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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고 짝사랑

|2021.03.14 22:02
조회 1,144 |추천 0



시작 전에 동성애에 대해서 혐오감이 있는 분들이면 읽는걸 삼가해주세요.

야자시간에 우리 반에 넉살 좋은 친구 덕에 너랑 인사를 나누었어.

이제 얼굴 정도는 아는 사이로 됐어. 다른 친구들이랑은 쉽게 친해졌지만


난 너를 어렵게 느끼고 있었나봐. 하지만 인사를 나눈 후로 너랑 친하게
지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동안 상대가 먼저 다가와줘야 했는데, 내가 먼저 다가간 상대는 너가 처음이야.

그 날 집에 가면서 너에게 페북 친구 요청을 보냈어. 얼마 지나지
않아서 너가 수락을 했더라고

그래서 페메를 보내서 짧은 대화를 하고, 내일 학교에서 보자고 그랬지. 그 날은 너무 좋아서

잠이 안 왔던 것 같아. 다음날 너에게 언제 말을 걸까 하다가 청소시간
까지 되어버렸어.

지각을 한 너는 우유상자를 가져다 놔야 했지. 같이 가져다 놔준다는
핑계로 너랑 말을 나누려고 했는데, 너가 날 먼저 발견하고 한 손은 우유상자, 한 손은 내 어깨에 올린 채 나를 데리고 갔어.

진짜 너무 좋았지만, 일부로 어색한 척, 말도 잘 안하고 멋쩍게 웃으면서 정신 없이 계단만

내려갔던 것 같아. 그 후로 너랑 항상 붙어다녔어. 급식도 같이 먹고 야자 교실 가는 것도 같이 가고 야자 끝나고 교문까지 나가는 것도 같이 가고, 심지어 밥 먹고 이빨도 같이 닦으러 갔으니깐 말이야. 점점 친해지다
보니깐 너는 무엇을 좋아하는지 궁금해졌어.

페메로 물어보니깐 민트초코를 좋아한다고 답한 너. 그때 마침 공차에
민초 음료가 나올 때라서

공차 핑계로 너랑 만나기로 했어. 만나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면서 결국
당일이 되었지.

영화도 보고 공차도 가고 그랬어. 영화 시작도 전에 사 온 과자를
다 먹은 너를 챙겨주고 싶은 마음에 내 과자를 선뜻 다 줬어. 후회는 안 해. 너 먹는 모습이 보기 좋았으니깐.

학교에서 보자는 짧은 인사를 뒤로 한 채, 집으로 가던 중, 너랑 같이 있으면 좋다 라는 생각이

너가 좋다 로 바뀌었어.

 

사실 많이 혼란스러웠어. 지금 너무 행복해서 일시적인 느낌인지, 아니면 진심인지.

오랜 고민을 해도 마땅한 답이 나오지 않아서 너에게 말할까 싶었지만, 그
생각은 접었어.

너는 동성애 에 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몰랐기 때문이야.

그떄부턴 너가 무슨 짓을 해도 다 좋아 보였어. 그러다 보니깐 너랑
더 같이 있고 싶어졌어.

좋아하는 마음을 숨긴 채 1학기가 무사히 끝났지. 방학을 맞이해서 나랑 만나서 놀자고 했어.

그 날이 무척 더운 날이었는데, 선뜻 나와준 너가 고맙기도 해서 너무
더우니깐 카페에서 놀자고

내가 음료를 산 걸로 기억해. 너랑 마주보면서 이야기를 나누니깐 정말
행복하더라고.

항상 헤어질 땐 아쉽더라.. 그렇게 나중에 또 보자고 한 뒤 헤어졌지.

방학 때 급속도로 너랑 친해졌는데, 한 일주일 동안 밤에 전화를 한
것 같아.

무뚝뚝한 너지만 의외로 내가 하자는 대로 해줘서 고마웠어.

전화하면서 같이 게임도 하고, MBTI 검사도 하고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것을 알아가다 보니깐

우리는 무척 친해졌지. 내 가정사까지 말 할 수 있게 된 너에게 혹시나
선을 넘을까봐

난 일부로 잠시 동안 다른 친구들이랑 어울렸었어. 연락도 전보단 줄였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더라고. 도저히 더 이상 숨길 수 없어서 2학기가 시작되고 너에게 모든 것을 말했어.

내 얘기를 듣고 잠시 생각하던 너는 “좋아하는 건 괜찮은데, 선만 넘지 말아줘” 라고 답을 했지만

이때부터 약간씩 틀어진 것 같아. 잘 보던 연락이 미뤄지는 답장으로
바뀌고, 의무로 하는 듯 한

답장으로 바뀐 것 같지만 난 그거에도 충분히 행복하고 만족했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너였지만, 너가 좋아하는 사람은 내가 아니었기
때문이야.

그걸 알면서 너를 기다렸지만, 너는 내 기다림을 집착으로 바꿔버렸지.

그리고 선을 넘지 말라는 너의 말에 따라서 항상 신중하게 생각하고 말을 했지만 같은 말을 해도

반응이 극과 극일 때가 있어서, 난 하고 싶은 말이 너무나도 많았지만
너가 듣기 좋은 말만 골라서 했어. 이래야 연락을 이어 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서야.

널 보면 끊이지 않던 웃음이 점점 사라져가고, 너랑 대화하는 시간도, 연락하는 시간도 점점 줄어들었지.

마지막 대화에선 너는 나랑 연락하기가 싫다고 했어. 항상 내 마음속
한 구석에는

예전처럼 너랑 잘 지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감이 있었는데, 너의
말로 인해 그 남아있던

희망도 없어진거야. 하지만 너 탓을 하진 않았어. 언제나 문제점은 나한테서 찾았지.

그렇게 우리 인연은 끝이 난거야.

지금은 아니지만 항상 내 시선이 머무르는 곳에는 너가 있었어. 우연히라도
눈이 마주치면

베시시 웃던 나를 보고 너도 웃어줬기 때문이야.

난 힘들었던 내 고등학교 생활에 잠시 봄이 왔다 간걸로 생각할거야.

너랑 같이 있으면 봄. 그 이상을 느꼈거든. 

내 고등학교 생활을 잠시나마 행복하게 해줘서 고마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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