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을의 연애를 하고 있다.
갑을관계가 좋지 않다고 생각하시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긴한데, 모든 관계에는 어떻게든 갑과 을이 생길 수 밖에 없는거 같다.
동물은 둘 이상만 되어도 자연스레 순위라는 게 생긴다. 리더의 역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연애관계에서도 갑과 을이 생긴다는건 당연한 이야기일수 있지만,
이에 거북함을 느끼는 이유는 갑을관계를 떠올릴 때 자연스럽게 '갑질'을 같이 연상해서 그런 것 아닐까?
건강한 계약관계에서 갑과 을은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갑이 부당한 일을 해도된다는 것은 아니다.
을에게도 권리가 있다. (계약이 끝나면 보증금을 돌려받을수도 있는거고, 월세집에 하자가 있으면 수리해달라고 요청을 할 수도 있다)
즉, 건강한 관계에서 "갑"은 존재할 수 있지만, "갑질"은 없다는 것이다.
나는 을의 연애를 한다.
사실,
현재의 남자친구를 만나기 전까지 나는 을이 되지 않으려고 전전긍긍했었다.
밀당도 하고, 쓸데없는 자존심을 세우기도 했고, 특히,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는데, 을이 되는게 두렵고 자존심이 상했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던 나는 연애초반에 남자친구와 이런 일들 때문에 많이 싸우곤 했다. 내 뜻대로 안되는 일이 너무 답답하고 화가 났었다.
'왜 맨날 오빠 말만 맞고 내 말은 틀려? 왜 항상 지 멋대로 해?'
근데 시간이 지나고 보면 정말 남자친구 말이 다 맞았고, 남자친구의 선택이 현명한거였다.
남자친구와 나는 6살차이가 난다.
오빠가 6년이라는 시간을 더 살았는데 아무래도 나보다는 더 옳은 선택을 할 확률이 더 높았을 것이다.
이 사실을 인정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다.
오빠와 많은 시간을 만나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오빠는 내가 한번 굽히면 두번 굽혀주는 사람이었고, 우리 관계를 위해 누구보다 노력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나보다는 좀 더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잘 할 수 있는 오빠에게 갑의 자리를 내주었다.
오빠와 벌써 3년차 커플이 되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서로 팽팽하게 당기는것보다는 적당히 끌어주는 역할과 따라가는 역할이 있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애매하게 둘다 갑이 되려고 하다보면 대부분 결국엔 자존심 싸움이 된다.
"건강한 갑을관계"가 우리가 오래 만날 수 있던 이유 중 하나이다.
정리하자면,
어느 관계든 갑을 관계는 존재한다.
하지만 을이 갑을 인정해주는게, '나에게 갑질을 해도 돼'라고 허락하는 것은 아니다.
건강한 갑을관계은 오히려 좋은 영향을 끼치기도 하니까 서로 존중하는 예쁜 연애를 해야겠다.
+)
남자친구가 갑, 내가 을이라는 관계가 좀 거북해보일수 있지만,
오빠의 판단을 조금 더 믿고 따라주는 것뿐이다.
만약 내가 을의 위치에 있다고 해서 오빠가 나를 막 대하고 내 의견들을 무시했으면 이렇게 오래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오빠에게 갑의 역할을 주었지만 나에게 항상 을이 되어주려고 하는 사람이다.
그냥 생각정리겸 적어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