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지막히 말했다.
“그럼 나가라.”
아내의 얼굴이 순간 일그러졌다. 하지만 모른척하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공부방으로 들어와버렸다.
조금 후, 안방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아내가 자러 들어간 모양이다.
나는 조용히 거실로 나와서 이불을 덮고 잠을 청했다.
‘내일 아침에 나 혼자서도 잘 일어날 수 있어. 보란듯이 아침밥 먹고 출근할거야.’
오랜 기숙사 생활을 마치고, 이제 결혼한지 얼마되지 않은 터라,
먼길 출근하기 위해 새벽에 일어나는 것은 정말이지 고역이 아닐수 없었다.
아침마다 깨워주는 아내가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르지만, 그래도 정말이지 아내가 미웠다.
“따르릉…따르릉”… 쾌종소리에 평소때처럼 이불속에서 미미적거리지 않고, 벌떡 일어났다.
전날의 화가 아직 풀리지 않았다.
보란듯이, 시끌벅적하게 접시소리, 밥그릇 소리 내가며 아침밥을 해 먹고 새벽 바람을 맞으면 집을
나섰다. 그 때까지 아내는 안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출근길부터 마음이 무겁다.
‘정말 나가면 어떡하지?’
퇴근시간이 되어, 집으로 차를 몰았다. 겨울이라 해가 빨리 떨어졌다.
드디어 아파트 뒷편으로 접어들었고, 우리집이 보이자 마자 골목길 어귀에 차를 잠시 세웠다.
불이 켜져있는지 볼려고… 꺼져있었다.
서둘러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하루종일 미안하고, 걱정이되었다. 문 열고 아내가 보이면 꼭 안아주고 싶었다.
하지만, 초인종을 눌러도 대답이 없다. 설마하며 다시 눌렀다. 또 대답이 없었다.
결국 문을 열고, 들어가 보았다.
휑하니 텅빈 우리집. 이렇게 우리집이 컸었나 싶다.
가슴에서 밀려오는 고독감과 미안함에 스르르 주저앉아 버렸다.
그리고,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아이처럼 소리내어 엉엉 울었다.
“미안.. 정말 미안”
무언가 미칠 것 같이 서럽다.
눈물이 줄줄 흐른채로, 아내의 편지를 찾아 나섰다.
집을 나가더라도 어딘가에 편지는 있을거라 생각했다.
“아침에 콩나물 국 데워먹기”
“뒷베란다에 갈치 데워먹기”
“빼먹지 말고, 하루에 은행 5개씩 챙겨먹기”
라는 글만 칠판에 덩그라니 적혀 있다. 그 마음을 어찌 표현하랴~ 미안하고 또 미안했다.
그렇게 아내는 1주일동안 집에 들어 오지 않았다. 1주일이 얼마나 길고,
우리 집이 얼마나 큰지 예전에는 몰랐었다.
매일 퇴근길이면, 아파트 뒷편을 지나오다 차를 세우고, 불이 켜져있나 꺼져있나 살폈다.
항상 꺼져있는 우리집. 그렇게 아내의 빈자리는 상상도 못할만큼 컸다.
금요일 저녁이 되어서야 한통의 문자 메시지가 왔다. 내일 처가로 오란다. 반가웠다.
살아 있어서 고마웠고, 문자 메시지를 줘서 고마웠다.
부랴부랴 짐 싸 들고, 고향으로 향했다. 처가에 도착해서 벨을 눌렀다.
“딩동”
아내가 멍한 얼굴로 문을 열어줬다.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처남이랑 장모님이랑 새로 산 소파 커버를 입힌다고 정신이 없다.
처가 식구들에게는 아무일 없는 것처럼 거들었다.
몇 시간을 먼지 날려가며, 소파 커버를 입혔다.
안아주고 싶은데, 무슨 말이라도 걸고, 또 듣고 싶은데 아내는 계속 무표정이다.
하지만, 기뻤다. 살아 있어줘서 너무 고맙고, 행복했다.
저녁에 잠자리에 들어서야 말을 걸었다.
“어떻게 고향에 갔어? 집에가는 방법도 모르쟎아?”
“버스 기사님한테 물어서 왔어. 멀더라. 그리고, 버스도 3번 갈아 탔어. 거기가 촌이긴 촌인가봐~”
미안했다. 말로 표현도 못할 만큼 미안했다.
“친구는 만났어?”
“아니, 그런 기분으로 친구한테 가고 싶지 않았어.”
“그럼 어디 갔었어?”
“찜질방에~ 돈도 없고 집에 오면 엄마가 걱정할 것 같고 해서 찜징방에 가서 이틀동안 있었어.
그랬더니 얼굴이 뽀얘졌어. 헤헤~”
웃음을 보였다.
내 눈에선,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내가 도대체 무슨짓을 한걸까.
내가 도대체 이사람한테 무슨짓을 한걸까.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아내가 날 꼭 안아준다.
“괜찮아~, 괜찮아~”
부부는 한배를 탔다고 했다. 그 말뜻을 처음에는 몰랐다. 하지만 이제는 확실히 안다.
선원이 맘에 안든다고 다툴수도 있다. 서로 미워할수도 있다.
하지만, 맘에 안든다고 바다로 뛰어내려라고 해서는 안된다.
그러면 그 사람은 죽는 것이며, 홀로 남은 한사람 역시 고독과 외로움에 죽는 것이다.
아내는 자신이 희생함으로써, 나에게 그 교훈을 알려주었다.
앞으로, 우리 사이에 한 사람의 희생으로 한 사람이 성숙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아내란 존재가 얼마나 위대하고, 아름다운 존재인지 그렇게 깨닫기 시작했다.
난 너무나도 어리석었다.
☞ 클릭, 여덟번째 오늘의 톡! 류시원 밑에 '서창우'는 누구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