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지를 키우다 보니 지나가는 동네 길냥이들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고
자꾸 관심이 가게되고 츄르나 간식이 있으면 들고다니다가 주게되고...
그러다 한 녀석이랑 주택가 계단에서 첫 만남을 하게 되었는데.....
멀리서 눈이 마주치고 츄르라도 주고싶어 우쭈쭈 불러봤는데
응? 일반적인 고양이보다 눈이 좀 작아보였다.
저렇게 눈이 작은 고양이도 있구나 생각하고 넘겼었는데... 다 이유가 있었다...
어느 날 우리 집 음식물 쓰레기통을 뒤지며 이것저것 아무거나 주워먹길래...
또 맘이 짠해져서 딱지 사료를 그릇에 좀 줬더니 야무지게 잘 먹었다.
더 줘야 하나? 싶어 그릇 가지러 가니 그 길로 도망가서 밤새 오지 않았다...
며칠 뒤 고양이 울음소리에 뛰쳐나가니 그 녀석이었다.
놀랬는지 얼떨결에 주택과 주택사이 그 좁은 틈으로 쏙 들어가서 멀찍이 앉아 있다.
또 도망가면 어쩌나 싶어 지켜보며 딸램한테 사료를 가지고 오라고 해서 주기 시작했다...
멀리 있는 아이를 찍었더니 화질이 너무 구리다... ㅠㅠ
보시다시피 눈병인건지 눈이 멀리서 봐도 안좋아 보인다.
그래도 다행이 어느정도 시간 맞춰서 사료 먹으러 찾아 와준다.
우쭈쭈 부르기도 그렇고 뭔가 이름을 불러줘야 할꺼 같아서
이름을 지으려니 울 딸램 후추로 짓자고 하는데
원래 난 강아지를 키우고 좋아했기 때문에 딱지가 우리집에 오지 않았으면
훗날 깜장 포메라니언을 키우고 싶어서 미리 지어놨던 이름이 후추다.
그래서 새로운 이름으로 지어주자고...
후추 친구 쯤 되는 산초로 지어줬다. 추어탕에 넣어먹는 그 산초가루의 산초... ㅎ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사료를 줘야 하나...
경계심이 너무 심해서 절대 사람 손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릇에 사료 담아서 주고 멀찍이 떨어져서 지켜봐야 먹기 시작한다.
그러고 보니 다른 길냥이들이 산초가 약한 걸 아는지 괴롭히는것 같았다...
에휴... 꼬박꼬박 찾아와서 배라도 든든히 잘 채우고 가렴...
그 좁은 틈에서 그래도 사료 먹을꺼라고 찾아 와주는게 기특한데...
환경이 너무 열악하다... 내 몸이 들어가질 않으니 청소를 해줄수도 없고
높은 곳에서 쳐다봐도 방법이 없네...
조금 친해져서 츄르를 주면 먹기는 한데 조금만 움찔 놀래면 귀여운 솜방망이로
때리는데 딱지랑 틀리게 발톱이 너무 아프다... ㅠㅠ 온 손에 상처 투성이...
그래도 잘 먹어만 준다면 괜찮아...
가까이서 보니 눈이 더 심각하다. ㅠㅠ 만질 수 없으니 병원은 꿈도 못꾸고...
한 쪽 눈은 거의 뜨지 못하고 다른 한쪽도 눈 크기가 이상하고 진물같은 눈물에 눈꼽에
상황이 너무 심각하다. 도저히 안쓰러워서 사진들고 동물병원 선생님께 보여주고
약이라도 처방 받아와서 먹여야 할거 같아서 최대한 눈이 잘보이게 찍으려고 노력했다.
눈이 찢어진거 같기도 하고 눈두덩이 눈꺼풀이 떨어져 나간거 같기도 하고... ㅠㅠ
동물병원 선생님이 보시더니 눈병이 아니고 선천적으로 눈꺼풀 기형(?)으로 태어난거 같단다...
고양이 눈꺼풀은 3겹으로 되어 있는데 그중 1-2겹이 기형으로 태어나서 이런거라고...
혹시 데려올 수 없냐고 하시는데 만지지도 못하니...
