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또래들의 조언보다 선배님들의 조언을 듣고 싶어 10대인데도 불구하고 20대 판에 글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양해부탁드립니다.)
현재 수능이 얼마 남지 않은 고3 여학생입니다. 고1때부터 응어리진 마음이 뒤늦게 터져 주변인들의 조언을 구할까하다가 주변은 다들 수능공부로 바쁠 때라 인터넷의 힘을 빌려보기로 했습니다.
저는 고1때 늘 자신당당하던 편이었습니다. 발표를 좋아했고 똑부러진 모습을 많이 보이던 학생이었죠. 그런 모습 덕에 저는 고1 2학기 때 부반장으로 선출됐고 저희 학교는 2학기만 체육대회를 진행하는 터라 반티 선정에 한창이었습니다.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선정된 반티는 학교 공식 sns계정에 올려 일종의 박제를 해야 완전히 인정되던 분위기였고 저희 반도 선정한 반티를 학교 sns에 게시했습니다. 근데 거기서 1분 차이로 저희와 같은 반티를 선택한 선배들의 게시물이 이후 올라갔고 정말 근소한 시간차라 여기서부터 문제가 시작됐습니다.
선배들은 1분 늦게 올리긴 했어도 겨우 1분 차이라 너희가 바꾸라는 입장이었고 저희는 그래도 1분 차이인데 바꾸고 싶지 않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서로 눈치만 보다 저희 반에서 그래도 우리의 입장을 확실히 정해서 선배님들한테 말씀드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8명 정도를 제외한 학급 회의가 시작됐습니다.거기서는 서로의 말이 많았고 결국 어영부영 입장이 결정된 채로 선배들한테 찾아가게됐습니다. 그때 당시 행동대장이었던 저는 부반장임에도 불구하고 먼저 선배님들한테 이야기를 요청했고 선배님들은 잠시후 나가겠다고 기다려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게 저와 선배들의 간단한 이야기가 끝나고 함께 올라온 친구들이 상황이 어땠냐고 물어봤습니다.저는 거기서 선배들 별로라고 큰 소리로 이야기했으며 복도를 거닐던 다른 반 선배들은 제 목소리를 듣고 저희가 찾아갔던 해당 선배들에게 제 언행을 전달했습니다. 당연히 전 불려갔고 그 언행에 대해선 그 자리에서 사과드렸습니다. 이후 선배들이 제게 그래서 너희는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거냐고 물어보자 저는 기존의 반 상황을 고려하며 저희는 바꾸기 싫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렇게 사건은 마무리되고 그날 학교 수업이 마무리됐습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됐습니다. 당시 반장인 학생은 선배들과도 연이 있는 학생이었고 그 학생의 친구들도 비슷했습니다. 그래서 선배들은 반장과 반장친구들에게 제 신상에 대해 묻기 시작했습니다. (반장과 반장친구들은 중간에서 낀 노릇이죠) 그래서 그 다음날 저는 반장과 반장 친구들에게 불려갔고 거기서 그들은 제게 1. 우리의 학급회의 결과는 우리가 반티 양보하겠다 아니였나 왜 너 멋대로 이야기하냐 2. 왜 단독행동으로 우리가 중간에 끼게 만드냐 였습니다.사실 두번째는 제 스스로도 잘못했다고 생각했고 그 친구들이 선배들한테 불려가기라도 했는지 걱정스러운 마음에 '혹시 선배들한테 직접 욕듣거나 불려갔어?' 라고 물어봤습니다. 하지만 아무 대답없이 어물쩡 넘어갔죠. 또한 첫번째 이유역시 선배들에게 찾아가기 전 학급회의에서 그리고 그 이전 정황상 우리는 반티를 바꾸고 싶지 않다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우리는 전부터 양보하기로 했다고 주장하는 점이 억울했습니다. 그럼에도 선배들께 찾아가기 전 마지막 회의에서 어영부영 입장이 결정됐음에도 확정인것마냥 선배들에게 전달한 건 제 잘못이 맞으니 수긍했습니다.그들이 결론적으로 원했던건 '너가 직접 선배들한테 정황 이야기하고 다시 사과해라'였습니다. 그리고 전 실제로 사과문도 작성하던 중이었고요. 그런데 선생님들께서 더이상 사건이 크게 벌어지는 걸 원치 않으셔서 그냥 사과도 뭐도 필요없이 끝내라라고 말씀하셨고 사건은 마무리됐습니다.
마무리가 찝찝하지만 결국 사건은 끝났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고 전 반에서 트롤짓하다가 찍힌 애로 무시받았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영리합니다. 증거 없이 싫어하는 눈치를 주며 저에게 상처를 주기 일수였고 심지어는 그 사건에 관련없는 아이들까지 저를 무시했습니다. 하지만 전 다 참았습니다. 제가 완벽하게 잘못이 없는게 아니니까요.
하지만 서서히 스스로도 낙인찍기 시작했습니다. 분명 그들이 주장했던 두가지 근거 (1. 우리의 학급회의 결과는 우리가 반티 양보하겠다 아니였나 왜 너 멋대로 이야기하냐 2. 왜 단독행동으로 우리가 중간에 끼게 만드냐)는 모순이 있었고 마녀사냥의 의도도 보였습니다. 하지만 주변인의 시선이 이렇다보니 어느순간 저는 과거의 당당하던 모습을 잃은 채 썩은 동태같았습니다. 또 그 반장 무리가 다른 반으로도 발이 넓은 편이라 전 분반으로 나뉘어 다른 반 친구들과 수업할 때도 항상 불안했습니다. '쟤도 나를 별로라고 생각하겠지...'라고요. 서서히 사회성을 잃어갔습니다. 사람을 만나기 싫고 속마음을 점점 닫아갔습니다. 심지어 2학년엔 코로나로 계속 집에만 있게되며 전 정말 폐쇄적인 사람이 되어갔습니다. 하지만 내색은 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주변인들은 얘가 진짜 마음 먹고 공부하나보구나로 알고 있습니다) 뭐 이렇다보니 전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 힘들어졌고 다른 친구들이 저에게 다가오면 얘도 나를 싫어하겠지라는 생각을 뿌리칠 수 없게 됐습니다. 평소 인간관계에서 힘을 얻는 편인데 인간관계가 급속도로 단절되다보니 속에 쌓인 응어리들은 계속 쌓이기만 했습니다. 그래도 저 스스로 버티기 위해 좋은 대학 가면 그만이라고 세뇌시켰고 이제 그 세뇌에 맞게 수능 공부에 전념해야 하는데 썩은 속마음과 응어리진 스트레스가 공부에 온전히 집중 못하게 하네요...
서론과 사족이 길었습니다. 현재 이런 상황인 제가 이후 대학에 진학한다면 정말 속에 곪은 것들이 터져버릴 것 같습니다. 이미 지금도 터져서 제대로 공부에 집중을 못하는 상황이고요.
학창시절의 아픔을 어떻게 의연하게 극복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또한 이미 굳어버린 제 마음이 어떻게 하면 전처럼 활기차게 바뀔 수 있을까요. 많은 조언 부탁드립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