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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에이 |2021.01.10 05:40
조회 1,390 |추천 7

요즘 날이 춥다 옷은 따뜻하게 입고 다니는 거야? 뭐... 언제나 따뜻하게 입고 다니던 너니까 내가 따로 걱정하지 않아도 잘 입고 다니겠지 그나저나 네 옷이 나한테 있어서 더 따뜻하게 못 다니는 거 아닌가 걱정이네 얼굴 보고 주고 싶은데 그러기엔 우리가 얼굴 볼 사이는 아니니까...

요즘엔 뭐하고 지내? 밖에 자주 나오지는 않는 거 같던데 집에서 게임만 하고 사는 거 아니지? 그러지말고 자주 나와서 친구들도 만나고 운동도 하고 그래 나는 요즘 친구들이랑 부쩍 가까워졌어 그동안 꾸준히 하지 못 했던 연락도 꾸준히 하고 자주 만나고 그러는 중이야 네 친구들처럼 내 친구들도 내가 연애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지금 내 모습이 좋대 난 지금 내가 싫은데 말이야

있잖아 나 너랑 헤어지고 한동안은 죽을듯이 아팠어 매일 술을 마시고 낮과 밤 구분없이 울고 잠도 잘 못 잤어 그러다 번쩍 정신이 들더라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거지 싶어서 그때부터 조금씩 사람답게 살기 시작했어 어느날 목욕하고 일어나는데 머리가 핑 돌더니 화장실에서 쓰러졌어 덕분에 병원도 가고 팔에 멍도 들고... 순간 내가 이렇게 죽는 줄 알았어 그래서 이렇게 죽는 거라면 죽는 거치곤 별로 아프지도 않은데 나쁘지 않겠다 싶었어 근데 병원에서 눈을 떴을 때 살아서 다행이다 싶었다? 분명 앞이 노래지더니 세상이 빙글빙글 돌 때는 내가 죽겠다 다행이다 싶었는데 눈을 뜨고 나니 살아서 다행이다 했다니까?

그렇게 쓰러지고 나니 내가 정말 무너졌었구나 싶어서 차근차근 다시 일어나려고 노력해봤어 내가 전에 너 붙잡을 때 말했잖아 네가 나한테 돌아올 거라고 믿었다구. 그래서 겨우 버텼던 거라고 했잖아 내가 널 마지막으로 잡았을 때 말이야 난 네가 기다리라면 몇 년도 더 기다릴 수 있었는데 그때 우리는 정말 마지막 같았어 말은 기다릴게 라고 했지만 우리가 정말 마지막이라는 걸 알았어 다신 돌아갈 수 없다는 걸 난 그제서야 깨달았어 근데 정말 놀라운 건 인정하고 나니 좀 후련하더라 마음이 편안하더라 내가 말했었지? 우리가 주고 받던 연락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봤다고 난 너한테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었어 그렇게 다정한 말들을 주고 받고 사랑을 하고 있었던 우리가 정말 남보다도 못한 사이가 되었네 우리는 정말 헤어지지 않을 줄 알았는데 말이야

앞에서 말했듯이 인정하니까 마음이 편해졌어 그동안 복잡했던 마음들을 정리하면서 내가 왜 이렇게 널 놓기 힘들어했을까 생각해봤어 나는 말이야 내 편이, 내 버팀목이 그만하자 라는 한 마디에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거처럼 사라져버리니까 그게 너무 힘들고 괴로웠던 것 같아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사랑하고 언제나 내 편이었던 든든한 사람이 고작 헤어지자 라는 네 글자에 남보다도 못한 사이가 되어버린다는 사실이 나는 받아들이기 너무 힘들었어.

너는 힘들지 않았어? 우연히 마주쳐도 쳐다보는 것조차 힘든 사이가 된 우리를 받아들이기 그렇게 쉬웠어? 너는 그립지 않았어? 매일 밤 전화기를 머리 옆에 두고 해가 뜨는지도 모르고 사랑을 속삭이던 우리가 그립지 않았니? 우리가 연애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다 그랬었잖아 헤어져도 내가 헤어지자고 하지 네가 헤어지자고 하진 않을 거라고 내 마음만 변치 않으면 네가 날 사랑하는 건 변하지 않을 거라고 다들 그랬었잖아 기억나?

집이 가깝기도 했지만 하루도 빠짐없이 나를 데려다주는 건 힘들었을텐데 넌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날이 많이 덥든 우리가 조금 다투든 내가 헤어지자고 하던간에 언제나 나를 우리 집 문 앞까지 데려다주곤 했잖아 그래서 헤어지고 한 동안은 혼자 집 가는 길이 그렇게 슬퍼서 엉엉 울었어. 불면증이 심한 나를 어떻게든 재우겠다고 내가 잠에 들 때까지 전화해주고 아침에 알람을 듣고 일어나야하는 나를 위해 내가 잠에 들면 내가 자는 걸 확인하고나서야 전화를 끊는 너였잖아. 나 사실 자는 척 하고 잠을 못 이룬 적이 많아 그래서 알게 된 건데 말이야 너는 내가 자는데도 불구하고 사랑한다고 속삭인 후에야 전화를 끊더라 전화를 끊고 다섯 줄이 넘는 카톡까지. 네 노력 덕분에 네 사랑 덕분에 나는 네 전화 없이는 잠을 못 잤었지 이렇게 보니 우리가 정말 사랑을 하긴 했다 그치? 네가 정말 날 사랑하긴 했어

그런데 말이야. 우리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된 걸까? 이제는 너 없이 잠도 잘 자고 혼자 집에 가는 길에서 울지도 않아 정말 우리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된 걸까? 제일 슬픈 건 이제 정말 서로가 서로 없이도 잘 살 수 있다는 거야 그러니 나도 더이상 널 잡지 않는 거겠지 너 없이 혼자 집가는 길이 어색하고 익숙하지 않아서 눈물만 흘렸는데 이제는 오히려 누군가와 함께 집가는 길이 어색할 정도야 이제 더이상 일어나자마자 네 연락이 와있을까 하고 알림창을 확인하지도 않고 네 생각을 하느라 뜬 눈으로 밤을 지새지도 않아

이제 정말 너를 보내줘야 하는 거겠지 1년 반을 넘게 만난 우리를 보내줘야 하는 거겠지 이제 우리는 우리대로 남겨놓고 이제 남은 삶을 살아야겠지

내가 마지막으로 너한테 써줬던 편지 마지막 말 기억해? 나와 함께 사계절을 보내줘서 고맙고 앞으로도 나의 사계절에 평생 있어달라고 했잖아 우리는 이제 남보다도 못한 사이가 됐지만 넌 앞으로도 나의 사계절에 내 기억 속에 영원히 남아있을 거야. 나를 사랑해줘서 고마웠어. 사랑이라는 감정을 너한테 배워서 감사해. 너와 함께했던 모든 순간이 행복이고 행운이였어 나를 웃게 해줘서 고마웠어.

마지막으로, 아직은 말이야.
너를 정말 사랑해. 보고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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