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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오늘 어머니의 20년전 일기를 읽었습니다.

쓰니 |2021.07.24 15:41
조회 162 |추천 0
평소 네이트판을 즐겨보던 저는,울고 웃으며 힘이 되었던 네이트판에처음 글을 써보려니, 어디서부터 적어야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습니다.
저는 4남매중 장녀입니다.오랫만에 부모님댁을 방문해, 남동생과 함께 집을 대청소하고 있었는데갑자기 남동생이 저에게 묻더군요, 어머니 생일이 7월 31이냐고,저는 곧바로 동생을 꾸짖었습니다. "아니, 어떻게 20년 살면서 어떻게 엄마 생일을 몰라?"저희 어머니 생신을 7월3일, 오늘은 7월23일, 무려 3주전에 생일 파티를 했는데도 말이죠.저는 그런 동생이 괘씸하기만 했습니다.
꾸지람은 들은 남동생은 갑자기 한 뭉텅이의 노트를 가져와 제앞에 펼쳤습니다.그것은 바로 어머니의 약 25년전 일기였습니다.놀랍게도 이야기속엔 정말로 어머니의 생신이라 적혀있었습니다. "7월31일, 맑음_ 오늘은 나의 생일이다. 남편은 오늘 장미 29송이를 내게 건네주었다.꽃을 사올때마다, 돈이 정말 아깝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매번 로맨틱하게 챙겨주는 그런 모습이 정말 멋있다."평소 글을 잘 쓰지않으셨던 어머니엿던지라, 시덥지 않게 읽었습니다.아마 작은글씨로 생일을 보냈나봅니다.
이야기속의 저는 3살이었고,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았을때라, 하루하루의 이야기가 생소했습니다.저의 첫 유치원 등교일부터, 첫 보행기 선물받은날, 말을 뗀날 등등..저의 육아일기가 고스란히 적혀있어서 더 재밌게 읽었습니다.
저는 말썽장이에 장난꾸러기였습니다.작은아빠식구들이랑 함께 지냈더군요,당시 저희는 찢어지게 가난해서, 돈도 자주빌렸었고,부모님께선 하루하루가 바쁘게 돈을 벌러 자주 나가셨습니다. 아마 저희를 돌바줄 사람이 없어서 그런가 봅니다.저는 그런 부모님의 마음도 모른체, 항상 집을 어질기만 했더군요.남동생들은 태어나지 않았던 시기라, 남동생들의 이야기는 적혀있지 않았습니다.
한창을 재밌게 읽다, 늦은 저녁이 되어 그만 읽으려던 찰라.남동생이 딱 하나만 더 읽어보자며 폈던 마지막 페이지...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99년 5월22일 토요일 _ 석가탄신일이라 회사를 가지않았다. 사촌오빠 체육대회라고 해서 어제 고기를 재워놓았고, 일찍 일어나 밥을하고 김밥을 쌋다.김밥을 거의 다 싸고 왔는데 마트에서 전화가 왔다. ~마트에 가서 내가 일을 해주었다. 여러가지 일들때문에.저녁8시쯤 작은아빠에게 전화가 왔따.갓난쟁이가 숨을 안쉰다고,동네 병원으로 뛰어가다가 택시를 탔다.갓난장이는 벌써 죽어있었다.죽은 아기를 데리고 다시 더, 큰 다른지역 병원으로 갔다.아기는 죽었다. 그렇게 허무하게 하늘나라로 갔다.나에게 아무런 말도없이,마지막 마트를 가기전에 울던 기억이 자꾸 생생히 나면서 눈물만난다.아주 불쌍히. 엄마사랑을 받지못한채"
일기를 다 보지 못했지만, 엄마의 무게를 알수있었다.찢어지게 가난했던 그시절에도, 엄마의 사랑은 듬뿍했다.20년전의 이야기지만 일기속 우리의 이야기는 생생했다.
