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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ㅅㅍ)진격거 세계관에 들어간 고3판녀 드림 외전

※추천bgm-낙원으로 돌아가는 길(세레노)






열흘 밤낮을 안가리고 일을 해서 였을까. 언제 잠이 든 건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분명 이 곳은 내 꿈 속이겠지. 그러지 않고서야 내 앞에 잠들어 있는 네가 설명이 안되니까.

처음 보는 방 안, 처음 보는 가구들, 처음 보는 옷차림을 하고 아무 걱정 없다는 듯이 잠들어 있는 네가 내 눈에 들어왔다. 내가 가장 먼저 처음 느낀 감정은 낯선 곳에 갑자기 왔다는 불안감이 아닌 뜻밖의 안도감이었다.

조심스레 네 머리카락을 쓰다듬고 눈썹을 만져보고 손을 잡아보며 해가 떠오르기를 기다렸다. 네가 눈을 뜨면 뭐라 말할지도 수도 없이 되뇌었다. 그런데 네가 나를 보고 한 첫마디는 나 참 아직도 생각하면 기가 막히는군.

“으에에에에에에에에엑 ㅅㅂ 도둑이야!!!!! 누구세요? 우워어어어엉억 엄마아아아”

“....어이.”

나를 기억 못하는건가. 어쩌면 잘 된 걸지도 모르겠군.

“그래도 아픈 기억만 잊으랬지 나를 잊으라고 한 적은 없었는데.”

일어나자마자 이불을 목 끝까지 올리고 소리를 질러대고는 눈물까지 흘리려고 하는 네 모습은 영락없이 겁먹은 토끼였다. 눈물을 닦아주고 싶었지만 손을 뻗으면 네가 더 겁먹을까봐 그냥 등을 돌리고 방을 나가려고 하던 참이었다.

“...리바이?”

그리워하던 네 목소리가 내 이름을 담았을 때 나는 하마터면 너를 껴안을 뻔 했다.

“근데.. 와.. 코스프레 하나는 기깔나게 하셨네요?”

그게 무슨.

팔로 코를 문지르더니 너는 본격적으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역시 도둑은 아닌거죠? 혹시 엄마친구? 그게 더 가능성 있나? 근데 굉장한 오타쿠이신가봐요. 보통 친구집 올 때 코스프레를 하고 오나?”

“어이, 너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나는 도둑이 아니다. 네 엄마 친구도 아니야. 코스프레 그런거를 한 적도 없다.”

“그럼 설마 본인이 진짜 리바이라고 하시는거에요?”

“그럼 가짜도 있는건가. 조막만한 머리가 똥으로 가득차 있는건 여전하구나. 잘 지내는거 봤으니 됐다.”

내 말을 듣는건지 안듣는건지.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더니 방 문을 나가려는 나를 너는 또 한 번 더 붙잡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역시 이상해서. 진짜 리바이에요? 진짜? 그럼 만ㅎ.. 아니다. 이 얘기는 안하는게 낫겠네. 그럼 리바이 생일 언제게요?”

“하? 내 생일은 12월 25일이다. 그나저나 너 나를..”

“문제가 너무 쉬웠나..”

나를 기억하고 있는건지 아닌건지. 갈피를 잡기 힘들었다. 그렇게 몇 번을 더 묻더니 결국 나는 몸무게까지 재고 나서야 너에게 리바이임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너는 한참을 호들갑을 떠는가 싶더니 뭔가를 결심한 듯 나에게 말했다.

“그럼 나랑 어디 좀 가자.”






역시 나와 있었던 일은 기억하지 못 하는게 확실한 것 같았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여전히 명확하게 알 수 있는 건 거의 없지만 나는 어쩌면 꿈일지도 모르는 이 상황을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네가 데려간 곳은 식당이었다. 숯불에 돼지갈비를 구워주는 곳이었다.

“네가 사는 곳에서는 이런거 거의 못먹을거 아니야. 고기도 엄청 귀한거 같더만. 소금도 있으니까 많이 먹어. 알았지?”

