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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추녀가 합의금으로 받고 싶은 남자

쓰니 |2021.07.19 04:44
조회 180 |추천 0

우리 집은 시장통에 있는 3층 집 2층이다.

 

화장실 하나, 콧구멍만 한 부엌, 사이즈에 민감하다면 눈치챘을 것이다. 부엌이 작다는 것은 방도 작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닫이문으로 구분하는 방 두 칸이 전부다.

 

이런 집에 멋진 장롱이 있을 턱이 없으니 옷은 벽에 대충 걸었고, 그래도 공부는 해야 한다고 어디서 주어온 책상을 벽에 붙여 놓았다.

­­

그래서 ‘공부를 잘하냐’고 묻는다면 눈치 없는 인간이다. 요즘에는 용이 개천이 안 살고, 큰물에서 산다는 속보다.

 

무슨 말인지 모른다고?

 

그러니까 쉽게 말하자면 내가 공부를 못한다는 말이다.

 

문제는 공부를 못하는 데에만 있지 않다. 공부를 못해도 돈이 좀 있으면 문제 될 것이 없다. 족집게 과외에 마인드 컨트롤하는 기술까지 가르쳐 ‘In Seoul’을 이룩하는 경우가 있고, 그렇게 했음에도 안되는 머리는 돈으로 발라 사업을 시작해도 된다.

 

그것도 아니라면, 그냥 먹고 놀아도 되지 않을까?

 

하지만, 아쉽게도 위 사항 중에 어느 것도 나에게 해당하지 않는다.

 

겨울에는 온수도 나오지 않는 집에서 세탁기 없이 빨래해본 적이 있다면, 우리 집 재산의 척도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억울한 것은 또 있다.

 

머리 나쁘고, 돈도 없는데, 외모까지 바닥이다.

 

‘가난하고 멍청해도 연애인 스타일의 외모를 가진 애들은 잘 풀리더라’라는 말을 들었다. 물론 지랄 같은 친구가 나 들으라고 하는 말이다.

 

하지만 그 말에 반기를 들 수 없는 것이, 주변에 그런 애들을 종종 발견하곤 했다.

 

얼굴이 ‘김 태희’라 돈 많은 집에 시집갔다고 하고,

 

연예인이 되어서 떼돈을 벌었다는 소식도 들리고,

 

그것도 아니면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꽃뱀이 되어 남자 등쳐먹고 살기도 한다.

 

물론 마지막 방법은 그다지 바람직해 보이지 않지만, 그러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상판을 가진 나로서는 저것마저 부러울 지경이다.

 

거울 앞에서 나의 얼굴을 하나하나 뜯어 보았다.

 

얼굴은 작은데 말상이다. 이 부분은 정말 해결 불가능해 보인다. 황금비율, 이것이 안되는 상황에 눈, 코, 입을 고친다고 해결될 것 같지 않다.

 

물론 의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말이 아니다.

 

우리 집 사정은 눈, 코, 입을 고치는 것도 버겁다.

 

오복 중에 하나라는 치아는 좁은 공간을 비집고 나온 덧니로 인해 고르지 못하다. 덧니가 귀엽다 어쩐다고 하는 인간이 있다면 확 한대 패주고 싶다. 그것마저도 얼굴이 따라줘야 한다는 사실, 귀엽게 웃으려 애쓰는 내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소름이 돋는다.

 

그래서 지갑에는 항상, 이상적인 얼굴을 가진 여인의 증명사진을 넣고 다닌다.

 

어디서 구했냐고? 지금은 자기 나라로 돌아가 곁에 없는 혼혈 친구에게 받았다. 헤어지더라도 서로를 생각하자며 주고받은 증명사진, 내가 바닥 얼굴이라면 그 친구는 천상의 얼굴이다.

 

이 친구처럼 생겼다면 소원이 없겠다.

 

자, 정리해보면,

 

머리는 깡통 소리가 나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이고,

 

얼굴은 웩,

 

집은 지지리 궁상이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 복권을 산다.

 

복권에 당첨되면 보통 사람들은 재테크를 생각할 테지만, 그것도 머리가 좋아야 한다. 나 같은 머리로는 투자하면 할수록 손해를 부를 것이다.

 

그래서 복권에 당첨이 되면 뭘 하고 싶냐?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뜯어고치고 새출발하고 싶다.

 

‘뭐 어려운 소원도 아니네’라고 생각했다면 그 사람은 좀 사는 사람일 것이다. 나는 로또에 당첨이 돼야 가능하다.

 

그것이 쉬운가?

 

1/8,145,060

 

그래도 샀다. 불가능한 확률이지만 로또를 사는 이유는, 머리, 돈, 외모 어느 것 하나 주지 않으셨으니까 평등하게 사랑하시고 평등하게 창조하셨다면 분명 준비해 놓은 이벤트가 있을 것이라 확신했기 때문이다.

