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많았었다. 언제라도 기회는 열려있었다.
결과는 좋지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지금 보다는 더 나았을 것 같다.
언젠가 올 순간이란 것도 알고있었다. 하늘에게 설마라는 단어를 써가며 내 세상은 그러지 않을 것이라 홀로 위로하였다.
막상 그 순간이 오니 심장이 빠르게 뛴다. 움직이지도 못하겠다.
이제는 하늘에게 기적조차 바라지못한다.
진실은 항상 냉정하다고했다. 무섭다고했다. 모른채 살았다면 그 채로 하늘에게 기적을 바라며 줄곧 살았을테다.
알고나니 살아갈 희망이 없어졌다.
실낱같던, 만에, 아니 억에 하나라도 이젠 없다.
그녀가 결혼했다.
중학교때부터 고등학교때까지 따라다녔다. 아니 대학교까지. 아니 지금까지도.
그 애는 날 싫어했다. 아주 많이.
싫어하게된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많이 좋아해서다.
사랑을 처음 느꼈다. 어찌해야할 바를 몰라 무작정 연락했다. 따라다니다 친구가되었다.
같은 학원, 같은 고등학교, 어떻게든 1초라도 더 보고싶었다.
보기만해도 행복했다. 어떤 날은 기분좋아보였고, 어떤 날은 침울해보였다가도 다시 미소를 찾았다.
보는 것 만으로도 너무 행복했다.
하루가 1초같았다.
학창시절 간 열번 넘게 고백했다.
그 애는 나에게 흥미가 없었다.
내게 매력이 없다고 생각했다.
노래를 잘하면 혹시 조금이라도 다시 봐주지 않을까.
열심히 연습했다.
학교행사에도 많이 참여해 내 모습을 보였다.
의미없었다.
들려오는 건 다른 반친구와 사귄다는 말소리들 뿐이었다.
악기를 잘 다루면 새롭게 보이지 않을까
기타를 연습했다.
보여줄 기회조차 없었다.
들려오는 건 헤어졌다는 말이었다.
이제 내가 살을 더 빼서 인상을 바꿔야겠다.
열심히 운동했다.
시간이 더 지난 후 다시 고백했지만 항상 똑같은 대답이었다.
미안하다고.
내가 나빠서 그런거다. 내가 나쁜짓을 많이해 벌받는거다. 착하게 살자. 내가 뭘 잘못했지.
그래도 더 착하게 살아보자.
버릇이 생겼다. 전교생이 모이는 식당에가면 항상 두리번 거리는 버릇. 다른 반일때는 그 애를 볼 기회가 그 때 말고는 없다.
연초가 되면 항상 초조해졌다.
그 애의 생일이 다가오는데
방학은 무지하게도 길었다.
난 방학이 싫었다.
어떻게든 축하를 해주고 싶었지만
직접만든 기다란 선에 달린 눈꽃 하나가 다시 돌아왔다.
그래도 처음은 잘 주었으니까.
고등학교 3학년이 되었다.
처음으로 같은 반이되었다.
하늘이 내가 노력한 것을 알아주었다는 생각이들었다.
나에게는 천국이었지만
그 애에게는 지옥일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이 번호순대로 출석을 부른다. 내 번호는 22번이지만
2학년 때 번호가 20번이라 20번에 대답해버렸다.
그 애번호 였다. 얼굴이 빨개져서 미친듯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 1년이 하늘이 내게 준 마지막 기회였다.
같은 한 반에서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그래도 거리를 유지했다. 너무 다가가면 또 멀어지니까.
난 그 1년간은 단 한번도 고백하지않았다.
친구가 되어 이야기하고 지내는게 더 가까워질수있었기에 티내지않았다.
휴식시간 그 애가 폰을 꺼내들어 사진을 찍자고한다.
수년간 단 한번도 사진같은건 바래본적도 없었다. 그 이상은 사치라 여겼다.
그 사진을 받지못한게 평생 후회다.
아니 다행이었나.
졸업이 눈앞에 왔다.
지금은 네게 매력적일수 없다.
어떤 방법을 써도 네 마음을 가질순없다.
그래서 생각없이 물었다.
내가 돈을 얼마벌면 나랑 결혼할래?
월 700?
그 애는 장난으로 웃으며 대답해줬지만
난 웃지못했다.
그 까짓거 해보자.
행복에 겨운 1년이 지나가고
고3이 끝났다.
난 놓치기 싫었다.
과는 달라도 같은 학교에 가고싶었다.
버스에서라도 보고싶었다.
같은 대학에 갔지만
연락은 이어지지 못했다.
그래도 가끔 마주칠 수 있어서 행복했다.
내 나이 20대 후반 대기업에 취직했다. 언젠가, 아니 언제가될지 모르는, 혹시라도 라는 마음으로 노력해서말야.
10년이 넘게 흘렀지만
너에 대한건 다 기억하고있어.
아침 버스마다 자리잡아줬던거
밥먹고 사탕사다주던거
처음으로 찍은 사진 배경,
처음으로 널 바래다주던 겨울길.
집앞에서 손흔들며 잘가라고 웃어주던 모습
글로 다 못쓸 만큼 하나같이 기억에 남아있어.
이제는 마음 덜어보려해
덜어질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기적을 바랄지도몰라.
아니 바랄 것 같아.
그보다
결혼축하해
꼭 행복하게 살아.
꼭 맘아프지말고
웃으면서 행복해.
그런데 만약에라도
아픈일이 생기면
언제라도 연락해줘
기다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