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글 쓰는 건 처음이라 어색할 수도 있어 반말로 할게
우리 가족은 엄마-아빠-오빠-나 이렇게 4명이야. 일단 오빠랑 나는 이복남매야. 옛날에 아빠랑 오빠 엄마 사이에서 오빠가 태어났고 오빠 엄마는 지병 때문에 돌아가셨어. 그 뒤로 아빠 혼자 오빠 키우다가 우리 엄마를 만나서 결혼을 했고 내가 태어났어. 일단 나는 오빠랑 사이가 좋은 편은 아니야.
작년에 우리 엄마도 갖고 있던 지병이 안 좋아지셔서 갑작스럽게 돌아가셨어. 처음 겪는 일이었고, 엄마가 아팠던 것 밖에 생각이 안나서 너무 힘들었거든. 그래도 아빠가 있으니까 버틸만 했던 것 같아.
둘이서 지내다가 내가 우울증이랑 외상 후 스트레스, 수면장애가 심해져서 상담을 받기 시작했어. 아빠도 알고 있었고. 여기까진 괜찮았는데 갑자기 오빠가 셋밖에 안 남았는데 흩어져서 살지 말고 같이 살자고 하는 거야. 오빠 말대로 셋만 남았으니 같이 똘똘 뭉쳐서 사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지. 근데 문제는 원래 살던 곳 (내 고향) 으로 가려면 집부터 아빠 일자리까지 고려해야 할 문제가 한 두가지가 아니였어.
또, 당시에 살던 도시 경기가 안 좋아져서 집 값도 많이 떨어져서 이사 비용에 한참 모자르더라구. 시간은 좀 걸리더라도 아빠 일 자리 구하고 이사 비용을 어느정도 충당할 수 있을 때 가는 게 어떻겠냐고 했는데 그 둘은 일 자리는 이사 가서 찾으면 되지 않겠냐며 그러더라. 백 번 양보해서 여기까지 이해한다고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야.
나는 몰랐는데 엄마가 나 몰래 이모 앞으로 맡겨둔 돈이 있더라구. 내 기준에선 큰 돈인데 그렇다고 엄청 큰 돈은 아니야. 그 돈은 엄마가 결혼 전에 모아둔 돈이고 아빠 수입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돈이라고 이모가 아빠한테는 말 하지 말라고 하는 거야. 근데 나중에 아빠가 알게 되면 괜히 오해도 살 것 같고 유일하게 남은 가족이니까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말했어. 다행히 아빠도 알고만 있겠다며 안 쓰겠다고 하더라구.
근데 이사 비용에 모자르니까 바로 그 돈부터 얘기하더라. 또, 다른 친척들한테 그 돈 얘기하고 오빠한테도 말 했더라. 나는 당연히 쓰기 싫다고 했지. 엄마 유언도 있고 애초에 그렇게 무리해서 이사를 가야하는 이유조차 납득이 안됬으니까.
그렇게 넘어가나 싶었는데 오빠랑 다른 친척들이랑 와서 한 마디씩 거들더라고. 원래 친가랑 사이가 안 좋았는데 그 돈으로 나를 더 안 좋게 보더라. 결국엔 아빠가 그 돈을 다 갚는다는 조건 하에 빌려주고 이사를 갔어. 그러다 오빠가 아빠한테 사람을 소개시켜주면서 좋은 사업 아이템이 있는데 투자자로 공동 사업을 하면 어떻겠냐고.
나는 당연히 반대했어. 왜냐면 좋은 아이템만으로 자영업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하더라도 성공을 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으니까. 내가 졸업을 해서 취직상태면 모를까 아직 대학 재학 중인데 그런 도박은 굳이 하고 싶지 않았거든. 근데 아빠는 정년 후에도 계속 일할 수 있는 게 좋겠다며 회사 퇴직금을 그 사업에 투자했어. (내가 늦둥이라 아빠랑 차이가 많이 나는 편이야.)
더군다나 학기 중에 이사를 해서 타 지역에서 학교를 다니는 나는 종강하고 집에 오니까 이미 모든 게 다 끝나있더라.
그러다 오빠랑 나랑 크게 싸우게 됬거든. 앞에서 말했듯이 친남매가 아니라 이복남매야. 어릴 때부터 같이 살았던 기억이 없어. 다 커서 같이 살려니까 부딪히는 게 많더라고. 나는 대화를 해서 타협을 하는 편인데 오빠는 자기 할 말만 하는 스타일이더라. 그러다가 겨울방학 지나고 나는 다시 학교 근처 자취방으로 갔어. (당시에는 코로나가 이렇게 장기화 될 줄도 몰랐고 학교는 다녀야 되니까 자취방 계약을 미리 한 상태였어.)
근데 학기 중간에 집에 가니까 아빠가 집에 있더라고. 그래서 내가 가게는 안 가냐고 물으니까 그만 뒀대. 적성에 안 맞아서 그만 뒀다는 거야. 당장 생활비는 있는 돈으로 생활하면 됬지만 그래도 아빠가 경제활동을 해야 하잖아. 근데 하필이면 내가 사는 지역이 코로나 직격탄을 맞아서 (ㅅㅊㅈ) 원래 없던 취업 자리가 더 없어졌고 더군다나 아빠 나이도 있어서 자리가 나더라도 당연히 취직이 어려웠지.