 

근거 없는 믿음이지만, 사는 날은 설레고, 발표 날은 암울했다.

 

그러던 어느 날,

 

행운은 기대했던 곳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터졌다.

 

학교 앞, 건널목에서 자동차에 치이었다.

 

몸이 공중으로 붕 떴고 심장이 멈춰 버릴 것 같은 두려움이 엄습했지만, 그 와중에도 나를 친 사람,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자동차를 봤다.

 

부. 가. 티.

 

이 차를 알아본 내 머리에 감탄하며 딱딱한 아스팔트 위로 떨어지고 있었다.

 

행운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반대편 차선에 떨어지고 있는 나를 다시 치고 멈춘 차,

 

메르세데스 벤츠.

 

이 상황이 끔찍하게 생각할 수 있으나, 나에게는 기회였다.

 

 

.

.

.

 

 

눈을 떴지만, 세상이 보이지 않았다. 눈꺼풀이 퉁퉁 부어 눈을 압박한 탓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목 안으로 병원용 호스가 꽂혀있고, 침대에 묶인 것인지 몸을 움직일 수가 없다.

 

말을 하고 싶어 목소리를 냈지만, 목에서 나오는 소리는 내가 듣고도 못 알아먹을 만큼 괴상망측한 괴기 소리가 났다.

 

웨~ 에~ 워

 

“어~ 깼다. 의사 불러.”

 

누군지 모르지만, 목소리가 고상하다. 정확히 서울 말씨였고, 차분한 목소리는 은은하기까지 하다.

 

누구일까? 보고 싶지만, 퉁퉁 부은 눈으로는 볼 재간이 없었다.

 

의사들이 우르르 몰려오는 소리가 들리고, 눈을 까고 빛을 비춘다.

 

“고비는 넘긴 것 같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젊은 학생이라 버텨준 것 같습니다. 외과 수술은 잘 됐는데, 턱관절과 광대 골절은 안면 윤곽 쪽이라, 성형외과로 컨택해 놨습니다.”

 

나는 쾌재를 불렀다. 고통이 온몸을 찌르고 있었지만, 의사의 마지막 말, 성형외과 컨택, 그 말인즉 성형을 해야 하는 말로 들려 환호했다.

 

“그럼 다음 수술은 언제쯤일까요?”

 

“이제 막 깨어난 것이라 지켜보고 결정하실 건데, 성형외과에서 스케줄 잡아 주실 겁니다. 그리고, 학생 사진이 있으시면 수술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성형외과 선생님께서 유명하신 분이라 최대한 비슷하게 잡아주겠지만 완전히 똑같이 복원되지는 못할 겁니다. 알고 계셔야 할 것 같아서요.”

 

“저 학생 소지품에서 나온 증명사진입니다. 이걸로 될까요?”

 

“아~ 네. 그럼요.”

 

오~ 예! 온몸이 찍기는 고통 속에서도 웃을 수밖에 없는 대화, 결국 웃었다.

 

웩~ 퀙~

 

숨도 제대로 못 쉬는 상태에서 웃었더니 경련과 함께 쇼크가 왔다.

 

손에 꽂은 바늘로 찌릿한 액체가 들어와 통증을 주더니 꿈도 꾸지 않는 깊은 잠으로 빠져들었다.

 

 

.

.

.

 

 

의식이 돌아왔다. 눈을 떠 보려 했지만 움직이지 않았고, 퉁퉁 부은 눈꺼풀이 안구를 압박해서 그런지 모래알이 들어 있는 것처럼 따갑고 눈물이 자꾸 흘러 귀를 간질인다.

 

누가 좀 닦아 주면 좋으련만.

 

웩~ 웩~

 

말을 말아야지. 이건 뭐. 괴기 영화에 출연한 괴기가 된 기분이다.

 

“아파요? 간호사 부를까요?”

 

다시 들어도 목소리가 참 좋다.

 

그런데,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 남자 앞에서 괴기가 되어 말한들 알아듣기나 하겠나!

 

그래서 입 닥치고 있었다.

 

“곧 2차 수술을 할 거에요. 의사 선생님께서 예전처럼 예쁜 얼굴로 돌려주신다고 약속했어요. 돈이 얼마가 들든, 원래의 모습으로 돌려줄게요. 그러니 울지 말아요.”

 

그가 수건으로 눈물을 닦아줬다.

 

이번에는 기쁨의 눈물이 평평 나왔다. 절대 미모의 얼굴로 탈바꿈된다고 사실 만으로도 심금을 울릴 정도의 감동이었다.

 

호호호~

 

이렇게 웃었지만, 목에서 나온 소리는.

 

웩웩웩~

 

이었다.

 

“미안해요. 예쁜 얼굴 망가트려서.”

