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두려워하던 것이, 기여코 일어나버렸어. 너의 무관심은 나에게 상처가 되지 못했어. 나는 그런 순박한 네가 좋았으니까. 오히려 내가 얼마나 가치있는 사람인지, 그런일로 상처받을만한 사람이 아니란걸 알게된 것 같아. 내 마음속 일부분이 더욱더 너로 가득 채워진 것도 나의 사고방식이 바뀌어서일지도 몰라. 그럼에도 나의 이기적인 행동들이 네게 독이 되었을까봐, 그건 또 불안하더라. 응. 그래서 연락을 그만뒀어. 내가 이어나가지 않으면 우리의 접점은 완전히 사라질 걸 알았는데, 널 향한 마음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는데, 내가 너의 인생에서 방해물이 될까봐. 물음표와 마침표로 가득했던 채팅창에서 물음표가 사라지니까 정말 허무하게 끝나더라. 딱 한 번, 같이 찍었던 졸업사진을 요구하는 네 연락에서 나는 어쩌면 큰 망상을 했을지도 몰라. 네 행동 하나하나가 나에게는 그날 하루의 시작과 끝을 결정했었는지, 너는 알았을까? 길을 걷다가도 네 생각이 났고,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도, 예쁜 풍경을 바라볼때도, 내 머릿속에서는 항상 네가 있었어. 그래. 그만큼 널 많이 좋아했어. 이미 꽤 시간이 지난 과거지만, 함께 게임을 했을 때가 그리웠어. 게임 속에서도 항상 너만 쫒던 나를 보면서 너는 내 마음을 눈치챘었을까? 그 사소한 생각 하나하나에 어린아이처럼 기뻐하던 내가 기억나. 그래서 만일 시간이 조금 더 흐른 후에 내가 너를 좋아하는 마음이, 정말 어느 순간에 갑자기 사라질까봐, 나는 그게 제일 무섭고 두려웠어. 정작 그 날이 되면 내가 두려워했던 것들이 아무렇지 않게 되어버릴까봐, 너무 무서웠어. 어떡하지. 정말 아무렇지 않아. 예전에는 너를 좋아한다고 자신있게 말하던 내가, 이제는 나의 마음을 모르겠어. 네가 어떻게 생겼었지? 목소리를 어땠지? 중학교때 너의 모습을, 1년이 넘는 시간동안 기억해야 한다는 것은 정말 어렵더라. 내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다가갔으면 어땠을까? 무언가 달라졌을까? 그때의 나는 어쩔수 없는 겁쟁이 였나봐. 요즘은 뭐하고 살아? SNS는 왜 지운거야? 물어보고 싶은건 산더미인데, 알 방법이 없네. 학교창문 너머로 보이는 네 학교를 보며 난 네 생각이 나는데. 이렇게 가까운데 하늘도 참 무심하지. 남들은 잘만 일어나는 우연이 왜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았을까? 아직까지 우연에 의지하는 나도 참 바보같고 한심하다. 너를 좋아했다고 말해놓고선, 지금 생각해보면 뭐 하나 너를 존중해준게 없네. 고마웠어. 나의 힘들었던 17살을, 무채색으로만 가득한 과거중 한 장면으로 만들지 않을수 있었어. 그러니까 내 인생에서 네가 그랬듯, 나의 존재가 네 인생에서 단지 지나가는 한 사람으로 남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어쩌면 나 혼자서 하는 마지막 인사가 될수도 있겠지만, 잘있어. 너는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 내가 좋아하고 인정했던 사람이니까. 나는 네가 노력하는 모습이 너무 좋았고, 스스로의 자신감이 없어하는 너 조차도 좋았어. 항상 말해주고 싶었는데 말이야, 넌 내가 대단하다고 맨날 말했지만 내 눈엔 너가 언제나 최고였고 자랑이였어. 물론 지금도 그래. 그러니 자신감을 가져. 네가 나에게 스스로에 대해 깨달을 수 있게 해주었던 것처럼 앞으로의 너가 누구보다 빛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어. 항상 앞길이 항상 밝고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바라.
그래서, 그래서말이야, 정말,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너한테 연락을 해보려고. 우리 둘 모두 지금 너무 바쁜 인생을 살고있지만, 나는 후회하기가 너무 싫어. 내가 연락하면 받아줄까? 아니면 평소처럼 의무적인 대답만 하고 끝이 날까? 너의 말풍선에도 물음표가 생길까? 그냥 내 바람이지만, 그래도 너가 나에대해서 조금이라도 궁금해 해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