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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어리 삼순이 #2

독백 |2004.03.02 19:30
조회 488 |추천 0

벙어리 삼순이 # 2

 


"야- 쟤 아직도 저기 서있어. 쟤 뭐하는거야?"
"아후-"

 

끌어오르는 화를 삭힐수가 없었다. 때문에 핸들을 세개 한번 내리치고는 다시 원형 정원을 돌
아 여자가 있는 곳으로 갔다.

 

"너 집 몰라? 너 지금 여기서 뭐하는거야? 어?! 돈이 부족해?"

 

날 멀뚱히 보고 있었다. 무언가 눈으로 말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저 순진한 표정을 지
으며 내눈을 보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거냐구!!!

 

"타!"
"신우야?"
"타라구-!"

 

그러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차 뒷문을 열고 내차에 올라탔다. 허름한 옷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옷을 잘 차려 입은 것도 아니었다. 생긴것 또한 어디가 모자라 보이게 생긴것도, 그렇다고 승민
이가 매일 바꿔다니는 여자들처럼 쌔끈하게 잘 빠진것도 아니었다. 그냥 평범한. 평범한 모습
을 하고 있었다.

 

"야- 무슨생각이야? 쟤 태워서 뭐하려고?"

 

그리고 난 병원을 빠져나와 가까운 지하철역에 차를 세웠다.

 

"내려-"
"......."
"내리라구- 못 들었어? 말도 못하면서 들리지도 않아 이제?"

 

그러자 그 맑은 눈망울에서 눈물이 한방울 흘러내렸다. 뭐야. 그눈물은? 왜... 우는거야?

 

"내리라구! 여기서 이거 타고 너네 집에 가란말이야!"
"아씨- 내리란 말이야-"

 

답답했던지 승민이가 차 뒷문을 열어 그녀를 끌어내리려 했다. 그러자 참고 있던 그녀의 다른
한쪽 눈에서도 눈물이 한방울 주륵 흘러내렸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꼬깃꼬깃 구겨져 있던 돈을
꺼내어 내게 내밀었다. 설마, 나한테 돈을 돌려주려고 그랬던 거야?

 

난 그녀가 내민 내가 준 돈을 받지 않았다. 그러자 뒷좌석 한쪽에 돈을 쌓아 놓고는 차에서 내
렸다. 그에 승민이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차문을 닫고 앞좌석에 올랐다.

 

"가자-"
"...어?"
"가자구- 애들이 기다리겠다."
"어."

 

그녀는 좀전 병원에서처럼 내 차가 사라질때까지 그자리에 서서 내 차를 보고 있었다. 어쨌든
난 승민이와 함께 클럽으로 들어왔고, 안은 자욱한 담배연기와 함께 포켓볼을 치고 있는 녀석
들과 짧은 치마를 입은 여자를 안고 있는 녀석들로 가득했다.

 

"야 임마- 저리 좀 가서 해라."

 

나와 함께 걷던 승민이 녀석이 눈치껏 내 앞을 가로 막는 녀석들을 처리했다. 그리고 우린 언제
나 앉는 바. 그자리로 갔다. 우릴 알아보는 바텐더가 인사를 했고, 언제나 그렇듯 나와 승민이
가 즐겨마시는 양주를 꺼내어 왔다.

 

"한게임 할까?"
"훗. 그래-"

 

나와 승민이가 걸어가자 포켓볼을 치고 있던 녀석들과 여자들이 한쪽으로 물러났고, 승민이가
내가 항상쓰는 큐를 들고 왔다. 그러자 원래 놀던 녀석중 한명이 공을 트라이앵글에 넣어 래크
했다.

 

"시작해 볼까?"
"OK-"

 

승민이의 얼굴을 보고 가볍게 웃곤 허리를 낮추어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마치 장난처럼 공을
보고 있는 내 눈앞에 그녀의 얼굴이 떠올랐다. 때문에 난 브레이크 샷을 멋지게 해 놓고 두번째
샷에서 스크래치를 하고 말았다.

 

"어우-"

 

주위의 야유와 함께 내 미간이 좁아들었다.

 

"이야- 포켓볼 천재 황보신우씨가 저런 실수를 다하다니? 오늘 너무 정신적 충격이 컸나?"

 

승민이 녀석이 가벼운 비웃음과 함께 첫 샷을 멋지게 성공했다. 그리고 한참동안 내 순서가 오
지 않았다.

 

"이걸 어쩌나- 난 오늘 제대로 feel 받았는데?"

 

난 큐에 기대어선채 승민이 녀석이 하는 걸 보고만 있어야 했다. 아니 눈은 녀석의 움직임을
따라가고 있었지만 내 머릿속은 온통 지하철역 앞 그 자리에서 날 보고 있던 그 모습만이 떠올
랐다. 때문에 난 들고 있던 큐를 바닥에 던지고 그곳에서 뛰어 나왔다.

 

"야- 어디가- 황보신우-!"

