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서 활전복을 완전 저렴하게 팔길래 낼름 집어왔습니다.
엄청 조그만 놈들이라 먹을 게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머릿수가 많으니 집어먹는 재미는 있겠다 싶었지요.
쿡쿡 찌르면 "하지 말라고~"하면서 꿈틀거립니다.
솔로 거무스름한 빨판 부분을 슥슥 씻어 주고, 상대적으로 뾰족한 부분의 껍질과 살 사이로 숟가락을 집어넣어서 살과 껍질을 분리합니다.
숟가락을 껍질을 긁듯이 잘 밀착시켜야 내장이 터지지 않고 깔끔하게 떨어집니다.
냉동 전복이었다면 내장은 다 버려야 하는데 활전복을 사면 내장 갈아서 죽 해먹는 재미가 또 쏠쏠하지요.
전복 살과 내장도 분리시키고, 빨판 끝부분을 가위로 살짝 잘라서 이빨인지 침샘인지 하는 부분도 제거합니다.
살은 칼집 내고 맛술 좀 뿌려서 껍질에 올린 채로 찜기에 찌고, 내장은 한 번 갈아서 죽을 끓입니다.
(전복죽, 전복찜, 마트표 김치, 우엉조림)
메인요리 하는 데 힘을 많이 뺐으니 밑반찬은 그냥 간단하게 두 가지만 꺼냈습니다.
큰 전복에 비하면 확실히 맛은 좀 덜한데, 그래도 나름 고소한게 왠지 에너지가 차는 느낌입니다.
전복 몇 마리 집어먹고 전복죽 한 그릇 훌훌 비우면 며칠은 버틸만하다 싶네요.
(도가니탕 국수, 검은콩자반, 마트표 백김치)
더운 여름이 계속되다보니 보양식을 계속 만들게 됩니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걸 만들기 시작했지 싶은 생각이 드는 도가니탕.
도가니 뼈가 잠길 정도로 찬물을 붓고, 한 번 끓여서 물을 버린 다음 다시 뼈를 씻고, 물을 부어서 끓입니다.
중간중간 거품이나 기름 뜨는 걸 걷어내면서 끓입니다.
계속 끓입니다.
뽀얗게 될 때까지 계속...
에어컨 틀어놓고 선풍기 바람 쐬며 끓여도 땀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이렇게 한 냄비 끓이면 국물을 옮겨담아서 냉장고에 넣고 다시 물을 붓습니다.
그리고 또 끓입니다.
건더기가 너무 없으면 심심하니까 다른 냄비 하나에는 소힘줄(스지)을 몇 덩이 넣고 삶아냅니다.
처음 끓인 국물과 두 번째 끓인 국물을 합쳐서 냉장고에 식힌 다음 위에 떠서 굳은 기름 걷어내면 완성.
만들때는 힘들지만 다 만들고 나면 커다란 냄비 하나가 가득 차있는 걸 보니 다람쥐가 도토리 쟁여놓은 것 마냥 든든합니다.
절반 정도는 지퍼백에 나눠 넣어서 얼리고, 나머지는 파와 후추 등을 넣고 소금간을 해서 밥 말아먹거나 국수 말아먹으면 좋습니다.
국물은 고소하고 소힘줄은 쫄깃쫄깃한게 맛있지요.
(닭곰탕, 닭죽, 비트 오렌지 소스 조림, 우엉 조림, 마트표 김치, 마트표 백김치)
개인적으로 삼계탕은 별로 안좋아합니다. 왠지 한약 먹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체질적으로 삼을 먹으면 열이 오르기도 하고 해서 말이죠.
그래서 닭 두마리를 넣고 삼계탕 대신 닭곰탕을 만들었습니다.
닭과 양파, 대파, 통후추, 통마늘, 월계수잎 등을 넣고 40분 정도 삶아줍니다. 닭을 건져서 살을 발라낸 후, 뼈는 다시 냄비에 넣고 푹푹 고아줍니다.
왠지 며칠 전에 도가니탕 끓이면서 '이 짓을 다신 하나 봐라'라고 다짐한 것 같은데 정신 차려보니 이 짓을 또 하고 있네요.
닭곰탕이 완성되면 국물을 좀 덜어내서 닭죽을 끓입니다. 쌀을 살짝 볶다가 국물 붓고, 당근과 실파를 넣고 참기름과 소금으로 간을 맞추면 완성입니다. 워낙 고소한 맛이 일품인지라 어릴적엔 백숙보다도 이 닭죽을 더 좋아했었지요.
비트 조림은 CIA 다닐 때 배워서 잘 써먹는 중입니다. 비트만 먹으면 좀 텁텁하고 쓴맛이 있어서 잘 안 먹는데 오렌지 소스로 조림을 만들면 달달해서 잘 팔리지요.
8월도 거의 다 지나가니 체력 보충 차원에서 노량진 수산시장을 들렀습니다.
처음에 여기 왔을 땐 '수산시장이 맞나' 싶었을 정도로 꽤나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의 건물입니다.
수많은 상인들이 모여있기 때문에 그 중에는 정직한 집도, 어수룩한 손님 등쳐먹는 집도 있습니다.
