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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추억 사이 그 어딘가

쓰늬 |2020.08.18 22:57
조회 321 |추천 0


5월 너와 함께한 초여름 우연히 들린 카페

커피를 선호하지 않았던 우리가 왜 카페를 들어갔을까? 

근데 나쁘지 않았어 그곳에서 느껴지는 커피향, 앤티크하면서 평온한 느낌 그리고 내 앞에 너로 인해 나는 그 공간이, 그 순간이 참 좋았어.


네가 없는 지금 8월 나는 요즘도 그 카페를 자주 가.

처음에는 별 이유가 없었어 그냥 한참을 혼자 괴로워하다 너를 한 번 더 추억하고 싶어서였을까 너와 있었던 추억이 떠올라서 였을까 발걸음이 날 이끌었던 것 같아.

묵직하게 날 휘감는 커피향, 앤티크 한 가구들, 잔잔한 재즈까지 바뀐 게 하나도 없었어

내 앞에 있었던 너만 빼고.

당연히 예상은 했는데 많이 괴롭더라.

가게 들어가서 주문하는데 주저앉아 울뻔했어

그래도 계속 갔어 계속... 그냥 계속... 커피에 미친놈인가 싶을 정도로.

뭐라도 해야만 네 생각이 덜 날것 같았거든.

그렇게 하루 이틀 일주일... 가서 드라마도 보고 책도 읽고 때로는 멍 때리고 앉아있기도 했어.


하루는 너와 같이 보던 "슬기로운 의사 생활"을 봤어

거기에 이런 대사가 나오더라

"너는 널 위해서 무엇을 해주고 있어?"

저 말이 나는 이렇게 들렸어.

"별일 없이 하루하루 사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그렇게 고생한 나를 위해 무엇을 해주고 있냐고."

내가 힘든 건 내가 누구보다 제일 잘 느끼잖아.

그래서 생각해 보게 됐어 나는 날 위해 뭘 해주고 있는지.

가만히 앉아 생각해보니 그때부터 지금까지 카페를 가고 그 동네를 아무 생각 없이 걷는 게 

내가 나에게 유일하게 해주고 있는 거더라.

'3,000원짜리 아메리카노 한잔과 산책' 

정말 사소한 행동들이잖아? 근데 요즘 제일 내가 좋아했고 그나마 약간의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

널 생각하고 그리워하며 갔던 곳이 이제는 내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는 곳이 되어있었어.


신기하지.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인데 그 카페에서는 커피를 한 잔의 기적이라고 하더라 

근데 그 기적이 지금 조금씩 나에게 일어나려고 하는 것 같아.

기적이라고 그렇게 대단한 것도 아니야


'너를 잊는 것' 

 혹은 

'내 마음이 너를 내려놓을 수 있는 것'


그게 나에게는 기적이야.

네가 없는 지금도 이렇게 힘들어 괴로워하고 매일 네가 나오는 꿈을 꾸고 슬퍼하는데

너를 잊는 것이 기적이라니 참 모순이다 그치?


무슨 말을 써 내려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어.

얼른 널 잊고 싶어.

좋아하는게 이렇게 힘든건 줄 몰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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