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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자아

그러다보니 많은 젊은이들이 감각적이거나 추상적으로 자신을 규정합니다. 이렇게 자의식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대표적인 현상이 막연한 불안과 두려움입니다.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감정입니다. 알 수 없는 불안과 두려움에 휩싸이다보면 분노와 혐오로 일상을 보내게 됩니다. 막연한 두려움을 가진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사실 그것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 사회가 불특정 다수를 향한 분노와 근거 없는 혐오로 넘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자화상을 실제보다 예쁘게 그리려고 하는 학생일수록 '거울자아(타인에게 비춰지는 모습을 자아라고 생각하는 것)'를 가진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남들이 인정할 때만 진정한 행복을 느끼는 경향도 있습니다. '셀카(셀프카메라)' 문화는 이런 사회현상을 반영하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셀카는 현실보다 더 아름답게 혹은 왜곡되게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미덕입니다. 여기에서 '아름다움'이란 사회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보편적 이미지를 뜻하죠. 셀카로 표현하고자 하는 이미지의 정점이 바로 졸업 사진입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하나같이 정형화된 이미지를 연출하기 위해 애씁니다. 대신 지금의 나는 없어지죠.


타인의 거울에 비친 자아를 '나'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주로 남들이 인정해주는 성공을 향해 달려가는 경향이 많습니다.

왜 성공해야 하는 지도 잘 모른 채 말입니다. 대기업의 임원이 되고 싶어 하지만 왜 그 자리에 오르고 싶은지 설명하지 못합니다. 강이 보이는 아파트에 살고싶어 하지만 왜 강이 보여야 하는지 그 이유를 잘 설명하지 못하고, 공무원이 되고 싶어하는데 어떤 공무원을 하고 싶은지 모르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이런 부류의 학생들은 자신의 취향을 열거하면서 그것이 자신이라고 주장하거나 미래에 되고 싶은 자신을 자기라고 우기는 경향이 높습니다.


청년들의 자화상에서 드러나는 또 하나의 문제는 '관계'입니다. 대중예술 평론가인 존 버거(john berger)는 "자화상은 단순한 자기 묘사가 아니다.

어딘가로 향하는 역동성을 지닌다"고 말합니다. 나는 누구이고,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메시지가 바로 자화상이라는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우리 청년들의 자화상에서는 나와 세계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고민한 흔적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우리는 자화상에 내면도 드러내려 하지 않고, 나를 둘러싼 세계와의 관계도 잘 그리지 않습니다. 


물론 가끔씩 특이한 학생들도 있습니다. 왜 자화상을 그리라고 하는지 묻거나, 대충 성의 없이 그리거나, 얼굴을 형편없이 일그러진 형태로 그리거나, 복잡한 수식으로 그려내는 학생들이 종종 있습니다. 그런 학생들에게 이유를 물으면 자신은 자신이 누군지 잘 모르겠다고 답하거나, 내 눈에 보이는 것이 나의 전부가 아닌 것 같다고 답합니다. 자각을 통해 자의식을 형성하는 과정에 있는 친구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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