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는 태생이 누군가하고 뭘 나누길 싫어하는 성격이라 아주 어릴 적부터 동생인 저의 존재를 심하게 싫어했어요.
자신이 진심으로 외동딸이길 간절히 바라던 아이한테
동생이 생긴거죠.
그래서 중학교 이후부터는 자신을 늘 외동딸이라고 친구들에게 거짓말 하고 다녔습니다.
제가 고등학교 때는 저희 집이 정말 말 그대로 찢어지게 가난해서 겨울 외투 한 벌 사 입기도 어려웠는데, 엄마께서 없는 돈 끌어다가 동생과 번갈아가면서 입으라고 외투 두 벌 사주신 걸 다 자기 꺼라며 못 입고 다니게 쌩난리를 쳐서 저는 고등학교 때 한겨울에도 교복 마이만 입고 등교했어요. 엄마는 그런 언니를 지켜 보면서도 언니 성격을 못 이기니 그냥 본체만체 하셨죠. 그래서 고등학교 때 제 별명이 그지였어요. 뒤에서 수군거리는 걸 제가 듣고 나서 얼마나 서러웠는지..
대학교때는 그나마 제가 아르바이트를 하니 그지꼴은 면했지만 제가 알바해서 산 전자사전이며, 옷이며 화장품이며 다 언니한테 뺏기기 바빴어요. 언니는 같은 집안에서 자랐는데도 알바 한 번 안 하고 공주처럼 컸죠.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요. 이 형편에 대한민국에서 등록금 가장 비싸기로 탑5 안에 든다는 대학원까지 갔으니 말 다했죠. 언니 뒷바라지 하느라 저는 고등학교때는 용돈이 하루에 500원이었구요(야자도 했는데) 대학교때는 제 힘으로 벌어서 다 충당했어요.
저희 집에 10만원이 있으면 4만원은 생활비, 6만원은 언니 몫이었고 그 중 제 몫은 하나도 없었어요.
그렇게 제가 아등바등 살 동안 언니는 같은 집안에서 고생 한 번 안하고 나랑 참 다르게 살았다는 서러움이 아직도 마음속에 가득합니다.
성인이 돼서도 언니의 그 이기적임과 지나친 욕심에 늘 힘들었어도 그래도 다 참고 살았는데,
제가 지금의 남자친구를 만나고, 정말 인연을 끊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계기가 있었어요.
제 남자친구는 객관적으로 조건이 좋은 사람이에요.
우연히 언니 요청으로 대신 참석한 자리에(소개팅은 아닙니다) 그 사람이 있었고, 대쉬를 받아 몇 번 만나다가 사귀게 됐죠. 그 사실을 언니에게 말하니 갑자기 눈이 확 돌더니 "내가 갔으면 그 사람이 나한테 대쉬를 했을까? 나 그사람한테 연락하고 싶어. 그 사람 번호좀 줘봐." 이러더라구요. 진심으로요. 웃긴 게 언니도 남자친구가 있어요.
언니는 그저 제가 언니보다 더 좋은 조건의 남자를 만난다는 그 사실을 못 견뎌하는 거였어요.
그래서 제가 어이가 너무 없어 안 된다고 거절했는데
어떻게 그사람 번호를 알아내서 뒤에서 저 몰래 연락했더라구요. 나 00이 언닌데 연락하고 지내자는 어이없고 황당한 내용을요ㅋㅋㅋㅋㅋ 물론 남자친구가 저에게 바로 얘기해줬고, 그 사건 이후로 저는 언니와 연을 끊었습니다. 제가 엄마께 이 얘기를 하며 언니와 연을 끊는다 했을 때, 그동안 온갖 차별을 하며 키운 저에게 일말의 미안한 감정 조금도 없이 그저 철딱서니 없는 애 취급을 하기에 엄마와도 거리를 두고 지내요. 그냥 최소한의 연락만 하면서요.
그렇게 연 끊은 이후 평온하게 살고 있었는데 언니가 결혼을 한대요. 상견례는 어찌어찌 둘러댔지만 결혼식까지 동생이 안 오면 사람들이 뭐라 생각하겠냐고 펄펄 뛰세요. 절대 안 가야지 생각했는데 막상 닥치니 여러모로 마음이 복잡해요. 혹시 형제자매와 연 끊으신 분들 있으시다면 어떻게 하셨는지 조언을 듣고 싶어 긴 글 올립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