 

예쁜 얼굴?

 

살아생전 이런 말을 듣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눈은 이마를 이용해서 뜨지 않으면 안 떠져서 항상 기운 없어 보이고, 비율이 어긋난 말상의 얼굴에 원숭이 한 마리를 겹쳐놓은 듯한 긴 인중을 가지고 있다.

 

이런 얼굴을 보고 예쁘다고 한 사람은 지금껏 없었다.

 

그런데 예쁘다고 했다. 절대 미모의 혼혈 친구 사진을 보고 말한 것임을 짐작한다.

 

기분 좋은 발언, 눈을 뜰 수 있다면 보면 되겠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으니 상상의 나래를 펼쳐 남자의 얼굴을 상상해 보기로 했다.

 

왜냐하면?

 

볼 수 없고, 말할 수 없고, 움직이지 못하는 신체와 대조적으로 머릿속 뇌는 어느 때보다 왕성하게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살아생전 이루고 싶었던, 성형,

 

한 번쯤은 듣고 싶었던 말, 예쁘다는 말을 들은 상태라 수학 시험지를 앞에 두고 굴린 머리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자동차로 따지면 터보, 비행기로 따지면 마하 속도로 굴러가고 있었다.

 

일단 목소리만으로는 20대 후반, 많이 먹어 봤다 30대 초반으로 짐작된다. 눈물을 닦아주러 다가왔을 때, 그에게서 풍기는 산뜻한 향이 고상하다.

 

그래서 부가티일까? 메르세데스일까?

 

그러고 보니 왜 하나야?

 

한 놈은 뺑소니?

 

안돼!

 

“부모님을 찾아뵙고 학생 상태를 알려야 하는데, 지갑에 민증이 없어서 알리지 못하고 있어요.”

 

민증?

 

맞다.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으라고 통보가 왔는데, 만들지 않았다.

 

후~ 다행이다.

 

만약 있었다면 웬 동물 사진을 주민등록증에 박아 놨다고 물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얼굴로 돌아가야 하는 참담한 상황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그래서 증명사진이 있길래 사진을 학교로 보냈어요. 조금만 참아요.”

 

친구 사진?

 

친구는 이민 갔는데, 그럼 어떻게 되지?

 

마하 속도로 굴러가는 머리로 해결안을 모색했다.

 

눈을 뜨고, 말을 할 수 있게 되는 순간이 찾아올 것이고, 저 남자는 물을 것이다.

 

[집이 어디예요?]

 

시장통에 있는 3층 집 2층을 말해야 할 테고, 그렇게 되면 인생 ‘꽝’, 뽑기라면 ‘다음 기회에’라는 글귀를 보게 될 것이다.

 

성형수술을 하고,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기 전까지 나는 나로 살아서는 안 된다.

 

아니나 다를까 그가 말했다.

 

“교복 보고 알았어요. 청명 여고 학생이죠?”

 

벌써 추적당하고 있다. 들통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 같다.

 

친구 사진을 보냈다고 했으니 분명 누구 사진인지 나올 테고, 행적은 이민인데, 실종은 말원상(말과 원숭이 상), 둘이 매치 되려나. 그럼 묻겠지?

 

[학생? 이름이 뭐예요?]

 

‘지후 루지에로’

 

친구 이름이다.

 

절대로 내 이름을 댈 수 없다.

 

내 이름은 진실로 착하고 아름다운 이름이다. 진선미.

 

이름만 보면 거룩하다.

 

하지만 얼굴로 무기로 들고 있는 나는 비참하기 그지없다.

 

큰아버지가 술 한잔 걸치고 술김에 지은 이름, 그때는 이런 상판일 줄 모르고 지었을 것이다.

 

설마하니 아기였을 때도 상판이 이랬을 거라 상상하면 안 된다. 나름 귀여웠다고 했다.

 

앞에 나름이 붙는 것이 속상하지만, 그래도.

 

조물주가 고민하지 않고 대충 빗은 외모와 술이 빚어낸 이름은 공교롭게도 극과 극을 달리는 괴리감을 만들었다.

 

이름만 보고 채팅에 들어 온 놈의 선택은 고민 없이 나가는 것이고, ‘진선미가 누구지?’ 했다가 당황하며 ‘이름 참 잘 지었네’ 하시는 선생님, ‘얼굴이 무기라 밤길 무섭지 않겠다’라고 지껄이던 싹수 노란 친구들,

 

그러니 내가 이러지 않고 배겨?

 

[그럼 집이 어디예요?]

 

찾아가면 안 되니… 안드로메다요.

 

[미쳤구나! 정신병원으로 보내]

 

이러면 어쩌지.

 

그래서 떠오른 생각,

 

기억상실증,

 

이럴 때 보면 두뇌가 비상하다.


계속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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