그걸 못하겠거든요.... 어릴 때부터 부모님한테 애가 똑똑하니까 때려서라도 공부를 시키라고 했던 것도 할머니고, 지금도 저를 너무 힘들게 하는 분이시니까 뭔가 제가 정 없는 사람이긴 해도 친할머니랑 친가한테는 정말 정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아요....

+지금 본가에 올라와서 재수 준비 중이에요! 글이 되게 엉망진창이라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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