사람으로 치면 쌍꺼풀 수술을 해줘야 어느정도 눈 모양이 만들어 진단다... ㅠㅠ
약 처방해서 아침 저녁으로 츄르에 섞어서 열심히 먹였다.
간에 무리가 가니 계속해서 먹일 수는 없고 선생님이 시키는데로 1주일 먹이고 2주 쉬고
눈 상황 보면서 맞춰서 먹이기로 했다...
그런데 갑자기!!! 산초 사료주러 나갔는데 이게 왠일?
산초도 아직 어린 고양이 같은데 더 아깽이 같은 치즈가 나타났다... ;;
겁도 없이 산초 사료를 뺏아 먹으며 산초 뒤를 졸졸 따라 다닌다.
조그만 치즈녀석 겁도없이 산초한테 덤빈다. 서로 하악질도 하고 산초가 도망가면 치즈가
따라가고 치즈 엄마는 어디간거야...
치즈도 아직 어린데도 불구하고 길생활을 좀 한거 같다. 꼬질꼬질한 외모하며
겁없이 산초한테 덤비고... 요 치즈녀석도 할 말이 많다.
다음편에 얘기보따리를 풀어야 할 것 같다.
짜잔!! 사료 그릇을 조금씩 조금씩 옮겨서 드디어 집 안에 유인하는데 성공!!
좁디 좁은 주택사이 그 틈보다야 얼마나 좋은가...
넓직한 곳에서 맘 편히 먹어~
여전히 경계를 하면서 밥을 먹지만 그래도 가까이서 사진도 찍을 수 있고
매일 어느정도 일정한 시간에 맞춰서 사료를 먹으러 와준다.
얼마나 다행인지... 밖에서 다른 주택가 사람들한테 피해도 안주고
살짝와서 먹고가면 되니까 매일매일 오렴~
요 치즈녀석 산초따라 쫄랑쫄랑 들어와 같이 먹고 가야겠단다...
산초는 또 하악질하고 도망가고 어휴... 요 녀석을 어쩌나...
저 다리 꼬질꼬질 한거하며 왜 길냥이들은 다 이렇게 안쓰러운건지...
엄마를 놓쳐서 독립을 한건지... 엄마는 보이질 않는다...
그래도 이젠 눈에 좀 익었다고 우리 집안에서 인기척 소리가 들리면
밖에 저렇게 앉아서 야옹야옹 울어댄다. 사료 먹으러 왔으니 빨리 내 놓으라고... ㅎ
출근할 때 저렇게 앉아서 나름 배웅(?)을 해준다. 예전같았음 벌써 도망갔겠지만
요렇게라도 배웅을 받으니 기분은 좋네...
대문 닫기 전까지 요렇게 산초랑 눈인사~
티비 어느 CF속 갔다올께~ 생각나는 장면...
산초야 갔다올께~ 우리 집 잘 지키고 있어~~
제일 최근 사진... 그래도 약을 좀 챙겨먹으니 눈에 진물도 좀 줄어들고
훨씬 괜찮아 보인다. 식빵도 이쁘게 굽고 내 눈에는 우리동네 길냥이 중에서
우리 산초가 제일 이쁜거 같다. ㅎ
올 여름 비도 많이 오고 태풍도 많이 지나갔는데 용케 잘 이겨내서 대견스럽다.
가끔 사료 먹으러 오는 시간이 늦어지면 나도 모르게 가슴이 철렁해서 자꾸
밖을 쳐다보며 산초를 부르고 있다... 이렇게 고양이는 매력적이다...
산초야!! 부담갖지 말고 매일 매일 밥 먹으러 와야 한다?
사료도 츄르도 간식도 언제나 구비 해놨으니 걱정마!!
경계심이 심해 아직 만질 수는 없지만 우리집 마당쪽으로
사료 먹으러 와주는게 어디람... 많이 친해졌다고 생각할께~
언젠가는 우리 산초 머리 쓰담쓰담 하는 날이 오겠지?
더 이상 아프지 말고 건강해야 해!!! 사랑해 산초야!!! ^_________^♡
다음번에는 저 쪼그만 치즈녀석 이야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