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시작전!
저는 워킹맘 이랍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모든 업무를 재택으로 돌려 놓고 집에서 단시간 근로로 업무를 보고 있기 때문에, 출퇴근 하는 워킹맘들 보다는 훨씬 자유롭게 아기를 돌볼 수 있는 상황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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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만 생각하면 천불이 끓어오르는 요즘이다.
이 조그만 나라에서 서로 이렇게나 다른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었는지도 몰랐지만, 내가 당연하게 정상이라 믿고 있던 것들이 누군가에겐 비정상인 것이었다 생각하니 더 혼란하다.
이제는 뭐가 정상이고 뭐가 비정상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정상은 뭐고 비정상은 뭔가?"
"정상과 비정상을 어떤 기준으로 나눌 것인가?"
"이를 나누는 잣대는 누가 정할 것인가? 또,
그 잣대를 정하는 이는 정상인인지 비정상인인지 어떻게 구분하나?"
이렇게 꼬리의 꼬리를 물고 생각이 깊어지다 보면 광화문 집회 욕할 것도 없어진다. 코로나 터지고 나서 정말 단 한번도! 외출없이 집에만 있던 사람 말고는 그 누가 저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이건 마치 <거짓말>과 <살인> 중, 어떤 것이 더 나쁜지를 가려내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단편적으로 놓고 보면, 또 법리적으로만 놓고 보면 당연히 살인이 더 나쁜 일이지만?
'어린 딸을 성폭행한 범죄자를 살인한 아버지'라고 생각한다면 완전히 상황이 달라져 버리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코로나 생활방역에 대한 부분은, 온전히 자기 자신의 생각과 양심에 따라 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최대한 노력하는 것, 주변 이웃을 생각하고 배려하는것, 참는것, 이런 것들 다 <내 기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이야기 해 보고 싶은 어린이집긴급보육 역시 아기를 보내고 안보내고의 기준은 워킹맘인지, 전업맘인지 가 아니라 <엄마가 가진 개인적 기준>이 어떠한가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워킹맘이라고 무조건 안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남편이 쉴 수 있다면, 도와주실 조부모님이 근처에 계시다면, 그리고 본인이 연차나 휴가를 낼 수 있는 상황이라면 얼마든지 집에서 아기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전업맘은 어떠한가?
출퇴근까진 아니더라도 가정경제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 위해 아기를 보내놓고 생계형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을 수도 있다. 건강상 문제가 있거나, 도와주실 분들이 전혀 계시지 않아 온전히 독박을 쓰고 있을 수도 있다.
이처럼 워킹맘이라 해서 다 안되는 것도 아니고, 전업맘이라 해서 다 되는 것도 아니다.
그저, 각자의 사정이라는 것이 존재할 뿐이다.
그런데 어린이집긴급보육은 맞벌이 가정만 보내라는 공문이 자꾸 내려온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어린이집 선생님이라는 사람들이 자꾸 워킹맘만 아기 보내고 전업맘은 집에서 애 보라는 글을 올린다.
거기에 달리는 댓글은? 말할 것도 없다. 집에서 처 놀면서 좋냐는둥, 그럴거면 애는 왜 낳았냐는둥... 정말 상스럽기 그지없는 혐오표현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아기 엄마들은 알 것이다. 진짜 아기를 낳은 엄마가 그런 말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어디에도 승자는 없고, 또 그 어디에도 서로에 대한 원망은 없다.
워킹맘들은 이 시국에도 어쩔 수 없이 아기를 보내야 하는 자신의 상황에 누구보다도 속이 타고, 아기를 잘 돌봐야만 면죄부를 받는 전업맘들은 또 한번 깊은 상처를 받는다.
대체 그들이 말하는 <이 시국에 어린이집 보내는 도처에 널린 맘충들>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포인트 하나, 같이 키우는 애아빠에 대한 이야기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애는 여자 혼자 키우는 것이 아닌데 말이다.
결국 표면상으로 이 문제는 어린이집긴급보육 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또 다른 시각으로 시작된 <약자에 대한 공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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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모두의 공분을 사는 엄마들이 자주 등장한다.
어린이집에 애 떠맡기며 얼굴도 안닦고 옷도 안갈아입히고 식판도 안닦아 보내고 씻지도 않고 보낸다는 엄마, 어린이집 선생님들 동선을 보고하라고 갑질을 했다는 엄마, 아기들 보기에 좋지 않으니 주말에 술집같은곳 가지 말라며 고나리질 한다는 엄마 등등 말하자면 한도 끝도 없다.
하지만 이 사례가 비단 엄마들에게서만 나오는 일인가?
어딜 가나 '비정상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은 있기 마련이다. 그들이 어렸을 때엔 문제 학생이었을 것이고, 그들이 커서는 주변에 폐를 끼치는 사람이 되었을 것이며, 그들이 늙어서는 존경받지 못하는 어른이 될 것이다.
게다가 요즘은 어떻게든 서로 물어뜯게 만들려는 심산인 것처럼, 매스컴에서 혐오표현을 조장해 내기도 한다.
엊그제는 마스크를 안쓰고 다니는 사람이 대부분 5,60대 남성이라는 점에서 착안, 남의 말을 듣지 않고 독불장군으로 행동하는 남성들을 <오륙남>이라며 명칭하는 기사를 보며 할말을 잃었다.
특정 연령의 집단은 공통된 색과 문화를 향유하고, 또 살아온 시대상을 반영하기 때문에 비슷한 생각과 행동을 보이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이것을 근거삼아 조금이라도 상식에서 벗어난 행동을 한 소수를 가지고 집단이 다 그럴 것이라며 싸잡아 비난하는 일이 과연 옳은 일인가?
그렇게 서로를 혐오하고 비난하고 점점 그 대상을 넓혀간다. 하다하다 기저귀 차서 똥오줌 못가리며 빽빽거리는 아기충은 안나오나 모르겠다.
이젠 진짜, 진짜로 그만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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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때문에 집콕하느라 얼마 쓰지도 못한 에너지, 욕하고 비난하는데 쓰지 말고 서로 응원하고 보듬는데 좀 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공개적으로 의견 남겨 봅니다!
특히 어린이집긴급보육 건으로 워킹맘 전업맘 편 갈라가면서 욕하고 비난하시는 분들은, 그 시간에 포스트 코로나 대비 하시는게 본인을 위해서 더 생산적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럼 다들, 힘든 한주가 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워킹맘 전업맘 할 것 없이 우리 모두 아기들을 위해 힘내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