 

미친듯이 차를 몰았다. 두어시간이 지난시간. 아무리 가을이라고 해도 겨울이 아니라고 해도
밖은 꾀 추운 날씨였다. 그렇게 얇은 옷만을 입고 거기서 떨고 있을리 없었다. 그럼에도 난 그
곳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삼십분을 달려와 지하철역 앞에 멈추어섰다. 아까까지 서있던 그녀가 없었다. 그아이가 없었
다. 역시... 간거겠지? 훗. 황보신우. 미친거 아니야? 여길 왜 온건데? 그래. 죄책감. 죄책감때
문이지? 그치? 그렇게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단정지어 놓고 난 지하철 역 주위를 뛰어다니고
있었다. 왜- 왜 내가 여기서 널 찾고 있는거야!!!!!

 

그리고 내 눈앞에 나타난 그녀. 그아이를 보고 나도 모르게 안도하는 날 알 수 있었다. 왜 아직
까지 안간거야?

 

"너 뭐야. 너 왜 여기있어? 왜 아직까지 여기 있느냐구!!"

 

다짜고짜 소리를 쳤다. 그럼 넌 왜 여기와서 이 아일 찾았는데? 황보신우 넌 여기 왜 왔는데?

 

"가- 가란말이야. 집에 가라구!!"

 

그녀는 여전히 아무말이 없었다. 아니, 아무말도 할수 없다는 말이 맞았다. 그리고 소리치고 돌
아서는 내 옷깃을 잡았다. 그녀가... 내 옷을 잡았다.

 

"뭐...야?"

 

어쩔수 없게 만들어 버리는 저 눈빛. 그 눈빛이 싫었다. 아무것도 할수 없게 만들어버리잖아.
그런눈으로 날 보지 말란 말이야!

 

"나보고 어쩌라구! 너 갈데 없어? 집 없냔 말이야?"

고개를 끄덕였다. 집이... 없단 말이야?

"집이 왜 없어? 전에 살던 곳. 갈 곳도 없단 말이야?"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여태껏 어디서 뭘 했는데 집이 없어? 갈 곳이 왜 없냐구? 한숨이
나왔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내 모습이 바보같아서 한숨이 나왔다.

 

"사고도 났겠다. 돈도 많아 보이겠다. 크게 한탕 뜯어봐야 겠다. 너 그런 생각하고 있지? 너 지
금 크게 착각하고 있어. 난 이깟 사고 하나 났다구 너한테 뭘 어떻게 해줘야 겠단 생각따위 해
본 적도 없어. 니가 아까 돌려준 돈. 그 돈 다시 줄테니까 갖고 꺼져!"

 

차 뒷문을 열고 그자리 그대로 있던 돈 뭉치를 꺼내어 그녀에게 던졌다. 차가운 가을 바람에 현
금 몇장과 여러장의 수표가 흩어져 바닥에 내려 앉았다. 주위 시선은 내게로 향했고, 아이는...
그녀는 아무말도 하지 않은채 내 얼굴만을 멀뚱히 보고 있었다.

 

"가란말이야. 못 알아 들어? 제발 가라구!"
"야- 너 왜 여기와있어?"

 

승민이가 왔다. 누구의 차를 빌려 타고 온건지 차에서 급히 뛰어 내리며 소리쳤다.

 

"이기지배 아주 미친거야. 나한테 매달리려고 아주 작정을 했어. 뭐 어쩌자는거야?"
"걱정마. 내가 보낼게-"

 

승민이가 그녀에게 가까이 걸어갔다. 그리고 바닥에 뿌려져 있던 돈을 주어 그녀의 주머니에
구겨 넣었다.

 

"이거 가지고 가라구- 어? 말귀 못알아 들어? 가라구-!"
"......."
"이 벙어리가 미쳤나. 꺼지란 말이야. 거머리처럼 달라 붙지 말라구-!!"

 

승민이의 말이 내 귓가에서 맴돌았다. 이 벙어리가 미쳤나 라는 승민이의 말이 내 신경에 거슬
리게 들려왔다. 때문에 난 녀석을 잡아 밀쳐냈다.

 

"야, 황보신우?"
"비켜 임마!"
"뭐야 너?"
"타-"
"뭐? 무슨 소리하는거야? 너 미쳤어? 뭐하자는 건데?"
"타라구!!! 안들려?"

 

내가 소리치자 그녀는 내 차 뒷좌석에 조용히 올라탔고, 승민이는 날 노려보았다. 노려보면 어
쩌겠다는 건데?

 

"야- 너 미친거 아니야?"
"미쳤어. 그러니까 오늘은 이만 가- 연락할게-"
"야아-!!!!!"

 

승민이를 뒤로한 채 차에 시동을 걸고 그자리를 빠른 속도로 빠져 나갔다. 룸미러로 보이는 그
녀의 눈이 내 눈과 마주쳤다. 그리고 그녀는 처음으로 내게 작은 미소를 보여줬다.

