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결혼한 지 몇 년 안 된 30대 주부입니다.
혼자 고민하던 도중 다른 사람들의 조언을 듣고 싶어 글을 씁니다.
글이 좀 길어질 것 같습니다.
저는 3녀중 둘째이고, 위로는 두 살 많은 언니, 아래로는 다섯 살 많은 동생이 있습니다.
그시절, 딸 둘을 낳은 부모님은 아들이 갖고 싶어 셋째를 가졌고
그렇게 제 동생이 태어났습니다.
아들을 원했던 아빠는 동생이 태어나고 집에 소홀했습니다.
그 전부터 가부장적인 성격이 강했고, 저와 언니는 성장 과정 내내
부모님의 싸움과 아빠의 폭언, 폭력을 목격하며 자랐습니다.
그런 와중에 태어난 동생이었습니다.
당시 여섯 살이었던 저에겐 동생의 존재가 반갑지만은 않았습니다.
막내 자리를 빼앗겼다는 생각에 동생에게 못된 말과 행동을 하며 질투를 했던 것 같습니다.
동생은 초등학교 시절 살이 급격히 쪘습니다. 그때문인지 친구들과의 사이가 좋지 않았고
초등시절 내내 남자아이건 여자아이건 싸우고 들어오는 일이 잦았고
왕따를 당하기 부지기수였습니다.
동생이 6학년 되던 해, 엄마는 동생을 유학 보내기로 결심합니다.
당시 유학이 유행이기도 했고
언니와 저는 유학을 가고 싶었지만 넉넉치 않은 가정환경으로 가지 못했기에
비교적 풍요로워진 집안 형편으로 유학을 보내고 싶었다고 합니다.
거기다 한국에서는 친구들과 잘 교화하지 못하는 동생의 성격으로
당시 학교 폭력과 일진 등이 만연한 중학교에 보내는 것을 꺼려했던 것 같습니다.
그 결정이 잘못된 것이었을까요..
동생은 유학시절 내내 친구들과 갈등이 있었습니다.
크고 작은 일들이 있었고, 타지에 홀로 외로운 동생은 엄마와 전화로 통화하며 매일 울었고
엄마는 한국에 들어오라고 했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아예 들어오지는 않았습니다.
아마 동생은.. 가족에서 본인이 소외감을 느끼고 본인의 자리가 없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어렸을 때부터 동생은 본인이 태어나지 말았어야할 존재 같다고 말한 적이 종종 있습니다..
전 동생의 학업생활에 그다지 신경쓰지 못했습니다.
핑계라면 핑계겠지만, 저도 당시 어렸고 한국에 있는 가족들도
그다지 애틋한 가족 관계도 아니었기에
제가 먼저 연락을 해서 잘 지내는지 물은 적은 없던 듯 합니다.
다만 동생이 방학때마다 한국에 들어오면 같이 데이트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머고
싸우기도 하고 위에 설명드린 일들이 없었더라면 그냥 여느 형제 자매와 비슷하게 지냈습니다.
성인이 되어서는 어렸을 적 사랑을 많이 주지 못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했습니다.
지금은 동생과 자주 연락을 하고 서로 고민상담도 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여기부터가 본론입니다.
동생은 그렇게 성인이 되어서도 해외에 있는 중입니다.
가족의 정을 많이 느끼지 못하고 어렸을 때부터 유학 생활을 한 동생은
해외에서 만나는 친구들, 남자친구들에게 많이 의지하고 정을 주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친구 관계에서 갈등이 있으면 엄청나게 슬퍼하고 아파하고
행여라도 사귀던 남자친구와 헤어지면 죽을만큼 아파했습니다.
잘 지내다가 동생이 어쩌다 한국에 들어오면
해외에 있던 남자친구가 이별을 선언하고 잠수를 타는 경우가 여러 번 있었습니다.
그럴때마다 동생은 너무 힘들어했고 온 가족이 안쓰러워했습니다.