"5월23일 일요일 맑음후 비"하루종일 우두커니 있자니 자꾸 어제 생각이 난다.서러워지고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둘째동생이 울때마다 더욱 눈물이 났다.갓난장이의 빈자리는 이상하게도 없는것 같았다.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리는것 같다.벌써 갓난장이의 얼굴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못생긴 얼굴과 살찐얼굴 웃고 울던 얼굴만이 스쳐지나갈 뿐이다"
"5월24일 월요일 비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기분을 애써 밝게 가지려했는데 자꾸 기억들을 상기시킨다.오늘 갓난장이를 묻었다고 한다.우리동네산 꼭대기에 꼭꼭 묻었다고 한다.어딘지도 잘 알려주지 않는다.나는 하루종일 잠에 있었다.저녁에 근처 산에 갔다. 남편과 아이들. 그리고 친구들까지.촛불이라도 켜주려 했다. 종소리를 들었다. 저녁 화종소리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채 산을 내려왔다.그리고 근처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식당 아줌마가 반가히 맞으면서 딸만 둘 낳았냐고 물었다.나는 그렇다고 했다."
이후 일기장속에 더이상 갓난장이의 이름은 한토시도 찾아볼수없었다.어머니께선 잊으려고 노력을 많이 하신듯 했다. 남동생은 갓난장이의 기일만 안채, 곧바로 부모님 방을 찾아갔고어머니께 물어봤다.나는 용기내지 못해 그저 부모님방 문앞에서 바라만 보고있었다.어머니는 아무말도 하시지 않았다.그저 그 일기장이 어딨냐고 물으실뿐,,남동생은 그런 엄마를 꼬옥 안아주었다.
일기를 읽었을때, 갓난장이 동생에 대해 전혀 눈치채지못했다.갓난장이와 둘째동생은 이름이 자음하나 빼고 완전히 똑같앴고,어머니도 글씨를 흘겨썻던지라 눈치챌일 없었다.당시 둘째동생도 할머니댁에서 지냈기에 둘째동생에 대한 기록도 거의 없었다.둘째동생이 너무 예뻐서 나의 질투심에 할머니댁에 맡긴거 같았다.
나는 20년동안 내 동생 이름도, 얼굴도, 생일도 잘 모른다.IMF를 겪고 난후여서, 다같이 찍은 가족 사진 한장조차도 찾아볼수없엇다.이제 겨우 성별만 알아냈을 뿐이다.지금쯤 꽃다운 20대 였을 우리 갓난쟁이 동생. 한창 연애도하고 이쁜 나이인데,,나와 판박이 였을까? 아님, 여동생을 닮아서 예뻣을까?손재주가 좋았을까? 아님, 운동을 잘했을까? 궁금하기만 하다..아니 사실은 보고싶다.너무너무 보고싶다.갓난장이는 부모님도 모르는 곳에 묻고,마음속 깊이 묻히는게 전통유래라한다.마음같아선 우리 이쁜 갓난장이동생 산소에 찾아가고 싶다.일기속에서 내가 첫 보행기를 타던날, 어머니께서는 갓난장이 동생에게언니가 걸음마도뗏다며 자랑을 실컷 했다고한다.나도 그날처럼, 너에게 남동생이 둘이나 더 생겼다고, 듬직하고 잘생겼고 벌써 씩씩하게 자라서 셋째동생은, 아니 넷째는 곧 성인도 된다고 자꾸자꾸 자랑하고싶다.
어머니께서는 무슨 생각이 들으셨을까.평생 묻히고 싶던 부모님의 이야기를 자식들이 알았을때,어떤 표정을 짓고 계셨을까.. 나는 도저히 용기가 나질 않는다.23일 새벽, 그저 거실에선어머니는 말없이 흐느끼게 우시는 소리만 들렸을뿐이다.
오늘 밤은 유난히 잠이 오질 않는다.. 
그리고 저는 5남매중 장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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