“너 근데 왜 아까부터 반말..”

“내가 사는거잖아. 여기 비싼데거든. 평소 너한테 말 놔보고 싶었기도 하고.”

그래서 그 때 술 마시고 나한테 반말을 했던건가.

고기맛은 굉장히 맛있었다. 오랜만에 맛보는 소금맛에 나도 꽤 많이 젓가락질을 한 것 같았다. 다음으로 네가 데려간 곳은 향초를 파는 곳이었다. 너는 종업원과 몇 마디 대화를 나누는가 싶더니 엄청난 무게의 종이 가방을 가지고 나왔다.

“이거 자기 전에 하나씩 켜두고 자. 알겠지?”

그 후에도 너는 내 손에 많은 것을 들려줬다. 하루 1번씩 먹으라는 것도 있었고 어디 아플 때 붙이라는 것도 있었고 너와 내가 4면에 그려진 종이도 주었다.




해가 지고 우리는 한강이라는 곳에 불꽃놀이를 보러갔다. 너는 잠깐 어디를 다녀온다고 하고는 자리를 떠났다. 네가 떠나고 나는 이곳에서의 풍경을 눈 안에 하나하나 담기 위해 애썼다. 낯선 옷을 입고 웃으며 걸어가는 사람들과 처음보는 높은 건물들, 그리고 흔들리는 나뭇가지까지 열심히 바라보았다.

“리바이! 내가 뭐 사왔는 줄 알아? 이거 밀크티인데..”

“ㅇㅇㅇ.”

“응?”

마지막으로는 네 얼굴을 내 눈에 담았다. 여전히 오늘도 후회만 가득 남을 것 같다. 네 앞에서만은 항상 최선을 다하지만 언제나 후회가 남는거 같다. 그래서 너무 미안해.

아직도 밤만 되면 네 생각으로 닿을 곳 없는 편지를 수십번씩 적는다. 끊임없이 너를 보내보려고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그런데 오늘에서야 깨달았어. 역시 난 평생 너를 놓아줄 수 없는거 같다. 아픈 기억을 잊어줘서 잘 지내고 있는 거 같아서 내 이름만은 기억해줘서 고마워.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나는 그저 네 이름을 부를 수 있는 것에 만족했다.









.
.
.
“리바이! 저거 봐! 시작했어! 리바..”

사라졌다. 아니 떠났다가 맞는 말일까. 한 순간 옆으로 돌아보았을 때 내 옆에는 아무도 없었음. 주인 잃은 종이 가방들과 한모금도 마시지 않은 밀크티만 남아있을 뿐이었음. 그냥 꿈이었나 아니면 내가 미쳤던걸까. 왠지 모를 허탈함에 올려다 본 밤하늘은

‘어이. 술마시고 입체기동 타는건 위험하다.’

이제서야 떠오르는 기억들에 나는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음.

‘너는 잘 해줬다. 네 덕분에 우리는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거야. 그래도 책임져라. 끝까지 죽지 말고 싸워라. 네가 바꾼 미래의 끝을 보고 네 덕분에 더 나은 미래가 왔다고 생각해라.’

왜 잊고 있었을까. 왜 기억하지 못했을까. 왜 네가 가고 모든게 떠오른 걸까. 펑펑 터지는 불꽃놀이 소리에 내 울음 소리가 묻히길 바라며 나는 넋을 놓고 어린아이처럼 울었음.



아직도 밤하늘만 보면 여전히 네가 생각나. 네가 그때 나를 잡아줘서, 나를 리바이반으로 뽑아줘서, 네 목소리가 내 마지막이 되어서 너무 기뻤어. 그리고 미안해. 잊고 있어서. 기억하지 못해서. 외로운 싸움을 하다 온 너를 따뜻하게 맞아주지 못해서.


언제나 밤하늘을 바라보면서 빌게. 아프지말고 외롭지말고 너의 이야기 끝에는 네가 바라는 미래가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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