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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와 달 # 66-67

독백 |2004.02.17 10:13
조회 481 |추천 0

녀석의 엄마는 떨리는 손으로 병실문을 잡았다. 쉬이 문을 열지 못했다.

 

" 늑막...염이세요... 심한...정도는 아니시지만... 꾸준히 약을 드셔야 된데요..."

 

내 말에 녀석의 엄마는 한참을 그자리에서 눈물을 흘리셨다.

 

일주일 후 태양이는 엄마를 따라 일본으로 돌아갔다. 물론 할머니도 일본으로 직접 모시고 갔
다. 이렇게 녀석은 다시 일본으로 돌아갔다.

 

어느새 9월도 다 가고 10월이 다가오고 있었다.

 

" 같이가- 나버리고 가면 안돼"
" 알았으니까 빨랑 와"

 

태양이가 가고난 한국...우린 다시 녀석이 오기전과 같이 돌아갔다.
나는 여전히 늦잠으로 인해 해우에게 아침이면 구박을 받고 있다.

 

" 양말 신어. 출발하게."
" 응?"
" 양말 신으라구. 하늘이 기다려."
" 어... 알았어."

 

그래도 녀석이 왔다가고 나서 바뀐게 있다면 해우가 날 아주 조금 더 챙긴다는 것.
녀석에게 고마워 해야겠다. 난 나름대로 하늘이를 미워하던 마음도 접었다.

 

" 안녕"
" 어. 빨리 타. 나 때문에 오래 기다려서 추웠겠다."
" 아니야..."

 

하늘이는 내가 있을 때면 언제나 뒷자리에 앉았다.
오전 수업을 마치고 오후수업을 기다리며 점심을 먹으러 식당으로 갔다. 해우는 여기저기 식당
에 있던 티비 채널을 돌렸고, 난 익숙한 채널. NHK에서 소리쳤다.

 

" 여기보자."
" 너 알아 듣지도 못하면서 이거 보더라?"
" 잠깐만 보자. 아는 얼굴 나올 수도 있잖아."
" 누구 외삼촌?"
" 아니..."
" 아 맞다. 태양이 겨울방학하면 바로 온다고 했는데..."
" 겨울방학?"
" 어. 그땐 개강할때까지 한국에서 계속 있을거라구 그러던데... 우리 방학되면 태양이 꼬셔서
스키타러 가자고 하자."
" ...그래"

 

그리고 시간은 빨리 흘러 겨울이되었다.

 

2003년 12월 24일.
아빠와 엄마 아저씨와 아줌마 네분은 크리스마스 이브 파티를 하신다며 일찌감치 나가셨고, 은
별이도 어디서 사귄건지 자기와 꼭 닮은 그런 싸가지 만땅에 남자친구를 사귀어선 약속이 있다
며 나갔다. 해우도 아침일찍 나가 오지 않는걸 보면 하늘이를 만나러 간 듯 하다.

 

밤 11시 반... 난 창을 열어 하늘에 떠 있는 달과 함께 조촐한 크리스마스 이브 파티를 한다.

 

" 내년 크리스마스엔 꼭 남자친구와 함께 할 수 있게 해주세요..."

 

그리고 밑에선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 올해부터 당장 함께 하게 해 주지."

 

어디서...나는 소리지? 마치 달님이 대답이라도 해준 듯 아무대서도 사람의 모습은 찾을 수 없
었다. 그리고 무엇인가 내 손을 스치는 느낌. 오태양?

 


# 해와 달 67


녀석이었다. 녀석이 해우네 집과 우리집 사이에 있는 담위에서 점프를 한거였다.

 

" 뭐야.너?"
" 반달곰. 잘있었어?"
" 언제 온거야? 언제부터 거기 있었구?"
" 글세..."

 

녀석은 제자리에서 힘껏 뛰어올랐다. 녀석을 만난지 얼마 안 되어서 우리집 문이 잠겨 있었던
그 때와 같이... 그리고 내 방 창문을 타고 내 방으로 들어왔다.

 

" 뭐, 뭐야...? "
" 어른들... 안계셔?"
" 응..."
" 그럼 진작 말했어야지. 너때문에 괜한 고생만 했잖아. 아우 기운 빠져."

 

많이 밝아져 있는 모습... 왠지 낯선 태양이의 말투가 녀석을 만난 기분이 한결 더 좋아지게 만
들어 줬다.

 

" 갑자기 어떻게 온거야?"
" 해우가 말...안해? 방학되면 온다고 했잖아."
" 들었어... 근데 방학 한지 며칠이 지나도 안 오길래... 안오는 줄 알았지..."
" 그래? 그럼 날 기다리긴 했단 소리네?"
" 그, 그거야..."
" 나 그때 일본으로 돌아가면서 결심한게 있어."
" ...?"
" 내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면..."

 

그때 내 핸드폰 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 잠깐...만..."

 

난 전화를 받았고, 전화를 건건 해우였다.

 

" 어디야... 헉... 헉..."
" 왜 그래? 무슨일 있어?"
" 어디냐구."
" 지...집이지. 무슨이"
" 알았어. 끊어."

 

알수 없었다. 갑자기 전화를 해선 어디냐고 묻고는 끊어버리는 해우... 도대체 무슨 일이야?

 

" 해우...야...?"
" 으...응..."
" ...왜...?"
" 글세... 어디냐고 묻고는...끊네... 아, 아까 하던 얘기 마저 해줘. 일본으로 돌아가면서 결심한
거 있다고 했잖아. 뭔데?"
" ......."

 

그리고 우리집에 초인종이 울렸다.

 

" 잠깐...만"

 

난 급히 울려대는 초인종 소리에 아래층으로 내려가기위해 방문을 열었고, 그런 날 녀석이 붙
잡았다.

 

" 내말... 듣고가..."
" 응...?"
" 나. 결심한거 있었어. 내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는데도 너 해우 계속 기다리고 있으면... 아
니 내가 다시 한국으로 간다면 널 해우녀석한테 뺏기지 않을거라고 다짐했어."

 

숨이 막혀오는 것 같았다. 내방에 있던 작은 뻐꾸기 시계가 12시를 나타내며 울고 있었다.

12월 25일... 오늘은 크리스마스다.

 

2층에서 내려오는 속도가 더디었다. 금방이라도 계단에서 고꾸라질 것만 같았다. 태양이 같이 잘 난 녀석이 날 좋아할리 없다고 생각 했었다. 그런데...
한참 시끄럽게 울리던 벨소리가 사그라들면서 집안과 앞마당 모두 고요했다.

 

" 누구..."
" 문열어."

 

해우였다. 해우가 거친 숨을 몰아 쉬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난 문을 열었고, 문이 열림과 동시에 해우가 안으로 들어와 날 세게 안았다.

 

" 미안해... 나 너무 늦었지..."
" 해우야..."
" 나 22년이나 걸렸어... 너무 오래 기다리게 했지... 난 태어 났을때 부터 너 뿐이었는데... 내
짝은 태어날때부터 너였는데... 내가 너무 널 오래 기다리게 했지?"

 

믿을수 없었다. 꿈을 꾸는 것 같았다. 해우는 그동안 수없이 상상했던 말보다도 더 멋진 말로 나에게 속삭여줬다. 이해우...
하늘이는... 어떻게 된거야...? 물어보고 싶었다. 도대체 오늘같은 날 하늘이는 어떡하고 이렇
게 내게 달려 온건지... 하지만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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