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나이 31살되는 여자입니다.
흙수저라는게 너무 절실히도 와닿는 요즘이라 어디 하소연하기도 그래서 익명성을 빌려 글을 올립니다.
어려서부터 아버지는 제대로된 직장없이 직업이 분명치 않았고 제대로 생활비를 벌어오신 적이 없으십니다.
전세집 이사다니며 살았고 그때만 어디서 목돈을 한번씩 구해오셨던건 기억합니다.
그 때문에 어머니가 가장이다시피 늘 식당 등 자영업 하면 돈버셨고 쉬는날 없이 일하셨습니다.
아버지는 제가 어렸을적 집에 안들어오는 날이 많았고 제가 8-9살때부터 저랑 여동생은 어머니가 일나가시면 둘이서 자물쇠를 밖에서 걸어잠그고 부엌문으로 들어와 집안문 잠그고 자던 기억도 있습니다.
학창시절에 학원다니다 학원비가 너무 밀려서 어머니께 말씀하라는 말을 들으며 학원을 다녔고 결국은 중간에 그만둔 경우도 있었습니다.
부모님은 항상 돈 문제로 부부싸움을 하셨고 저는 고등학생때 우울증에 걸려 치료 받은적도 있습니다. 정확한 진단명을 듣진 않았지만 환청도 들렸던걸로 봐서 단순 우울증은 아니였던 것 같습니다.
어찌저찌 대학은 붙어서 정해진 수순으로 학자금 대출받아서 다녔었고 이때까지만 해도 나중에 부모님이 같이 갚아주시겠지 하는 허황된 생각을 했습니다...
대학때도 알바하며 혼자 용돈 벌며 생활했고 취업을 해서는 한달에 100만원씩 집에 보내라는 어머니의 말에 언쟁이 있었지만 결국은 보내드렸습니다
이때까지만해도 내 돈은 모아야지 생각으로 겨우겨우 오백만원 정도 적금을 들어놓으면 이제 집에서 이사가야하는데 돈이 모자라다며 모아놓은 돈까지 달라고 하셨습니다.
이게 한두번 반복되다보니 돈 모으고 싶은 생각이 안들더군요.. 그 뒤론 저금없이 살다 여동생이 일 시작하고 나서는 경제적 도움 끊고 학자금 대출을 갚기 시작했습니다.
하고 싶은거는 하고 살아야 제가 죽지 않을거같았고 취미나 남들다니는 여행도 다니고 먹고싶은 것 먹고 제 자신은 부족하지 않게 살았더니 31인 지금 저한테 남은건 학자금 이천만원의 빚 뿐입니다.
아버지는 나이드시니 이제는 집에만 계십니다. 어렸을때 부모의 손길이 필요할때는 집에 전화한통 하신적 없으신 분이 크니까 집에 전화 좀 자주하라고 하시고, 저는 같은 지역 살때도 부모님이랑 살면 스트레스받아 기숙사에 살았습니다.
나이가 있으니 저도 결혼을 하고 제 삶을 살고 이제는 돈을 모으고 싶은데 코로나때문에 어머니가 하시는 자영업은 계속 쉬게 됩니다. 지금 어머니가 일을 쉬신지 한달 가까이 된것 같습니다. 아버지는 그동안 집에만 계시고요 .
스무살 넘어서는 계속 이혼해라 아버지 정신 못차리신다 엄마가 다 책임질거냐 말씀도 드려봤지만
어머니 생각은 내가 이혼해도 너희한테는 아버지다 도리를 다해라 입장이시고 이혼할생각도 전혀 없으십니다.
어렸을때 부터 어머니한테 아버지 무능력함, 가정에 소홀한 것들 하소연 다 듣고 자라서 자연스러게 아버지에 대한 분노가 자랐는데 어머니는 아버지한테 도리는 다 하시라네요.
애초에 노후는 자식들한테 맡길 생각이신것 같습니다.
하...
이런 경제적 상황에도 생일때는 생신 선물 명절때는 용돈 부모님댁에가면 인사치례로 뭐는 사들고 와야하지 않겠느냐 바라시는 것도 많습니다. 다른 자식들은 이런다더라 저런다더라
부모님 댁에 내려가면 밥도 사야죠. 집에가는게 너무 부담 입니다 . 일부러 현실도피하려고 따로 사는데 부모님댁에 가면 현실이 피부로 와닿습니다. 동생과 혹시모를 일에 대비해 십만원씩 돈을 모으고 있었는데 기간도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걸 어머니가 알게 되더니 일단 백만원만 먼저 주면 안되겠냐고 하시더군요
원래는 열심히 자식들 뒷바라지 하신 어머니가 너무 안타깝고 불쌍했습니다. 아버지와 이혼시키고 절연하고 어머니만 모시고 살고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머니와 대화하고 경제적인 문제로 언쟁하다보니 이제는 그런 연민도 다 사라졌습니다.
자식들이라도 돈 모아서 잘살길 바라시는게 아니신것 같습니다. 돈 벌이 하니 너네 키우면서 생긴 빚 같이 부담해야하지 않겠니 당장 먹고살기 어려운데 무슨 저금이냐.
아마 저 결혼하는거 싫을거에요 집에 돈 못 드릴 테니까.
연애 해도 이런 제 가정상황 오픈하기도 싫고, 결혼하면 도움은 고사하고 경제적 지원 바랄게 뻔한데 ...
이제는 그냥 다 버리고 싶습니다.
저 혼자 도망치고 싶어요.
가족들과 연이 닿아있으면 그냥 계속 가난하게 살아야할것같아요. 어머니 56세 아버지 55세에 벌써 자식에게 이렇게 손 벌리면 남은 인생은 어떻게 하시라는 걸까요
가난하면 자식 낳지 말았어야지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오릅니다.
그래서 저는 가족과 인연을 끊으려고 합니다.
애초에 어렸을때부터 속썩이지 않고 부모님 말 잘듣고 자란것도 후회되고 이기적으로 살걸 후회합니다.
졸업하자마자 멀리멀리 도망갈걸 일찍 하지 못한게 후회됩니다. 키워주신 은혜따위 다 잊고 천하의 나쁜년 이지만 저는 남은 제 인생은 가난하지 않게 살고싶습니다.
다른 분들의 생각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저 같은 상황이라면 혼자 다 내팽게치고 떠나도 납득이 가는지...
사실 양가감정입니다. 가족 울타리는 지키고 싶지만 경제적 지원은 하기싫어서
제 상황이라면 다른분들은 어떻게 하실지 조언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