동생이 나쁜 마음을 먹을까 걱정되어 동생 곁에서 밤을 지샌적도 있고
엄마는 생업을 중단하고 동생과 함께 해외에 가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동생은 남자친구의 침대에 다른 여자가 누워있는 걸 보고 자살시도까지 했습니다.
이러했기에 저는 동생이 항상 안쓰럽고 불안합니다.
너무 감정적인 성격으로 힘들어하는 동생에게 어떤 도움을 줄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살다보면 많은 인간 관계에서 상처를 받고, 그럴때마다 저도 많이 힘들어요.
그런데 동생은 그 힘든 것을 남들보다 수백배 겪는 것 같습니다.
빈도도 잦고(한달에 한번 꼴), 그 감정의 늪도 굉장히 깊습니다.
예를 들어 친구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본인 뒷담화를 한 적이 있는데
그럴때면 술을 먹고 저에게 전화를 해서 세상이 무너지듯이 울고
죽는 게 나을 것 같다 너무 힘들다 근데 너무 힘든 내가 싫다 괴물같다 죽고싶다
미안하다 그런데 걔가 나한테 어떻게 그러는지 모르겠다 너무 못됐다
내가 나쁜년인것같다 난 왜이럴까 너무 힘들다 하면서 정말 숨을 못쉴정도로 몇시간을 웁니다.
저는 그럴때마다 아니다 그런 상황이면 나도 힘들거다 너가 힘든게 이상한 게 아니다 힘든게 잘못된 게 아니다
그렇지만 죽고싶단 말은 하지 말아달라 그 사람이 잘못한 거에 대해 그렇게 힘들지 않았음
좋겠다 이런말을 반복합니다.
그래서 저는 동생이 남자친구가 생기면 불안합니다..
많이 불안정하고 남에게 의지가 심한 동생이기에 쉽게 혼자 사랑에 빠지고
남자가 지쳐서 떠나면 정말 죽으려고 합니다...
그런 동생의 감정적인 성격에 제 탓도 있는 것 같아 저는 함부로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럴때마다 몇시간이고 소리지르며 우는 동생의 말을 들으며 위로해주는 것이 전부입니다.
제가 위로하는 건 힘들지 않습니다. 몇 시간이고 전화를 받아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가족이고, 동생에게 죄책감이 있어 괜찮지만
문제는 친구들에게도 동일하게 하기에 친구들과 결국엔 오래가지 못합니다.
어떤 친구는 동생에게 너와 같이 있음 우울해진다.는 말을 한적이 있고
그때도 동생은 저와 몇 시간을 통화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애초에 동생이 상처를 덜 받는 사람이 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일단은 가족과 함께 있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되어 한국에 들어온 적도 있는데
그럴때면 항상 술을 먹고 밤새 울어서 엄마 아빠는 그게 주사라고 생각하고 받아주지 않고
그러면 동생의 울음소리는 더 커집니다.
내가 병신같은 거 아는데 너무 미안한데 난 이렇게밖에 못한다며.. 집안이 떠나가도록 웁니다..
저는 그러면 또 동생이 나쁜마음을 먹을까 두려워 결혼 전에는 동생을 꼭 껴안고 잤습니다.
술을 먹으면 그렇고 맨정신에는 그렇지 않습니다.
술먹으면 동생의 깊은 상처가 수면위로 떠오르는 걸까요..
애정결핍과, 감정조절 장애 여러 것이 혼합되어 심리상담 치료를 권했습니다.
그러나 저도 부부상담을 받은 적이 있어 알지만 성격이 완전히 고쳐지지는 않더라고요..
현재 저희 가족은 그다지 불행하지만은 않습니다. 그냥 평범해요.
그런데 모두의 마음에 동생이 아픈 손가락으로 남아있습니다.
동생이 좀 더 단단한 마음을 가지기 위해, 본인이 덜 힘들기 위해,
저와 제 가족이 동생에게 어떻게 대하면 좋을지 궁금합니다..
동생이 사람관계에서 상처를 덜 받고, 단단한 멘탈을 가질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