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처음으로 판을 이용해봅니다.
부디 길고 우울한 글이지만 읽어봐주시고 조언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지금 정상적인 사고를 하기가 힘들어서 긍정적이고 현실적인 조언이 필요합니다.
저는 20대 중반 직장인이고 엄마, 아빠, 남동생과 함께 삽니다.
2019년에서 2020년 사이, 저희 가족한테 여러가지 일이 많았는데 그 중 하나가 남동생이 우울증 때문에 군면제를 받은 일입니다. 남동생이 오래전부터 우울증을 앓았다기보다는 군대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거기서 우울증에 걸린 거 같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진 모르겠습니다. 정신과 선생님들한테만 말해주고 가족들한텐 얼버무려 말했습니다.
남동생은 저희 집에서 아주 사랑받고 오냐오냐 키운 자식입니다. 그런 애가 우울증에 걸렸다니 엄마도 아빠도 정신머리가 쏙 빠져서 한동안 집안이 우울했습니다.
군면제를 받고 병원에 입원 중인 동생이 아빠한테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아빠는 곧장 엄마한테 강아지를 키워보자고 말했구요. 이유는 <아이의 우울증이 조금은 나아지지 않겠냐>였습니다. 엄마는 개를 싫어하시는 분이라 반대했고, 엄마에게 그 이야기를 전달받은 저도 당연히 반대했습니다.
그런데 아빠가 자꾸 의견을 강하게 몰아붙였고, 엄마도 아빠 말엔 이기질 못해서 "잘 키울 자신 있으면 허락하겠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전 여전히 반대 중이었고요. 애초에 이 집에서 제 의견을 묻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요...
엄마 허락도 받은 아빠가 동생 퇴원하는 날짜에 맞춰 새끼 강아지를 데려왔고, 동생은 강아지를 보자마자 좋아했습니다. 저도 반대는 했어도 애기를 보자마자 사랑에 빠진듯 너무 사랑스럽기도 했고... 기왕 키우게 되어버린 거... 이제 책임감을 가지고 잘 키우기만 생각해야겠다고 맘 먹었습니다.
그런데 한달도 지나지 않아서 동생은 강아지가 질렸다는 듯이 산책을 나가지도, 놀아주지도, 밥을 주지도, 화장실을 치워주지도, 뭔갈 케어하는 행위 모든 걸 멈추었습니다. 오직 해주는 건 간식 먹이는 거... 간식만 하루에도 수십번을 주길래 뭐라고 잔소리하니까 기분 상했는지 그마저도 아예 안주더라구요.
아빠도 처음엔 이뻐하는 듯 싶더니, 똥 이리저리 싸고, 물건 물어뜩고 말 안듣는다고 얘한테 소리지르고 발로 차고 때리고 던지고.. 어쩔땐 몽둥이를 들고 때립니다. 제가 그때마다 하지말라고 말리고 감싸면, 감싼 저를 때리기도 하고요. 가끔은 가족들한테 화날때도 강아지한테 화풀이를 합니다. 그래서 저희집 강아지는 아빠를 제일 무서워해요.
강아지를 키운지 3개월쯤 되었을때, 강아지 키우는게 넌덜머리가 났는지...아빠가 "우리 집은 강아지를 키울 여건이 안 되니 그냥 버리자."는 말을 진지하게 내뱉었습니다. 가족 넷이 둘러 앉아서 말싸움을 한참 하다가 계속 키우기로 결정 되었지만, 아빠는 "나는 어쨌든 버리자는 쪽이었으니까 키우고 싶은 사람들이 알아서 강아지 관리 해"라고 말하고 "누가 강아지를 먼저 데려왔고, 누가 키우고 싶어했고 이런 건 이제 아무 상관 없는 거야. 지금 키우겠다고 한 사람들이 잘 관리 해."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동생은 계속 키우자는 의견쪽이었지만, 그 뒤로도 강아지를 돌보는 행동은 하지 않았습니다.
