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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보고 티없이 살리라 빌어보는 저녁

푸른바다 |2008.11.14 21:38
조회 686 |추천 0


    우리 동네 들녘 입니다.

    뒤로 멀리 보이는 산이 석굴암이 있는 토함산 입니다.

    마을 할머니가 허리 구부려 논둑길의 잡초를 뽑고,

    마을에는 저녁 짓는 연기가 낮게 깔려 있는 모습이 너무도 평화롭습니다. ^^*

 

 

달보고 티없이 살리라 빌어보는 저녁




어두워지는 들녘을 뒤로하고 허리 구부정한 농부가 둑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시냇물에 어깨 메고 있던 삽을 씻고 주머니에서 담배 한 개비 입에 물어 불을 댕기는 모습이 너무도 아름다운 들녘의 모습입니다.

석양이 지는 노을이 그 강렬한 빛깔로 잠시나마 시냇물을 아름답게 덮어 줍니다.

 

농부의 늙은 아내가 마중을 나와 있습니다.

그들의 행복하게 보이는 삶이 시냇물에 흐르는 모습으로 반영 되어 그림자 길어집니다.

밀레의 만종이 이토록 아름답게 보일까요.

들녘에는 황금빛 풍요롭던 볏단들이 늙은 농부의 힘찬 일손으로 가지런히 누워 있습니다.

동해로 불어가는 큰 바람이 들녘을 좀 어수선하게 쓸어갑니다.

가을 몰고 가는 바람이겠지요.

 

세월의 뒷강에 그 바람은 작은 소용돌이를 일으켜 산그늘 앞당깁니다.

동구 밖 마을 지키던 장승을 누군가 뽑아 가 버린 후 혼자 쓸쓸한 "지하여장군"이 청승스러워 다시 짝을 맞추려는 농부의 가슴앓이를 듣고 날 받아 장승 깎는 날 막걸리 한 통이라도 준비해야 겠습니다.

 

참새 후려 쫓는 바쁨에 정신이 없었던 허수아비도 한여름 땀 흘려 소금기 묻어난 옷이 빛바래어 있습니다.

텃밭의 붉은 고추는 마당에서 빛 좋은 가을 햇살에 태양초로 익어가고, 이랑 가득 찬 푸른 무와 배추가 김장철이 가까워 온다고 눈으로 말 전하고 있습니다.

잎사귀 파르라니 단물 오른 살찐 무 한 뿌리 뽑아 한 입 베어 무니 가슴 참 시리도록 맑아집니다.

 

텃밭 처음 일구어 씨 뿌린 후 어떻게 하면 농사를 잘 지을 수 있냐고 물어 보았습니다.

늙은 농부가 "아내를 사랑하듯 자식을 사랑하듯 땅을 사랑하면 사랑하는 만큼 믿음으로 돌아온다." 고 나에게 말했습니다.

어설피 뿌린 씨앗이 가을 풍요로운 결실로 나에게 돌아 왔습니다.

오늘 저녁은 속 살 고운 배추 한 포기 뽑아 된장에 쌈이나 싸야 겠습니다.

 

붉은 해 서산 넘자  빨리도 달 올라옵니다.

휘영청 밝아오는 달, 내 가슴에 포근히 안깁니다.

저문 가을 들녘 눈물이 나도록 아름답기만 합니다.

달 보고 마음 티 없이 살리라 빌어보는 기분 좋은 저녁입니다.



푸 른 바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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