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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해서는 안 될 말을 했어요.

ㅇㅇ |2020.12.02 20:44
조회 36,728 |추천 114

결시친에 인생 오래 사신 분들이 많은 것 같아 여기에 적어봅니다.


저는 21살이구요.

부모님은 정말 착하시고 다정하세요.

다만 어릴때부터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매일 돈돈돈소리를 들으며 살았고, 학원은 커녕 문제집 살 돈도 없어서 학창시절에는 맨날 중고 문제집을 구해서 풀곤 했어요. 친구들 다 대치동 다니고 비싼 사설인강 들을 때, 저는 학교 야자실에서 간식 살 돈도 아까워서 굶으며 공부했어요.
친구들하고 약속 있을 때도 비싼 카페 가기 아까워서 가서도 다이어트 핑계 대며 꾹 참았구요.
옷 한 벌 사기도 아까워서 맨날 남이 물려준 옷 입거나 똑같은 옷만 여러번 번갈아가며 입었어요.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진짜 속도 많이 상했지만
그래도, 정말 그래도 부모님이 너무 우리를 생각하시는 것을 알기 때문에 착하고 예쁜 딸 되려고 맨날 전교 5등 안에 들어가며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졸업식 땐 대표로 외부상도 타고 장학금도 100만원 받았었어요.
덕분에 서울 상위권 대학에 과탑도 하며 성적 장학금 받으며 다니고 있어요.



근데요. 전 정말 좋은대학 오면 그래도 내 인생의 질이 한 등급이라도 올라갈 줄 알았어요.

하지만 아빠는 일은 열심히 하시지만 사업이 잘 안 돼 생활비도 몇개월씩이나 안 가져오실 때가 많구요.
엄마는 전업주부이신데 매일 한숨만 쉬며 내가 늙으면 너가 나를 부양해야 돼라는 식으로 농담조로 자주 말하세요.
동생은 또래 애들이 입고 다니는 패딩, 신발 같은 것들을 사지 못해 맨날 부모님한테 울고 떼 쓰고 그러네요.

이쯤되니 저도 알아요.
아 내 인생은 앞으로 별로 달라지지 않겠구나.
처음에는 내가 성공해서 우리 집 일으키고 다 부양해야지 이런 생각으로 열심히 살아갔는데, 그냥 답이 없더라구요.
내 인생은 없는 건가 싶어요.



어느 순간부터는 가만히 있어도 화가 막 나더라고요.
돈 때문에 조금이라도 서러운 순간이 있으면 덜컥 눈물부터 나요.
요즘은 뻑하면 진짜 엉엉 울면서 이 현실이 짜증난다. 왜 맨날 나보고 엄마를 부양하라고 하느냐 큰 소리치면서 엄마한테 소리 치기도 해요.
그럼 엄마는 또 미안하다고 같이 울어요.
그럼 전 또 죄책감 생기고 심란하고 내 자신이 바보같아요 .

네이트판에 저와 비슷한 상황의 글이 올라오면 다들 가족 버리고 얼른 집을 탈출하라 하시더라구요.
근데 어떻게 그래요.
돈 말고는 정말 한없이 좋은 내 가족인데.



알아요. 이런 상황까지 왔는데도 탈출 안 하면 전 평생 가족을 부양하며 이런 힘든 현실을 살아가야겠죠.
이런 글 보면 다들 탈출할 용기도 없으면서 찡찡 댄다고 절 비난하시겠죠.
알아요. 아는데 진짜 그냥 저도 이젠 잘 모르겠어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정말 가족을 탈출하는게 저에게 최선인가요?

오늘도 엄마한테 전공책 하나 사더라도 손을 벌벌 떨면서 결제해야 하는 내 현실이 너무 짜증난다고 울면서 소리지르고 왔어요.
엄마에게 해서는 안 될 말을 했어요.
한심하죠. 이 나이 먹고 이런 찡찡대는 타령이나 하며 부모님에게 미안한 감정 갖게 하는 제가 저도 바보같은 거 알아요.
이제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
지금 너무 정신이 나가서 뭐라 쓰는지도 잘 모르겠네요.


저는 어찌 살아가야 할까요. 정말 집을 탈출해야할까요? 조언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푸념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수114
반대수18
베플ㅇㅇ|2020.12.03 07:58
글쓰니 엄마가 문제네요.요즘시대에 외벌이가 뭡니까? 애낳고 산후조리끝나고 바로 일하는 엄마도 있는데 돈없으면 벌생각을 해야지. 엄마가 철딱서니가 없네요
베플핑크레이디|2020.12.02 20:49
다른것도 아니고 공부하는데 필요한 기본적인것조차 내 아이가 눈치보며..손 벌벌떨게 하는게..화가나네요. 돈이 부족하면 어머니도 뭐라도 일을 하셔야죠..왜 평생 전업이셨는지 모르겠지만 신세한탄할 시간에 한푼이라도 더 버셔야하는거 아닌가 싶네요. 아직 그리 고령도 아니실텐데 벌써부터 딸 인생 발목잡고계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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