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제 36주에 접어드는 임신말기의 목련맘이라고 합니다.
제가 원래 평소에도 잘 우울해 하고 그러는 스타일이기는 했는데, 임신하면서 더욱더 심해지더군요.
여러분의 경험담과 조언을 듣고 싶어서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36주쯤 되면 만사가 조금씩 귀찮아지면서... 불어나는 몸으로 인해 무얼해도 기쁘지가 않더라구요. 거울을 봐도 부은 제 얼굴은 우울 그자체구요..
어제는 하루 종일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일도 못하고... 내가 가고 싶은 곳에도 못가고... 만나고 싶은 사람들도 마음대로 만날수 없는 이 고통을... 남편은... 아니 다른 사람들은 조금이나 알까싶더군요.
제가 할수 있는 것은 오로지 텅빈 집에서 집지키는 일과 무언가를 끊임없이 먹는것 뿐이더군요. 아기가 태어나면 더 해지겠죠?
저는 아직 철이 덜 들었나봐요...28이나 먹었는데... 갑작스레 임신이 되어서 너무나 갑작스레 결혼을 했습니다. 한마디로 속도위반....
주위 사람들이 왜 그렇게 갑자기 결혼하냐고 할때마다 일일이 답하기도 민망하고 뭣해서 만나기도 꺼려졌답니다. 그나마 이제는 철판 깔고 친한사람들은 아는 처지지만요...
저는 아직 엄마가 될 준비가 안된것 같아요...우리아기 한테 미안하죠... 철없는 엄마 만나서...그러면 안되는데 마음속으로 아기가 들어서는 안될말도 많이 했답니다. 제 체념풀이를 여기서 할려구요... 엄마한테도 친구한테도 말할수가 없네요... 이곳밖에는...
사건은 어제였습니다. 도화살이 된거죠... 아침부터 생리통 처럼 배가 살살아프더니 하루종일 배가 뭉쳐있었습니다. 태동도 줄어들고... 불안했죠... 오빠(남편)는 하루종일 전화를 걸어서는 괜찮냐고 물어봅니다. 걱정은 됐나보죠? 아기가 일찍 나오기라도 할까봐... 저 그냥, 목련이가(태명) 뱃속에서 힘주는거 빼면 괜찮다고... 하루종일 힘만 준다고 했죠... 그렇지만 저 역시 기분이 별로 좋지않아서 말하는 억양에 힘은 없었습니다. 아...지금도 녀석이 힘줍니다...
오빠 회사가 원래 일이 늦게 끝나는 회사라... 아무리 일찍와도 9시...그런날은 일주일에 한두번 있을까말까... 그렇다보니 아침 8시부터 밤12시, 1시까지 텅빈집에 저 혼자 있는건 예사일도 아닌게 되었습니다. 혼자 밥먹고, TV보고... 무거운 배끌고 집안일 하고...이렇게 폰을 붙잡고 하루를 보내죠.
어제 저녁8시쯤 전화가 왔습니다. 늦게까지 야근한다고, 밥만 먹고 오겠다고... 저희 오빠가 최근 건강이 안좋아져서 아니라 병원에서 무리하면 안된다고 신신당부 했거든요. 저역시 그랬죠... 술은 마시지 마라...
오늘 저녁 역시 나혼자 먹어야 하는구나... 뭐 그리 우울한 일도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10시쯤 되니까 전화가 옵니다. 늦을거 같다고...12시쯤 되면 택시타고 갈께...이럽니다. 그러라 했죠. 또 워낙 야근을 자주하는 회사라 그러려니 했습니다.
아무생각없이 집에 혼자 있다보니 1시가 넘었습니다. 슬슬 화가 나기 시작합니다. 전화한통 톡하나 없고... 오늘같이 몸도 안좋은날 조금이라도 일찍오지는 못할망정... 아예 연락도 없습니다. 2시가 넘었습니다. 하루종일 우울했던 생각이 이제는 극에 올라서 혼자 엉엉 울었습니다.30분이 지나서 전화를 했더니 계속 안받다가 겨우받더군요. 완전 기진맥진한 목소리로 "집앞이야..."
도어락으로 문열고 들어오는꼴이 싫어서 안에서 한번 더 잠궜습니다. 열다가 안되니까 다시 전화옵니다."나 집에왔는데... 너무 추우니까 문좀 열어줘" 어쨌거나 문열어주고 거실에 이불하나 던져놓고 저는 안방에서 자는걸로 사건은 종결되었습니다.
말로는 가정을 챙기면서 일하겠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만삭인 저를 내팽겨치고 굳이 자기가 하지 않아도 되는 일까지 도맡아서 하면서 힘들어하는게 너무 짜증나네요 자기는 하루종일 입으로는 괜찮아?를 연달아 묻던사람이 결국은 새벽3시가 다되어서 들어오다니요... 남자들은 정말 너무 무심합니다.
저 나름데로 취미생활도 갖아봤습니다. 평소에 좋아하던 지점토공예도 하고...요즘은 퀼트에 관심이 많아서 해볼까 하는데...이제는 의욕마저 사그러듭니다. 저 스스로를 이렇게 낮추면 안되는데,,,
저는 식모같아요... 새벽에 남편깨워서 아침먹이고 집안일하다가 다시 새벽에 현관문 열어주는... 이런것이 여자의 일생이라고 생각하면 더 없이 우울해집니다.
주절주절, 원없이 떠들었네요. 지루하게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조언까지 해주신다면 정말정말 기쁜하루 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