그렇게 여름방학까지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가 내가 너무 답답해서 직업소개서나 동사무소 취업장려프로그램 같은 거라도 알아봐라 라고 하니까 한 번씩 가서 서류 몇 개 뽑아 오는 게 다 더라. 거기 회사 리스트 보고 내가 메일로 이력서 접수하고 연락 오면 아빠는 면접 보러 갔어. 물론 면접은 봐도 최종 합격은 없었고.
그러다 2학기 등록금 납부할 때가 되서 아빠한테 말하고 2학기 등록을 했지. 근데 등록금 낼 돈이 없어서 자기 보험을 없앴다는 거야. (장학금도 받아서 기존 등록금 3분의 1만 내면 됐어.) 지금 시국이 시국인지라 일자리 구하기 어려운 것도 알고 아빠가 힘든 것도 너무 잘 알아서 제촉하지 않았거든. 현실적으로 코로나가 좋아질 기미가 안 보였으니까. 근데 이건 너무하다 싶어서 그 때부터 좀 제촉을 했어. 취업상담소 가봐라, 취업 사이트 봐라 등등
그러는 와 중에 아빠가 아침에 카톡 하나 남겨놓고 집을 나갔더라고. 내용은 유서 비슷한 내용이었고 그거 보자마자 경찰에 실종신고 접수했어. 기본적인 조사에 응하고 나는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동네에 찾아보고 있었지.
4시쯤에 경찰 연락 와서 산에서 발견했다고 미끄러졌다고 그러더라. 일단 살아있다는 안도감에 구조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맞춰서 현장으로 갔어.
뼈도 부러지고 밤까지 산에 있어서 열이 난다고 하더라고. 코로나 메뉴얼에 따라서 코로나 검사 받고 무조건 격리 해야된다고 소방대원이 설명하고 옮길 병원 찾는데 하필 그 때가 의사 파업+코로나 의심 때문에 병원에서 아예 안 받아주는 거야.
한 30분 전화 돌리다가 겨우 자리 얻어서 병원으로 옮기고 그 다음날에 의사 만나서 설명을 들었어. 코로나는 음성인데 왼쪽 허벅지랑 골반 쪽에 있는 뼈가 아예 다 으스러졌다고 심각한 상황이라 그러다고. 여기서 현실적인 문제는 아빠가 기존에 있던 보험을 다 없애서 의료비 지원을 못 받고 돈도 없었어. 또 갈비뼈도 부러져서 대학병원으로 옮겨야하는데 의사 파업 때문에 자리가 안 나더라.
2일 정도 기다리다 종합병원 자리 나서 그 병원으로 옮기고 수술을 했는데 후유증이 좀 커서 재활하는데 짧게 3개월 길게는 2년 정도 걸린다는 거야.
그 때부터 병원비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였어. 친가 쪽에선 처음부터 아예 선 그으면서 안 빌려준다고 하고 그렇다고 외갓집에 빌리기엔 형편이 다 좋은 편이 아니고 오빠는 아빠랑 사이가 안 좋아서 처음부터 아예 살릴 생각조차 안했어. (이거 얘기하면 꽤 길어.)
간병은 내가 다 했고 지금도 학교 못 가고 집에서 아빠 간병 중이야.
정신 차리고 의료비지원제도 찾아보고 지원 받을 수 있는 거 다 받아서 병원비는 어떻게 해결을 했는데 그 다음은 생활비더라. 진짜 산 넘어 산이지,, 생계비지원은 의료비지원이랑 중복이 안된다고 해서 못 받고 엄마한테 너무 미안하고 속상하지만 엄마가 남겨준 돈에서 생활비 빼서 쓰는 중이야.
나는 이제 더이상 아빠에 대한 신뢰가 없어서 퇴원하고 돈 관리는 다 내가 하고 있고 명시된 기간 내에 돈을 갚겠다는 각서도 쓰긴 썼는데 법적인 효력은 아마 없을거야.. 연휴 끝나고 법률사무소에 전화해서 상담 해보고 공증 받을까 생각 중이긴 해.
그래도 병원에 있는동안 아빠가 생각이 바꼈는지 재활 끝나면 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고 했는데 지금 얘기하는 거 보면 또 아니야. 아빠 나이에 기존에 하던 직종 일자리 구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서 요양보호사 자격증 얘기했거든. 재활동안 필기는 공부해서 딸 수 있으니까. 근데 별 생각이 없는 것 같아.
아빠는 이제 삶에 미련이 없고 재활 끝나면 지금 있는 집이랑 차 나 주고 자기는 나가서 살 거래. 그래서 나는 어떻게 할 거냐고 하니까 집도 있고 차도 있고 외갓집도 있으니까 충분히 살 수 있을 거라고 하더라. 아예 연을 끊자는 얘기인 거지.
어느정도 돌아다닐 수 있으면 상담 받아보자고 해도 소용 없다고 말 안 들어. 그렇다고 어디다 가둬 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 내가 휴학해서 돈 번다고 해도 해결되는 문제는 아닌 거고.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 지 아무리 생각해도 난 모르겠어.
친가 쪽에선 아예 도움 안 줄 것 같고 그렇다고 오빠가 도움을 줄 것 같지는 않아. (직장인이야.) 외갓집에서는 간간히 용돈이라도 하라고 돈 보내주긴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