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글주의)
어차피 명절 용돈은 신랑 말대로 하게 될 거지만 여기에나마 그냥 속털어봅니다..
우선 저희집은 외벌이이고 주말부부에 결혼10년차에 딸하나 있습니다. 집은 시부모님이 사시던 아파트에 전세금 반 드리고 따로 살고 있구요.
결혼하기 전에 친정어머니가 돌아가셔서 결혼때 시댁에 예단을 못해드리고 돈으로 적게 드렸어요. 그게 좀 맘에 쓰입니다..
우선 결혼하고부터 양가에 매달 용돈을 드리는데 시댁엔 두분 다 살고 계시니 30만원, 친정엔 한 분이시니 10만원 드리기로 신랑이랑 얘기했어요. 그리고 생신이나 어버이날 같은날엔 똑같이 20만원씩 드리고, 명절엔 시댁에 차례를 지내니 50만원, 친정아버지한데는 20만원 드리기로 했네요.. 근데 이제와서 결혼 10년차되서 생각해보니 참 바보짓하고 살았구나 생각이 들어요..그 당시엔 신랑이 버는 돈이니까 시댁을 더 챙겨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시어머님도 저한테 잘해주시고 음식도 많이 해다주셨고요...
그만큼 저도 시어머님께 잘해드리려고 애썼고, 적어도 두달에 한 번씩은 저랑 애만 시댁가서 1박하고 말동무해드리고 오고, 명절도 이틀전에 신랑빼고 자랑 애만 먼저 가서 준비하고 다음날 전부치고(5시간정도) 명절당일 차례지내고 하루 더 머물다가 오고 그랬습니다. (거의 3박4일)친정엔 명절 마지막날 점심에 들러서 잠깐 같이 간식겸 먹고 집에 오고 그랬어요.
전 친정엄마도 그렇게 하셨고 친정아버지도 시댁에 더 신경쓰는 게 맞다 하셔서 지금까지 제가 살아온게 맞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작년부터 코로나가 터지면서 일이 생겼습니다. 사실 저는 코로나가 터져도 시댁에 때마다 갔고 신랑 형 솔로인 아주버님 한 분이 계신데, 그분은 코로나 이후 어떤 집안행사에도 한 번도 안 왔습니다.(심지어 아버지 칠순마저) 그래도 그러려니 하고 우리식구는 본분을 다하자 하고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올 설날 아주버님이랑 어머니랑 전화하는 걸 듣는데 기가막히더라구요.. 아주버님은 명절날 용돈을 30만원 드리는데 저희는 그것도 뭐라 안했습니다. 근데 통화하는 걸 들으니, 어머니께서 아주버님한테 너는 왜 용돈이 적냐?하며 장난식으로 운을 띄우셨어요. 근데 돌아오는 말.. 동생네는 식구가 많으니까 식비를 더 받아야되니까 돈을 더 내야된데요. 그리고 자긴 안갔으니까 식비를 뺀거래요.. 하.. 둘이 장난식으로 오가는 말이었지만 듣는 저는 온갖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럼 우리도 안 왔으면 돈 안드렸으면 되는건가? 우리가 결혼해서 식구 늘린게 잘못인가? 며느리가 오면 입이 늘어서 민폐인건가?
등등 잡생각이 들면서 열이 솟구치더라구요ㅠㅠ
뭔가 억울했습니다..
그래도 뭐라고 그 자리에 한마디도 못하고 집에 왔습니다. 근데 시댁에 정이 툭 떨어지더라구요.. 그래서 설날이후 원래는 일주일에 두번 시어머니께 전화드리던 걸 안했습니다. 그랬더니 시어머니께서 일주일에 한 번 전화하셨고 전 그냥 받고 겉대화하고 말았습니다. 아마 저의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채셨겠죠. 그리고 뭔가 시부모님도 불만이 저에게 생기셨겠죠. 다 늙은 내가 왜 며느리한테 매주 전화해야하는지에 대해서요..
