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여름의 추억, 살구잼 만들기 + 무료나눔

Nitro |2020.08.01 02:12
조회 2,580 |추천 20

 

가을이 추수의 계절이라면 여름은 과일의 계절 아닐까 싶습니다. 


수박, 참외, 포도에서 시작해서 복숭아, 자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과일들이 새콤달콤한 맛을 뽐내며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지요.


하지만 여름은 또한 준비의 계절이기도 합니다. 여름에 넘쳐나는 싱싱한 과일과 채소를 열심히 모아서 잼과 피클로 저장 해 두어야지만 겨울에 먹을 수 있으니까요.


보통은 포도를 끓여서 젤리를 만들거나 자두잼을 만들거나 할텐데 올해는 좀 특이하게 살구잼을 만들어 보기로 결정합니다. 


우선 살구를 한 상자 사서 씨를 제거하고 껍질을 벗깁니다. 얼마 안 버리는 것 같은데도 무게가 많이 줄어드네요.


원래대로라면 수율 90%는 나와야 하는데 터지고 멍든 거 버리고 무른 거 손질하니까 과육만 2.5kg 약간 못 미치게 나옵니다. 


재미있는 건, 똑같은 과일이라도 손질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이름이 달라진다는 겁니다.


과일 쥬스만 걸러내서 굳힌 건 젤리, 과육까지 넣은 건 잼, 껍질까지 들어가면 마멀레이드가 됩니다.


 

원래대로라면 살구 과육과 동량의 설탕을 넣어야 하지만, 너무 단 건 풍미가 잘 살지 않는 관계로 2kg만 넣었습니다.


과일에 설탕을 붓고 기다리면 저절로 과즙이 나와 흥건해집니다.


여기에 설탕 500그램당 레몬 한개 분량의 레몬즙, 바닐라빈 한 개, 그랑마니에르 원 샷을 넣어줍니다.


가격이 무시무시한 재료들인데, 좀 더 깊은 맛을 내려면 건너뛸수가 없습니다.


물론 바닐라빈 대신 바닐라 에센스 사용하고, 그랑 마니에르 대신 쿠앵트로 사용하면 원가를 거의 1/10로 줄일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도 원가 절감 버전과 제대로 재료 넣은 것을 그냥 블라인드 테스트 하면 '뭐 그렇게 엄청난 차이는 안 나는데?'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구요.


하지만 제대로 만든 것을 계속 먹다가 저렴한 녀석을 먹었을 때는 단번에 그 차이를 느끼게 되는게 신기합니다.


그래서 미식가들은 아주 약간 더 나은 맛을 맛보기 위해 엄청난 지출을 감수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잼을 담을 유리병은 미리 끓는 물에 삶아서 소독을 해 줍니다.


애써서 만든 잼이 상하지 않게 오랫동안 보관하려면 꼼꼼히 소독을 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장용 유리병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메이슨이라는 사람이 발명한 메이슨 자(Jar:병). 


그런데 Ball이라는 회사가 메이슨 유리병 시장을 거의 장악하다시피 하고 있기 때문에 대다수의 유리 용기에 Ball 상표가 붙어있어서 처음 보는 사람은 Ball 유리병이라고 헷갈리기도 하지요.


더운 여름에 물 펄펄 끓여서 유리병 굴려가며 소독하고 땀 뻘뻘 흘리며 건져낼 때면 미국에서 유리병 소독용 스팀 받침대를 사올 걸 그랬다는 후회가 들기도 합니다.


 

유럽의 유서깊은 빵집에는 하나씩 걸려있다는 잼 만드는 냄비. 통짜 구리로 만들었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구리로 만든 냄비나 후라이팬 등이 요리도구의 끝판왕 취급 받는 것을 볼 때면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싶긴 합니다.


요리사라면 금색으로 빛나는 구리 도구에 대한 로망을 갖고 있지만 실용성이나 가성비 측면에서 보자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니까요.


옛날 서양에서 섬세한 요리를 할 때는 구리 도구가 없어서는 안되는 물건이긴 했습니다. 


세심한 불 조절이 필요한데 장작이나 석탄으로는 마음먹은대로 화력 조절하기가 쉽지 않고, 무쇠로 만든 도구는 열 보존율이 높아서 한 번 뜨거워지면 쉽게 식지를 않았거든요.


그러니 열 전도율 끝판왕인 구리로 만든 도구가 있어야 요리사가 원하는 온도로 요리하는 게 가능했지요.


하지만 올림픽에서 금,은과 함께 취급할 정도로 나름 비싼 금속이 구리인지라 왕이나 귀족들의 요리사가 아니고서야 쉽게 사용할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요즘 들어서는 오븐이나 기타 가열도구가 워낙 잘 나오니 굳이 관리도 힘들고 비싼 구리 제품을 고집할 이유도 적어졌지요.


게다가 가격 외에도 또 다른 문제가 있었으니, 구리는 몇몇 식재료와 반응하면 굉장히 쉽게 산화된다는 것이었지요.