가장 좋기로는 해산물 보는 눈을 기르는 거지만 비싼 해산물을 그렇게 자주 사먹기가 쉽지 않으니 인터넷에서 평가 보고 믿을만한 가게를 단골 삼는 게 제일 좋습니다.
이도저도 여의치 않으면 뒷통수 맞기 제일 쉬운 저울 장난질만 조심하면 됩니다.
무게를 잴 때 은근슬쩍 저울을 누르거나, 생선이나 게 등을 그릇에 담아서 저울에 올리는데 그릇에 물을 담는다거나 하는 식이지요.
특히 수조에 있던 해산물을 건져서 바로 저울에 올리면 당연히 물이 따라들어가는데, 이 무게가 장난 아닙니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물이 횟집 수조 물이라는 농담이 괜히 있는게 아니지요.
눈여겨 보다가 물이 들어간다 싶으면 꼭 물 빼달라고 말을 해야 합니다.
오늘의 메뉴는 랍스터. 시세가 kg당 38,000원인데 1.5kg짜리를 저렴하게 업어왔습니다.
칫솔과 크기를 비교해보면 크기를 얼추 짐작할 수 있습니다.
우선 칫솔로 껍질을 박박 닦은 후, 날카로운 칼로 꼬리 시작되는 지점부터 양 눈 사이를 단번에 잘라줍니다.
그리고 나서 찜기에 배가 위로 가게 놓고 15분 가량 찐 다음, 5분 정도 뜸 들이고 꺼내면 됩니다.
이렇게 적어놓으면 굉장히 간단해보이는데, 실제로는 랍스터가 꽤나 발버둥을 치기 때문에 처음 잡을 때는 좀 당황하기가 쉽습니다.
얼음 가득 채운 상자에 담아서 40분 정도 걸려 집에 왔는데 아직도 버둥거리며 활발하게 움직일 정도니까요.
몸통 부분을 키친 타월이나 수건으로 덮어서 왼손으로 잡고, 오른손으로는 칼을 쥐고 한 번에 힘을 줘서 끝까지 찌른 다음 과감하게 머리를 갈라야 합니다.
육체적으로 힘들거나 고급 기술이 필요한 것은 아닌데, 살아있는 걸 죽인다는 부담감에서는 시골집에서 닭이라도 잡지 않는 한 거의 끝판왕 아닐까 싶네요.
전복 손질할 때만 해도 그냥 '식재료 손질'의 느낌이라면 랍스터 정도 되면 크기도 꽤 크고 움직임도 활발해서 생명의 무게가 확 느껴지거든요.
랍스터를 찌는 동안 찍어먹을 버터를 만듭니다. 랍스터와 마늘버터는 거의 정석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궁합이 잘 맞으니까요.
그냥 버터를 팬에 녹이고 다진 마늘과 파슬리, 타임을 조금씩 넣어서 살짝 끓이면 됩니다.
다 쪄서 빨갛게 변한 랍스터. 크기가 워낙 커서 가장 큰 솥에 넣는데도 거의 구겨넣듯이 해서 겨우 넣었네요.
옛날에 인형뽑기 기계가 한창 유행할 때 인형 대신 랍스터를 넣어 놓은 뽑기 기계도 있었던 게 기억 나네요.
어쩌다 한 마리 뽑긴 했는데 어떻게 손질하는지 몰라서 그냥 꽃게탕 끓이듯 통채로 끓여먹었더랬지요.
그렇게 먹으면 안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펄떡펄떡 살아있는 랍스터를 탕으로 끓여먹는 건 조금 아까운 일입니다.
조리된 랍스터는 머리와 꼬리를 비틀어 분리하고, 집게발도 떼어냅니다.
꼬리를 잘라서 살을 빼내고, 집게는 나무 망치로 깨서 살을 꺼냅니다.
조그만 다리와 관절, 머리 부분의 살, 내장 등은 따로 모아둡니다.
먹을 준비가 끝난 랍스터 꼬리와 집게발.
꼬리는 회로 먹어도 좋지만 약간 덜 익은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만 쪄서 겉부분은 익고 속부분은 회의 느낌이 남아있는 정도가 제일 좋은 듯 합니다.
큰 거 한 점 포크로 찍어서 버터 소스에 푹 담궜다가 먹으면 완전 맛있습니다.
나머지 살과 내장은 볶음밥을 만들어 먹으면 맛있습니다.
기름 살짝 두르고 마늘을 볶다가 밥과 랍스터를 넣고 계속 볶아줍니다.
참기름과 김가루, 깨를 살짝 뿌리면 완성.
다른 때였다면 랍스터 껍질 넣은 라면까지 끓여 먹어야 배가 불렀을텐데 오늘은 애들이 할머니집에 놀러간 덕에 아내와 둘이서 한 마리를 해치웠습니다.
그래서 볶음밥도 절반은 남길 정도로, 랍스터만으로 배를 채웠네요.
애들 먹는게 아까운 건 아닌데 게맛살과 랍스터의 차이도 구분 못하는 입에 굳이 킬로그램당 38,000원짜리를 넣어줘야 하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다음에도 애들 없을 때 또 해 먹어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