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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내와 나 그리고 그놈

그남자 |2021.05.01 16:04
조회 2,080 |추천 7

“웃어라, 모든 사람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 울어라 , 너 혼자 울것이다” – 오대수 영화 올드보이

 

아내의 바람을 다른이에게 말 할수 없었다. 가까운 가족이나 정말 친한 절친에게도 말할수 없었다.

올드보이 대사 처럼 나의 기쁨이나 성공을 나눌사람이 많을거 같았지만, 나의 슬픔이나 고통은 혼자 울고 있는 전쟁고아 처럼 처절히 외로울것만 같았고 남의 가십거리가 될거 같았다.

친한 친구에게 털어 놓았을  때 오지랍만 있고 예의 없는 위로와 공감에서 상처 받기 싫었고

숫컷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가족에게 털어놓았을 때 아내란 사람에게 비난의 화살만 있어 우리의 선택이 아닌 가족의압박에 의한  이혼이 되어 버릴까봐, 아내와 나의 해결과정에 방해가 될까 싫었다.

 

상담의 과정은 생각보다 힘들었고 가시밭 길이었다. 정신의학과 치료는 여느 다른 진료와 다르다고 생각했다. 정형외과 내과 치과등 꾸준히 진료를 받으면 본인의  의지가 아니더라도

치료를 받으면 치유된다. 치료에서 본인의 의지가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정신과의 치료는 당사자의 문제를 파악하게 도와줄 뿐 치유는 환자의 의지가 중요하다.  마음의 상처와 육제적인 상처가 치유과정이 다르다는 걸 글귀가 아닌 체험으로 깨달았다.

 

상담 상시 의사선생님은 몇가지 약을 처방해 주었다. 처음엔 약물적인 치료에 거부감이 들었고,

혼자 이겨 보리라는 생각에 복용하지 않았다. 상담과치료가 아내와나의 문제를 해결하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으나, 크게 우리 관계는 달라지지 않았다. 아내가 나에게 더욱더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고맙기도 했지만, 그놈의 얼굴이 생각나면 주체할수 없는 분노가 치밀기도 하였다. 감정의 상승과 나락으로의 하강이 연속된 생활이였다.  지쳐갔다 그리고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항우울제 약은 인간을 둔감하게 만든다. 기존의 자극이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 자극이 반감되어 전달되는 느낌이다. 그리고 멍해진다.  복용후 집중이 잘 안되었으며, 회사에서 회의를 할 때 업무에 집중할 때 멍 때린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리고 많이 졸렵다. 예전 대학때 교양과목으로 수강했던 심리학에서 인간의 방어기재중 하나가 수면이라 했다. 커다란 시련이나 트라우마가 오면

인간의 신체는 수면을 하게 끔 만든다고 들었다. 하우울제 약은 오히려 나에게 잠을 자게끔 하여.

고통의 인지 시간을 줄여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담을 받은 후 몇 개월 지냈으나. 그리 우리에게는 달라지거나 개선되는 점은 없었다. 그리고 한지붕에 사는게 불편했다. 집에 있을 때 하숙생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같이 출근 했을 때는

타인과 카풀하는 기분이였다. 싱가폴에 있었을 시절부터 아내는 아이를 해외에서 교육시키고 싶다는 말을 자주했었다. 둘다  외국에서 유학했던 경험이 있어, 한국의 교육이나 입시 환경보다는

아이에게 편안한 교육환경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우리 둘다 했었다.  아내의 외삼촌은 당시 캐나다에 있었고, 한국 방문시 나와 아내에게 캐나다 이민을 권유하기도 했었다.

나는 아내에게 떨어져 사는게 어떤지 물어보았다. 아들도 이제 초등학교에 갈 나이였다. 캐나다로  아이와 엄마가 조기유학을 가는것도 지금 상황에서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눈치가 빠르다. 좋지 않은 우리 부부사이를 말하지 않아도 아들은 눈치로 알았고 또 우리의 눈치를 보는 것 같았다.  

 

기러기 부부에 대한 나의 인식은 좋지 않았었다. 자녀들은 아빠와 엄마가 필요하다.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부부가 생이별을 하는 것이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했었다. 부모의 기대와 바램으로 아이의 미래를 부모가 결정하는것도 좋은 교육방식이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아들에게 미안했다.

 

몇 주간의 고민후 아내와 나는 떨어져 살기로 했다. 그리고 우리는 기러기 가정이 되었다.

 

 


추천수7
반대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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