 

"들어와-"

 

강남에 있는 내 오피스텔. 여자라곤 한번도 들어와 본적 없는 내 오피스텔이었다. 그걸 아는건
지 아니면 남자 혼자사는 곳에 들어오기가 꺼려지는 건지 그녀는 문앞에 서서 한참을 망설이고
있었다.

 

"들어오라구- 아니면 집에 가던가-"

 

그녀는 집에 가라는 말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때문에 집에 들어오게 하는건 쉽게 성공할 수 있
었다. 헌데 그것 뿐이었다. 문앞에 서서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을 생각인지 그자리에 우두커
니 서있었다. 내가 방에서 옷을 갈아 입고 나올때까지도...

 

"계속 거기 서있을 거야? 이리와서 앉아."

 

소파에 앉아 티비를 켜고 그녀를 불렀다.

 

"이리와서 앉으라구- 내가 답답해서 그래- 니가 무슨 문지기 경비야? 아님 보초서는 쫄병이
야? 왜 거기서 있어. 이리와서 앉아."

 

내말에 조심스레 한발을 내 딛었다. 그리고 어느샌가 걸어와 소파 앞에 멈추어 섰다.

 

"앉아-"

 

그리고 나와 멀찌감치 떨어져 앉았다. 후훗. 웃음이 나왔다.

 

"내가 널 잡아 먹기라도 할 것 같애? 걱정마. 난 여성기피증이 있거든. 나 좋다고 매달려도 싫
으니까 걱정마- 아. 여성기피증이라고 아나? 후훗"

 

그녀는 뭘 안다는 건지 고개를 끄덕였다. 니가 여성기피증을 알아?

 

"뭐 마실거라도 줄까? 우유 줄까 우유?"

 

나이를 알수 없었기에 외관상 보이는 이십대 초반 정도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정말 그보다 어
린 고등학생 일 수도 있는 일이었다. 때문에 난 냉장고를 열어 그녀가 먹을 만한 것을 찾았고
내눈엔 우유가 들어왔다. 그리고 전자렌지를 열어 우유를 데우기 시작했다.

 

"몇 살이야? 스무살? 스물 한살? 아님. 아직 스무살이 안됐나?"

 

전자렌지에서 우유를 꺼내며 그녀를 보자 고개를 달랑 달랑 흔들고 있었다. 스무살이 넘었단
얘긴가?

 

"스무살은 넘었어?"

 

우유를 건내 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말은 정말 못하는거야? 아니면 못하는 척 하는건가?"

 

마음이 상했는지 들고 있던 우유를 테이블에 내려 놓았다. 단단히 화가 난건가?

 

"아, 알았다구. 취소해. 말은 원래 부터 못했어?"

 

내말에 고개를 흔들었다. 그럼 후천적이란 얘긴가? 어쨌든 우리만에 짧은 대화로 몇가지 사실
을 알아냈다. 후천적으로 말을 못하게 되었고, 나이는 스무살이 넘은게 맞는 것 같고 집은 모른
다. 아니 없다 라는 것.

 

"혹시 글도 못써? 글씨 말이야. 글씨 못써?"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정말 바보인가?

 

"좋아. 이름이 뭐야? 이름. 이름을 알아야 부를 거 아냐. 어?"

 

여전히 꾹 다문 입은 쉬이 열리지 않았다. 어쩌나. 이름을 알아야 될 거 아닌가. 하루를 있던 이
틀이 있던 이름을 알아야 부를 것 아닌가. 하물며 애완견들도 제 이름을 불러야 보는 법인데.

 

"내가 이름하나 지어 줄까?"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음. 좋아. 뭐가 좋을까-"

 

그리고 문득 내 뇌리를 스치는 단어가 있었다. 삼룡이. 주인 아씨를 사랑한 벙어리 삼룡이.

 

"오. 이게 괜찮겠네. 삼순이. 넌 여자니까. 어때 괜찮지? 삼순이?"

 

마음에 들어하는지 어쩐지도 모른채 난 그냥 그녀를 삼순이라 부르기로 마음먹었다. 그래 넌
오늘부터 삼순이야. 벙어리 삼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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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질어질...빈속에 소주 다섯잔이 머리를 어지럽히는군요..ㅠ_ㅠ 에고...

원래는 다른 글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것도 한 네편 쓰고 포기를 했어요. 그러다가

또 다른 글을 쓰는데 한 두어편...; 그리고 침대에 누워 있는데 불연듯. 벙어리 삼순이라는

제목이 떠오르는 바람에... 쓰기 시작해서... 이제 네편을 써놨답니다.

해와 달이랑 반달곰 내사랑을 너무너무 많이 사랑해주셔서 부담이 되요.ㅜ.ㅡ

이것도 많이 사랑해 주실거죠? ㅇ ㅏ~기대할게요. 내일은 눈이 올것같다는 믿기지

않는 뉴스를 듣고... 내일 감기 조심하시고 옷 따뜻하게 입고 나가시라는 말을 직접 하고 싶지만

글로 씁니다.^^ 감기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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