2020년 여름이 지나갈 즈음, 강아지는 6개월이 되어갈 때... 제가 회사 사정이 생겨서 자취를 잠깐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 먼곳으로 이사 간 건 아니고, 집에서 2시간 정도 거리였습니다. 직통 버스가 하나 있어서 항상 그걸 타고 갔는데, 제가 그당시 공황장애를 앓고 있어서 약을 먹지 않고 버스를 타면 정말 힘들었던 상태였습니다. 그럼에도 격주로 집을 찾아간 건 아무도 강아지랑 놀아주지 않고 산책을 안 시켜준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엄마가 강아지를 케어해주고는 있지만... 엄마도 피곤하다고 최소한의 케어만 해주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전 2020년 11월에 다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사실 자취하던 집이 정말 좋은 위치에 좋은 조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강아지가 너무 걱정되어서 급한 맘에 그랬습니다... 돌아와서 산책도 자주 시켜주고 놀아주기도 매일 놀아주고 기본적인 훈련도 시켜주고 그랬습니다. 강아지는 처음 키우는 거라 어설프긴 해도 공부도 나름 열심히 했습니다.
근데 제 훈련 방식이 잘못 된 건지는 모르겠는데... 가끔 흥분하면 이빨 드러내면서 제 손이나 발을 아프게 뭅니다. 그리고 산책하러 나갈 때마다 엘리베이터 기다리면서 진짜 발광하듯이 짖어댑니다... 그것때문에 1층 주민한테 한 소리 들었습니다. 그리고 거리에서도 지나가는 사람만 보면 엄청 크게 짖어대서 깜짝 놀라는 분들이 많은데, 그냥 놀라는데 그치지 않고 저나 혹은 강아지한테 욕을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걸 한 두번 듣는 것도 아니고 강아지가 어쩌다 한 두번 짖는 게 아니다보니.. 산책 나갈때마다 꼭 한 번 이상 쌍욕을 들으니 늘 산책 갔다오면 맘이 상해서 눈물이 납니다...
최근에는 중성화 수술도 했는데 넥카라도 하고 붕대도 감고 소독도 해야하다보니 강아지 스트레스가 극심한 거 같은데 ㅜㅜ 그래서 더 유독 짖는 느낌입니다... 참고로 중성화 수술 비용(이빨 수술과 기타 비용 합산 70정도)을 제가 부담하고 후케어도 제가 해주고 강아지 병원 가서 상태 봐야하는데 갈 사람이 없어서 회사 연차까지 내며 갔다오고 그러고 있습니다.
유튜브나 인터넷 찾아보며 훈련하는 거 별거별거 다 따라해봐도 강아지가 미친듯이 짖는 거랑, 절 무는 걸 못 고치겠습니다... 내 훈련 방식이나 태도가 잘못 되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가족들의 태도도 문제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나 혼자만 죽어라 노력해도 가족들이 그것들을 헛고생으로 만드는 것 같아 속상하기도 하고요...
강아지를 때리며 거칠게 대하는 아빠나... 강아지한테 무관심한 동생이나... 그래도 나름 신경 써주지만 절대 산책or놀아주기는 안해주는 엄마...
그냥 상황이 베베 꼬인 것처럼 느껴져요.
사건은 참 많은데... 다 쓰자니 너무 두서없이 길어지기만 할 거 같네요.
돈을 조금 모아 대출로라도 좀 넓은.. 자취집을 구해 강아지를 데리고 독립할까도 생각해봤지만, 평일 7시부터 저녁 8시(야근하면 9시도 넘는)까지 혼자 있어야 할 강아지를 생각하니 혼자서 키우는 건 도저히 안 될 거 같습니다. 그렇다고 이 집에 계속 강아지를 두고 독립을 하자니 언젠가 쥐도새도 모르게 버려질 거 같아서 무섭고, 강아지와 함께 이 집에 살자니 하루하루가 너무 지옥같습니다.
오늘도 산책 나갔다가 개가 짖는다고 지나가는 모르는 사람한테 욕을 들었는데...그냥 너무 모든 게 서럽더라구요. 내가 스트레스 받기 싫어서 강아지 하나 나몰라라 하기엔 얘가 너무 불쌍하고... 가족들은 저를 도와줄 생각이 눈꼽만큼도 없고...그냥 강아지 하나 키우는데도 이렇게 앞이 깜깜해요. 나는 이 지옥같은 집을 벗어나려고 아등바등인데 우리집에 천사가 하나 와서 지옥에서 평생을 살아야한다니... 애기한테도 너무 미안하고 더 잘해주고 싶은데 ㅜㅜㅜㅜ그냥..너무 화나고 눈물만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