그러다가 큰 일은 올해 어린이날에 터졌습니다. 신랑도 없었지만 저희집에 오셔서 점심 드시고 가셨어요. 그러다 아이의 교육문제로 얘기가 오갔고 (장난감문제였습니다..)제가 앞으로 슬라임같은 장난감은 안사주셨으면 좋겠다고 좀 단호하게 말씀드렸습니다. 그랬더니 니가 어떻게 나한테 이렇게 말할 수 있냐고 하시더라구요. 제가 당황해서 네? 그랬더니 다짜고짜 너같은 애 처음본데요.. 할머니할아버지가 손녀이뻐서 사주는 장난감갖고 뭐라한다고요. ㅠㅠ 근데 이번엔 저도 죄송하다 얘기하고 싶어지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몇 번 더 단호하게 사주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저랑 얘기먼저 하고 사주시라고 얘기했습니다. 그랬더니 앞으로 저랑 상대하지 않으시겠데요.. 전 좀 벙쪘습니다.. 겨우 이깟일로 그동안 잘 지내왔던 걸 이렇게 무너뜨린다고?? 난 의견도 내면 안되는 사람이었나??
그러고 가셨고 전 그래도 전화해서 더 얘기를 하려고 여러번 연락을 드려봤습니다. 안 받으시더군요. 시아버님께 전화드렸는데 시아버님은 받이주시더라구요. 제가 우선 죄송하다.. 말씀드렸어요. 시아버님께서 나도 좀 놀랐다.. 엄마한테 빨리 사과해라.. 전화안받으면 집으로 찾아가서 무릎꿇고 빌기라도 해라.. 라고 말씀하시는데 거기서 또 망치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었습니다. 내가 무릎꿇을만큼 잘못한 일인가?? 나도 화가 아직 덜 풀려있는 상태인데 그저 내가 숙이고 들어가야하나?? 날 완전 밑으로 생각하나?? 별의별 생각이 또 스치더라구요..시아버님께는 그냥 저도 화가 나있고 풀리면 연락드리겠다하고 끊고 지금까지 전화안드리고 있습니다. 아예 연락 끊고 있어요.
그런데 추석이 다가오니 급 설날에 들었던 통화내용과 그동안 드렸던 돈들 생각하니 억울하더라구요. 신랑과는 잘 얘기해서 내가 지금 불편하니 시댁에 안가겠다고 했고 신랑도 잘 받아주었어요. 그 점에 대해 신랑에겐 고마웠습니다. 그러고나서 명절용돈을 시댁과 친정 똑같이 30씩 드리자고 제안했습니다. 시댁에 용돈을 낮추는 2가지 이유를 들었는데 첫째로 어머님이 제사를 안지냈으면 해서.(차례비용 80은 든다며 매일 얘기하던 분이셔서..) 둘째는 내가 안가니 먹는 입이 줄어드니까.. 그랬더니 콧방귀를 뀌면서 어떻게 용돈을 줄일 수 있냐고 하데요.. 결혼하기 전부터 그렇게 드렸던 용돈이었다고.. (매일 새아파트 이사가고 싶은데 돈없다고 난리치는 건 신랑이면서 말이죠)당신과 엄마 기싸움하는데 돈으로 자기를 끼게 하지 말래요..
하.. 여기서 내가 처음부터 너무 잘못 길들였구나 생각에 후회후회.. 그럼 이렇게 계속 드리는 건 부담이 전혀 안되냐 하니 자기는 괜찮데요..그래서 결국 시댁 50/친정30드리는 걸로 결판냈네요.. 사실 아이 아니면 그냥 따로 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지더라구요.
신랑이 저랑 결혼하고 바로 일자리 못구했을 땐 제가 가장이되서 돈벌기도 했고, 취직하고 주말부부되고 아이낳으면서 저혼자 육아 다 했고, 육아를 하다보니 제 경력은 포기하게 되었네요.. 그와중에 전 시댁행사를 잘 챙겼다고 생각했는데 시어머니 눈에는 차지도 않았나봐요. 10년만에 바로 정을 바로 뚝 끊어버리시다니..
그동안은 잘 지내왔기에 섭섭함이 더 크네요. 시어머니께서 제가 crps증상으로 앓고 있을 때 많이 신경써 주셨고 친정엄마 없으니 한약도 사서 먹여주시고 좋은 분이셨기에 욕은 하기 싫습니다. 뭔가 이번일로 삶이 무의미하게 느껴져서 다 싫어지네요. 근데 다시 돌아가라하면 그건 싫습니다. 다신 옛날과 같은 좋은 감정으로 돌아갈 순 없을 걸 알아서요.
어찌보면 제가 오해하고 맘이 변한건가 싶기도 한데 이번만큼은 왠지 숙이고 들어가고 싶지 않네요.. 그냥 이 세상 처음보는 며느리로 살래요. 그리고 신랑과는 다신 시댁일로 얘기 안하렵니다..
그저 서글픈 맘에 답답해서 적어봅니다. 긴글 읽어주신 분들껜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