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화(雪化)
19. 호랑이 사냥
“무슨 소리야?”
휘가 들어왔다.
담이는 여전히 칼을 다루고 있었다.
“호랑이를 잡는데 너도 같이 간다면서?”
“네.”
“몇명이 목숨을 내놓아야 할지 모르는 위험한 일이다. 무슨 생각인게야?”
“알고 있어요.”
“결 혼자서도 충분해! 너까지 갈 필요 없다.”
“결님 혼자서 충분하다면 말리실 필요도 없을 것 같은데요-”
“무슨 상황이 생길지 모르니 하는 소리 아니냐?”
“휘님... 건방진 말일지 모르지만, 이미 결이님에게 허락을 받았습니다.”
“...!”
담이가... 예전의 담이가 아니다.
차갑다...
휘는 씁쓸한 심정으로 돌아서야만 했다.
호랑이를 잡기로 한 날은 아침부터 온 마을이 들썩거렸다.
병사들은 무장을 한 것 외에도 두들겨 큰 소리가 날 만한 것들을 들고 있었다.
호랑이를 몰기 위한 도구이다.
병사들은 산 아래에서부터 호랑이가 다니던 길목을 포위하듯 올라가며 한 곳으로 몰기로 했다.
담이와 결은 덫을 놓은 부근에, 휘는 중간 길목을 지키기로 했다.
“바람이 위에서 아랫쪽으로 불고있다. 그 놈이 아래에서 위쪽으로 도망친다면 우리 냄새를 못 맡을것이다.”
“만약, 위에 있다면요?”
“더 윗쪽은 먹을것이 없기에 호랑이가 아래로 내려오지 않았겠느냐? 아마 아래 어딘가 몸을 숨기고 있을거다.”
말 고삐를 단단히 쥐고 경계하고 있는 결의 눈은 매우 날카로왔다.
새삼 담은 그런 결의 모습이 무척 늠름해 보였다.
혼자서 곰도 잡은 용맹한 사람이 아닌가...
“호랑이를 잡으면 화를 입는다던데...”
“그래... 영물이지. 하지만 부족민을 해치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다.”
병사들의 고함소리와 두들기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담이도 바짝 긴장했다.
하지만 주위는 바람에 나뭇잎이 스치는 소리 외에는 아무런 기척도 없었다.
담이는 문득 수풀 사이에서 번뜩이는 빛을 보았다.
그것이 뭐라고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결과 담이는 똑같이 순식간에 화살에 활을 재워 수풀을 향해 겨누었다.
숨막히는 침묵이 영원 같다는 느낌은 사실 찰나였다.
수풀사이에서 뛰어오른것은 거대하고 온통 빛깔이 하얀 호랑이였다.
그러나 호랑이는 덫이 놓인 담이와 결이의 뒷쪽으로 뛰지 않고, 바위를 한 번 짚더니 몸을 돌렸다.
“그만둬!”
결이 다급하게 말렸으나 벌써 담이의 화살은 시위를 떠나 호랑이를 향해 날아갔다.
화살은 호랑이의 목덜미 근처에 박혔다.
허나 호랑이는 크게 한 번 표효 했을 뿐, 아래를 향해 속도를 늦추지 않고 달려갔다.
결은 말의 박차를 가하며 호랑이 뒤를 따랐다.
“병사들과 휘가 위험하다!”
담이 역시 말을 달리며 자신이 큰 실수를 저질렀음을 깨달았다.
상처입은 호랑이는 배고픈 호랑이보다 더 위험하다.
저 녀석이 달리는 길 앞에 나타난 사람은 갈가리 찢기고 말것이다.
“넌 우측으로 돌아가!”
결의 명령대로 담은 결과 다른 방향으로 흩어졌다.
호랑이가 달리며 부러뜨린 나무와 수풀들은 곧장 휘 있는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결이 담이보다 빨랐다.
결이 도착했을 때 휘는 벌써 호랑이와 맞닥뜨려 있었다.
휘는 호랑이가 더이상 아래로 내려가지 못하게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일부러 걸음을 늦추고 있는 듯 보였다.
호랑이는 휘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한 번의 공격으로 확실히 숨통을 끊어놓을 태세였다.
그러나 적이 하나 늘었다는 것을 알았는지 낮게 그러렁 거리던 호랑이는 다시 몸을 틀어 휘와 결 사이로 달려나갔다.
“다시 윗쪽으로 올라갔다! 넌 병사들을 내려보네!”
“같이 가야해!”
“놈이 어디로 방향을 틀지 모르니 병사들을 내려보내는것이 더 급하다. 난 흔적을 찾아볼께.”
“너무 위험해! 같이 가야해!”
순간, 휘와 결은 등 뒤에서 나는 낮은 숨소리와 동물 특유의 비린내를 맡았다.
둘이 검을 고쳐 잡기도 전에 등 뒤에서 호랑이가 튀어 올랐다.
둘의 힘으로 막기에는 부족한 시간이었다.
헌데...
호랑이는 결과 휘는 그대로 뛰어넘었다.
휘와 결이 호랑이의 꼬리를 보았을때, 동시에 맞은편에서 달려오는 담이가 보였다.
“안돼!!!”
결과 휘는 죽을힘을 다해 호랑이의 뒤를 쫓아 달렸다.
담이 역시 말 머리를 돌리기는 커녕 전속력으로 돌진해 오고 있었다.
결이와 휘는 속으로 도망치라고 피터지게 외치고 있었다.
이윽고 담이가 달리는 말 위에서 활을 겨누었다.
한 번 쏘기 시작한 화살은 곧 연이어 날아오기 시작했다.
누가 보고있다면 감탄할만한 실력이었다. 마치 빈 화살을 당기는것처럼, 화살을 재는것은 보이지도 않을 정도였던 것이다.
하지만 호랑이는 화살을 몸으로 받아내면서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있었다.
호랑이와 담이의 간격이 겨우 백보정도로 가까워졌을때, 호랑이가 담이를 향해 튀어 올랐고, 결과 휘는 눈을 감고 말았다.
호랑이의 크게 표효하는 소리와,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
결과 휘는 담이의 말이 쓰러진 소리라 생각했다.
둘은 비장한 표정으로 눈을 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