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판에 가입하고 글 쓰는건 이게 처음이네요.
주변에 도저히 상담할 사람이 없어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올려봅니다.
29살 지방국립대 문과 졸업자로, 연고도 없는 지방 중소기업에 취업한지 몇달 되어갑니다.
졸업은 작년 2월에 했으니 공백기가 1년이 조금 넘었죠. 여기는 사유가 있습니다.
2017년,캐나다에서 워킹홀리데이 중 유학중인 일본인 여자친구를 만나게된 저는 그 후 결혼까지 생각하거 일본 취업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본어도 공부하고, 반년간 교환학생도 다녀오고... 비행기가 비싸 귀국 후 몇번밖에 못 만났지만 캐나다에 가거나 서로 호주에서 여자친구를 만나기도 하며 충실하게 지냈다고 생각합니다.
그 결과, 2년 전 이맘때 쯤, 대학교 4학년때 일본의 나름 괜찮은 기업에 입사 내정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예정대로라면 작년 4월부터 일본에서 일을 시작하게 됐었겠죠.
하지만 여러분도 모두 아시다시피 코로나로 인해 무산되었습니다. 신규 입국 제한이 늘어날때 마다, 처음에는 곧 갈 수 있겠지, 괜찮아지겠지.. 라고 생각하던 마음도 점점 무거워지고
결국 작년 여름, 내년에도 풀리려면 요원하다는 생각에 내정을 취소하고 국내 취업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나이가 스물아홉인데 무경력으로 더 있을수는 없다고 생각했었고, 집안 사정도 썩 좋은 편도 아니고 부모님한테도 너무 죄송해서 언제 풀릴지도 모를 해외취업을 더 붙잡고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뛰어든 취업 시장은 정말 어려웠고, 특히 국내 취업에 대한 준비가 전햐 안 되어있던 저는 적응하기도 힘들었습니다. 남들 다 지원하는 공기업/대기업은 서류에서 당연히 다 떨어지고, 중견/중소 기업도 서류탈은 셀 수도 없고 한손으로 못 셀만큼 면접 낙방끝에 결국 몇달 전 지금 다니는 경남의 어느 중소기업에 취업하게 되었습니다. 취업을 못하고 있는 친구들도 많고, 지금 상황에 이 정도면 그래도 괜찮겠지.. 하고, 현실과 타협한 느낌으로요.
그리고 그렇게 일을 시작할때 즈음, 여자친구에게 이별을 통보받았습니다. 1년 넘게 만나지 못했고, 여자친구는 작년에 일본으로 귀국해 직장 생활을 시작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어른스럽게 생각하자, 라고 항상 저에게 되뇌었지만 그 후로는 하루하루가 고통입니다. 관심도 없는 일을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지역에서 하는 동안도, 퇴근 후 자취방에 쓰러질 때도.
그냥 몇달 더 참아서 일본에 갈걸. 이런 생각이 계속 머릿속에 멤돕니다.
적은 나이도 아닌 만큼, 한국보다 더 나이에 민감한 일본에 신입으로 취업하는건 거의 불가능할텐데
여기서 경력을 쌓아서 일본으로 이직한다는 것도 여의치는 않아 보입니다. 무엇보다 3년 가까운 시간동안 내가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구요.
무엇보다, 몇년 전 까지는 있던 할 수 있다는 열정과 자신감, 뭐 그런게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맨땅에 헤딩식으로 워홀가고, 교환학생 다니며 면접보러 다닐때는 마냥저냥 힘들지만은 않았는데..
하루하루가 너무 힘듭니다. 그냥 내 인생은 이대로 쭉 굴러가는걸까, 싶네요.
장기적으로 봤을때, 지금부터 5년 후, 10년 후...
일본 취업을 포기하고 국내를 선택한것을 평생 후회하고 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고 지금 퇴사하거나 경력을 쌓아 일본으로 간다는것도 요원해보이고.. 절망스럽네요.
어떻게 해야할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그저 하루하루가 너무 막막하고 우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