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조사병단의 리바이 반 소속. 내 실력을 입증 받아 리바이 반에 들어오게 되었지만, 리바이 병장은 나를 항상 못 마땅하게 여겼다. 거인에 대한 리바이 병장과 나의 입장이 너무나도 달랐기 때문이다.
“몇 번을 말하나. 00, 거인은 그저 우리가 죽여야 할 고깃 덩어리이다. 너도 같은 생각을 하고 조사병단에 들어 온 것이 아닌가?”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거인이 인간과 닮았다고 생각하신적 없으신가요? 거인의 기원은 분명 인간과 연관이 있을 것입니다! 전 언젠가 거인과 인간과의 연결고리를 밝혀낼 것입니다!”
“그런 근거 없는 주장만 하다간 언제 거인에게 당할지 모른다! 하...나가라. 혼자 있고 싶군.”
난 리바이 병장과 매일 대립하면서도 그를 사랑했다. 내가 조사병단에 입단하기 전, 벽외조사를 하고 온 리바이 병장을 처음 봤을 때 난 술에 취한 사람들에게 위협을 받을 뻔했다. 그때 나를 구해준 것이 리바이 병장이었고, 언젠가 같은 조사병단으로서 그의 곁에 있고 싶었다. 그러나 리바이 병장은 늘 자신과 다른 말을 하는 내가 한심한가 보다. 리바이 병장은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나에게 말 한마디 건네지 않았다. 그런데...
“아악!”
벽외조사에서 오랜만에 15m급 거인을 맞딱뜨린 나는, 그만 거인의 손에 잡혀버렸다. 내 몸을 옥죄는 거인의 손에 갇힌 채 생각했다. ‘내가 지금 죽으면 병장은 내 죽음에 슬퍼 해줄까, 그래도 같은 반인데 조금은 슬퍼하지 않을까. 아니...병장은 나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걸’라고 생각하는 순간, 갑자기 거인의 손이 느슨해졌고, 나는 재빨리 입체기동장치로 빠져나왔다. 리바이 병장이 거인의 손을 베어 나를 구한 것이었다.
“병장님!”
“00! 어서 피해라! 가서 엘빈 단장을...”
그게 리바이 병장의 마지막 말이었다. 거인은 목을 노리는 병장을 한 손으로 가볍게 날려버렸다. 거인은 병장이 일어나 몸을 추스를 시간도 주지 않은 채 리바이를 삼켜버렸다. 상황은 아무런 판단도 할 수 없이 빠르게 지나가버렸고, 정신을 차린 내 눈 앞엔 병장의 왼손과 병장을 삼킨 거인을 향해 날아가는 병사들이 보일 뿐이었다.
이번 벽외조사로 조사병단의 분위기는 크게 가라앉았다. 대부분은 인류최강이라 불리는 리바이 병장을 애도했고, 한편으로는 앞으로의 벽외조사에서 병장의 도움 없이 살아 남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며 절망했다. 내 마음은 찢어질 듯 아팠다. 나는 인류최강도, 병장도 아닌 내가 사랑한 리바이 아커만을 잃었다. 그토록 싫어하던 나를 왜 구해준걸까, 그 이유를 생각하면서도 내 사랑이 허무하게 사라졌다는 사실에 하염없이 울었다.
아무도 없는 숙소에서 한참을 울고 쓰러질 듯 잠이 들었다. 리바이 병장이 죽는 순간의 꿈을 되풀이 해서 꾸다, 꿈에서 한 남성을 만났다.
“리바이 아커만을 살리고 싶은가?”
“네? 네! 살리고 싶습니다!”
저 사람이 누군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리바이 병장을 살리고 싶다는 말에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저것 뿐이었다. 내가 대답하자 그자는 말했다.
“너의 리바이를 살릴 기회를 주겠다. 그 대신 너의 가장 소중한 것을 포기해라.”
어딘가 슬퍼보이는 그 사람은 그 말을 마지막으로 남기고, 어딘가로 사라졌다. 그리고 나는...갑자기 어딘가로 끝도 없이 가라앉았다.
얼마나 잠들어 있었을까, 누군가 내 몸을 흔드는 듯해 눈을 떠보니, 내 앞엔 어린 병장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