산화철(붉은 녹)은 먹어도 그렇게 직접적인 해는 없는 반면 산화구리(청색 녹)은 극독까지는 아니더라도 인체에 상당히 유해하기 때문에 오래 전부터 구리 제품에는 주석으로 코팅을 해서 사용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주석은 열전도율은 좋지만 고온에 약한데다 몇 년 사용하면 칠이 벗겨져서 다시 칠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고, 그래서 요즘엔 구리팬에 스테인리스를 코팅한 제품들이 많이 나오는 실정입니다. 열전도율 좋아서 구리를 사용하는데 열전도율 최악인 스테인리스를 붙여버리면 무슨 소용인가 싶지만요.


유럽에는 전통 시장마다 칠장이(tinner 혹은 tinsmith)가 있어서 우리나라 전통 시장에서 칼 갈아주듯 구리 제품에 주석 칠을 해준다던데 우리나라에선 그런 서비스를 받을 방법이 없으니 구리팬은 그냥 깔끔하게 포기한 상태입니다.


다만 안쪽에 코팅되지 않은 통짜 구리 제품을 사용하는 경우가 딱 두 가지 있으니, 바로 잼 만들 때와 사탕 만들 때입니다.


열전도율이 높은 덕에 금방 고온으로 가열이 되고, 전도율이 높아 일부분만 타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다가 구리 성분이 단단한 잼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설탕 함유량이 높으면 구리가 반응하지 않기 때문에, 미리 과일과 설탕을 섞기만 하면 잼 만들어 먹는 건 안전하다고 하구요.


그래서 제가 갖고 있는 구리 도구는 사탕 제작용 조그만 냄비 하나와 잼 제작용 큰 냄비 하나가 전부입니다.


둘 다 모비엘 제품이라 머릿수는 적은데 몸값은 무시무시한게 함정이지요. 


 

물이 거의 다 증발하면 100도 아래를 유지하던 온도가 갑자기 훅 오르기 시작합니다.


잼 만들 때 방심하면 안되는 이유지요. 96도, 97도를 한참 맴돌다가 갑자기 온도가 치솟다가 타버릴 수 있으니까요.


잘 저어가며 온도를 확인하다가 얼추 되어간다 싶으면 얼른 불을 끕니다. 


잼은 뜨거울 때는 워낙 묽기 때문에 얼음물에 몇 방울 떨어트리거나 접시를 얼리고 그 위에 살짝 발라서 굳기를 확인합니다.


단단한 잼을 만들려면 많이 끓여서 설탕을 캐러멜화 시켜야 하는데 자칫 잘못하면 탄 설탕의 쓴맛이 섞이기 십상입니다.


아니면 과일에 존재하는 천연 응고성분인 펙틴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긴 하지요. 펙틴이 풍부한 사과를 끓여서 걸러낸 다음 액체를 졸여 만드는 게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만든 잼은 그냥 평소보다 묽은 소프트 스프레드로 만들었습니다. 그 편이 여러 용도로 활용하기 편하기 때문이지요 (자세한 활용법은 동영상 참조). 


원하는 굳기가 되면 병에 채워넣고 공기가 유입되지 않도록 거꾸로 세워서 식힙니다.


다 식힌 잼은 며칠 정도 숙성시킨 다음 먹으면 됩니다. 


원래는 겨울철을 대비해서 왕창 만들어 저장해 두는 게 보존음식의 미학이지만, 맛을 살리려고 설탕의 양을 줄인데다가 방부제도 넣지 않았으니 그냥 하나씩 꺼내먹으며 싱싱한 과일과는 또 다른 즐거움을 찾는 거지요.


 

다 만들어 보니 16온즈 메이슨자 열 개를 채울 정도의 양입니다. 대략 4.5리터. 


비용을 따져보면 살구 35000원, 바닐라빈 20g 20000원, 그랑마니에르 4샷 10000원, 설탕 2kg 2000원, 레몬 4개 4000원.


재료 원가만 무려 7100원/병에 달하는 무시무시한 녀석이 탄생했습니다. 


여기에 메이슨자 10개가 배송비 포함 25500원이니 인건비, 전기세, 수도세 등등 다 생략하고도 한 병당 제작단가 만원에 육박하는 잼이 되어버렸네요.


만약 상업적으로 판다고 생각하면 재료 대량 구입으로 단가를 낮춘다고 해도 인건비와 세금, 임대료, 포장비, 기타 잡비에 마진까지 얹어야 하니 후덜덜.... 


그래서 손을 덜덜 떨면서 오래간만에 블랙메일 이벤트 들어갑니다.


직접 볶은 원두, 외국 여행다니며 사 온 홍차, 자캐 캐릭터 티셔츠, 직접 만든 수상쩍은 마법 부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나눔을 해 왔지만 잼 나눔은 처음이네요. 잼있을지 잼없을지 한 번 두고 볼 일입니다.


신청 방법은 간단합니다. 댓글로 이메일 주소를 남겨주시면 끝. 원래는 비밀댓글로 응모를 받는데 네이트판은 비밀댓글 기능이 없네요 ㅠ_ㅠ


블로그, 유튜브, 자주 다니는 커뮤니티 세 곳에서 각 한 병씩, 총 다섯 병을 추첨을 통해 보내드립니다.


제가 어디를 돌아다니는지 잘 아는 분이라면 총 다섯번의 응모 기회가 있는 셈이네요 ㅎㅎ


동영상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734E7_17_-M

추천수20
반대수14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